새누리, 탄핵 5시간 앞두고 '집안싸움' 폭발

김동현2 2016. 12. 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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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강지혜 기자 =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을 5시간 앞두고 집안싸움이 폭발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한 입증자료나 또 그것이 입증된 사실이 없다"며 박 대통령을 탄핵할 근거가 없다고 탄핵 부결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반론과 변론을 제대로 할 기회도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명확한 증거나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아직 없는 상태"라며 "그게 없기 때문에 특검을 하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촛불민심을 겨냥, "어떤 여론조사나 많은 숫자의 시위, 어떤 언론 보도도 헌법과 법률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비박계 중진 김영우 의원은 즉각 손을 들어 "오늘은 표결이 있는 날이다. 대표께서 가이드라인을 주셔서는 안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짧게 말하겠다"며 개의치 않고 발언을 계속했다. 뒤이어 친박 조원진 최고위원이 단상에 오르자, 비박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조 최고위원 역시 개의치 않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에 지금 당장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헌법의 효력마저 정지시켜야 하는 합리적 근거가 도대체 어딨느냐"고 울분을 토한 뒤, "거짓과 선동은 잠시 진실을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은 헌정 질서가 중단되는 탄핵 문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자리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대한민국은 더 큰 분열과 깊은 수령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냐.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혼란이 발생할 경우에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문에 기고된 팔순 어르신의 말씀을 소개하며 제 발언을 마칠까 한다"며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해드리자. 총칼이 아니라 우리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잘못이 있다면 그를 뽑은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거다. 용서없는 단죄는 또 다른 악을 불러온다. 가장 나쁜 자들은 이 시대의 정치인"이라고 비박계와 야당을 성토했다.

이들 친박계 지도부의 탄핵 부결 주장에 앞서,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박 대통령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는 탄핵 부결 호소문을 보냈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그가 누구냐"며 "당과 보수정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그 곳이 길바닥이든 기름때 낀 바위틈이든, 손목이 으스러지든 얼굴에 칼이 들어오든 결단코 주저함이 없이 우리들의 맨 앞줄에 서서 오늘까지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살아온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비박계는 이처럼 친박계가 공개 발언과 호소문을 통해 탄핵 부결을 조직적으로 압박하자, 비박계 역시 발언권을 달라고 지도부에 강력 항의했다. 결국 김영우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발언권을 따냈다.

김영우 의원은 "지금 최순실 사태에 대해 대통령께서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일을 선의에 의해 했지만 결과는 잘못됐다고 하는 소위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윤리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말씀을 하신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께서 반론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 반대"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담화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대통령께서 모든 것을 검찰 수사를 통해서 밝히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세 번의 담화에서 모든 잘못은 그냥 단순히 주변 관리가 잘못돼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 현실 인식이 결여된 그런 말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건 정말 단순한 게이트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왜곡하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하는 가장 큰 반헌법적이고 반원칙적인 행위"라며 "우리 손으로 만든 새누리당 후보지만 우리 손으로 국민 뜻에 따라 탄핵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입장"이라며 탄핵안 통과를 호소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며칠동안 국조특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통령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명명백백 하게 나타난 사실"이라며 "모든 언론이 문제제기를 하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끝난 문제를 가지고 '아니다' 라고 하는 게 과연 우리당에 도움이 되겠나"라고 친박계의 박 대통령 구하기를 질타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친박, 비박 양 진영은 의총을 비공개로 돌리기로 합의하면서 공개적인 집안싸움을 멈췄다.

김영우 의원은 "소위 친박들이 오늘 의원총회를 열자는 얘기를 했다.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의 공개 발언 내용을 들어봤을 땐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이미 많은 의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굳힌 단계라서 어떤 얘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nyk90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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