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옷 입힌다.. 융합전공제 내년 도입

이도경 기자 2016. 12. 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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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사제도개선안' 발표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는 지현(가명)씨는 ‘알파고-이세돌 대결’ 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공지능 영역 중 언어지능이란 분야가 있고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언어지능 분야는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는 현상을 연구한다. 인공지능과 접목되면 전문가 수준의 통·번역 프로그램부터 사람처럼 말을 배우는 로봇까지 적용 범위가 많다. 하지만 진로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학 한 분야로는 어려웠다. 컴퓨터 코딩이나 뇌 과학 등도 일정 수준 공부해야 했다. 체계적인 학습 로드맵 없이 다른 전공을 기웃거리다 학점은 물론 대학생활을 망칠 수 있었다.

대학학문 칸막이, 이번에는 바뀔까

지현씨 사례는 경직된 학문 단위를 고수하면서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교육부는 8일 전공·학과를 유연하게 구성·운영토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학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융합(공유)전공제다. 기존 학문 단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예컨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가 공동으로 드론공학 전공을 개설한다. 기계공학과 학생이 드론에 관심이 많다면 제1 전공인 기계공학을 포기하고 드론에만 전념 가능하다. 예전에도 학과 간 융합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기계공학 교육과정과 드론공학 교육과정을 병행해야 해서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 분야도 마찬가지다. 고려대는 올해 ‘언어·뇌·컴퓨터(LB&C)’란 전공을 만들었다. 국문 영문 심리 컴퓨터학과 등이 연합해 언어지능을 공부한다. 하지만 학과 간 장벽 등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영문과 학생이라면 제1 전공으로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뇌 과학 등도 병행해야 했다. 신지영 국문과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대학 내 학과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과 융합 전공을 만들 수도 있다.

서울권 주요 대학이나 거점 국립대학들은 ‘묘수’라고 평가한다. 세계 유수 대학들은 미래 유망 분야가 뜨면 전공을 유연하게 설정해 연구하고 인재를 배출했다. 우리 대학들은 연구 활동과 인재 양성이 ‘모집 단위’(학과·학부)에 묶여 있다. 1990년대 학부제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재정 지원을 ‘당근’으로 학과 통폐합을 유도했지만 대학 사회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번 방안은 기존 학과를 없애는 게 아니어서 교수 반발이나 기초학문 붕괴 우려가 덜하다. 재정 지원과 연계한 방식이 아니라 “학칙에 따른 자율”이라며 경쟁을 유도했다.

“무한경쟁, 변하지 않으면 도태”

중·하위권 대학들은 격차가 더 벌어질까 우려한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는 현상 유지도 힘든데 잘나가는 대학들의 족쇄를 다 풀어줬다. 변해야 산다는 위기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첨단 기업과 대학들의 장벽을 낮추는 ‘학습경험인정제도’가 확대된다. 기업에서 신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자가 대학원에 진학하면 근무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한다. 선진국에선 일반적인 제도다. 국내에선 산업대, 전문대 등에서만 시행돼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융합전공제로) 대학 내 학과는 물론 대학 간 학과들이 이합집산하고 기업도 참여하는 형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공 특성에 따라 학기 수를 달리하는 ‘유연학기제’도 허용된다. 현재 2∼4학기만 허용하던 것에서 5학기 이상, 학년별로 다른 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다. 대다수 대학들은 ‘1학기-계절학기-2학기-계절학기’로 운영된다. 앞으로는 1학년 1학기를 오리엔테이션 학기, 4학년 4학기는 현장학습학기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학점당 15시간 이상 이수시간만 준수하면 주말·야간·학기에 관계없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집중이수제’도 도입된다. 교수가 학생을 찾아가는 이동 수업도 가능해진다. 대학이 설립·인가된 장소에서만 수업해야 했다. 앞으론 한국체육대학 교수가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소한 학생 선수에 강의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도 열렸다. 국내 대학이 개발도상국 대학에 교육 과정을 수출하고, 해당 외국대학 졸업생에게 국내대학 졸업장을 주는 방식이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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