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 탓에 금융공기업 인사도 삐걱..'CEO는 부재중' 허공에 뜬 금융기관장

박수호 입력 2016. 12.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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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

유재훈 전임 사장이 11월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 자리로 옮겨간 후 12월 초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상황이다. 후임 사장 선임 때문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꾸려졌지만 심의까지는 꽤 걸린다. 이병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지만 임추위가 빠른 시일 내에 갖춰지지 않다 보니 사장실이 빈방 상태로 한동안 방치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영학 사장의 임기 만료 일자는 12월 11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 초임에도 무보에선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공기업 인사가 원활하게 안 돌아가고 있다. 윗선에서 삐걱대니 각 기관의 수장 공석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조직원 동요, 업무 비효율 등이 빚어질 수 있지만 인사권자는 우유부단인지, 부재중인지 답을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기 만료 CEO 누구누구

▷권선주 기업은행장 연임 두고 설왕설래

12월 27일.

기업은행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은 권선주 행장의 임기 만료일이다. 11월 말이 다 되도록 후임 인사 관련 움직임이 없으면서 요즘 국정 공백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한다. 금융정책당국의 정보력은 물론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선임이 가능하다.

이번 정권 초 권 행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선 이런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식물정부’로 전락한 현재 상황에선 금융위원회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인사 검증을 하는 청와대 민정 라인이 잇따라 흔들리고 있기 때문.

여러 우려에도 불구, 일단 금융위는 내외부 행장 후보를 들여다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제청 후보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때 권선주 행장 1년 유임설이 돌기도 했지만 최근엔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는 박춘홍 전무의 내부 승진설도 비등하다.

박 수석부행장은 대전고와 충남대를 졸업하고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충청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워낙 영업력이 좋아 조준희 행장 시절 부행장으로 승진, 주목을 받았다. 입사 32년 만인 지난 2014년 IBK기업은행 수석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외부 인사로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되지만 관료 출신 배제 여론도 거세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연되는 이유가 금융위가 추천해도 박 대통령이 찜한 사람이 안 올라왔기에 다시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소문이 많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때 서류에서 1위로 낙점됐던 인사가 면접도 못 봤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지금은 인선 작업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공기업 인사 관련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기업은행은 굵직한 국책은행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에 차기 행장 인선 시스템이 가동됐지만, 금융공기업 상당수는 차기 수장 선임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무보 사장 공석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에 이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후임도 아직까지는 별 얘기가 없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기재부 관료 출신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다.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도 관전 포인트다. 내년 3월 임기 만료인데 그 시점이면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이번 정권의 입김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후임 인사 선임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도 차일피일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건지 경제부총리로 역할을 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런 혼란을 불식하고자 금융위에서 되도록 인사 시스템은 원칙대로 가동하려고 하지만 청와대 기능이 어떻게 작동될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EO 승계프로그램 마련해야

▷GE 방식 벤치마킹해볼 필요

“일찌감치 금융공기업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작동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사기업에서 진행 중인 차기 CEO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CEO 승계 프로그램 제도를 도입, 내외부 인사에 대해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의 진단이다.

박근혜정부는 4대 개혁, 그중에서도 금융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홍보해왔다. 금융개혁의 골자는 낙하산 인사 근절, 과감한 규제 혁파,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등이 포함됐는데 정작 이덕훈 행장처럼 일부 금융공기업 수장들은 대놓고 “낙하산 인사가 맞다”고 자인하는 등 정권의 개혁 방향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이번 정권만의 그늘이 아니다. 언뜻 승계 시스템 구축은 어렵지 않은 일 같은데 왜 이리 쉬 갖춰지지 못했을까. 공기업 수장 자리는 각 정권의 ‘전리품’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역대 정권 어디나 금융공기업 인사는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책금융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말 잘 듣고 믿을 만한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인식보다 앞섰다.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한다고 공약했던 이번 정권도 막상 정권을 잡자 초반부터 전리품 인사를 단행해오다 이런 난맥상을 낳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GE와 같은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부 금융공기업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은 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검토 후 선임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공기업이다 보니 꼭 내부 승진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이런 제도가 외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꽂을 명분만 제공한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내외부 인사에 열려는 있되 차기 CEO 후보군으로서 상당 기간 투명하게 적임자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드세다.

윤석헌 교수는 “제프리 이멜트 현 GE 회장이 7년에 걸쳐 수십 명의 후보자와 경쟁한 후 지금 자리에 올랐듯이 국내 금융사 역시 이런 시스템 도입을 적극 도입해볼 때”라고 말했다.

민영화 성공한 우리은행, 초대 행장은

이광구 연임설 솔솔…이동건·남기명·유구현 도전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금융공기업 인사철이면 항상 같이 거론되는 은행이 우리은행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지분을 IMM PE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여러 곳에 쪼개 팔면서 민영화가 됐기 때문. 이제 차기 행장 선임은 과점주주의 한 표에 좌우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매입할 경우 사외이사 후보 1명을 추천할 권리를 부여, 5곳이 이사회에 각 한 표씩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민영화 첫 행장을 이사회가 과연 어떻게 선임할까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광구 행장에 대한 세간의 평은 나쁘지 않다. 2년 연속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연 데다가 민영화 1등 공신으로 분류되는 덕분. 또 행장 선임 때도 임기를 3년에서 2+1년 체제로 바꿔 민영화 성공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도 받았다. 결국 민영화가 됐으므로 연임이 유력하다는 인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광구 행장이 민영화 성공 후 ‘지주회사 전환’ 발언을 섣불리 내비쳤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인식을 심어줘 100% 연임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항마로는 대내외 신망이 두터운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남기명 국내그룹장이 거론된다. 또 최근 실적이 급상승한 우리카드의 유구현 사장 등 계열사 사장도 물망에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6호 (2016.12.07~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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