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법 스님 "아파트 단지로 간 불교, 인문학 배우고 환경운동..이웃 삶에 빛이 됐으면"

글 박경은·사진 김영민 기자 2016. 12. 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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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복합문화운동단체 ‘미르문화원’ 개원한 명법 스님

“(요즘 떠들썩한) 미르재단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거죠?”

명법 스님은 기자가 건넨 어리석은 질문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홍보효과가 있다고 해야 하나…. 물론 아무 상관도 없지만,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마음에 두었던 이름이라 잠시 망설이긴 했지요. 그렇지만 용이 갖는 의미나 그 기상이 얼마나 좋은가요.”

수행자이자 학자로서 균형을 잡아온 명법 스님은 지난 10월 초 복합문화운동단체 ‘미르문화원’을 개원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내온 벗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자며 의기투합한 공동체다. 불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불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이웃들에게도 열려 있다. “30년지기인 친구를 비롯해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몇 가지 키워드가 나오더라고요. 수행, 명상, 환경보호, 생태, 기부, 봉사. 이런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지향점이 모아졌습니다.”

미르문화원의 활동 영역은 불교와 인문학, 환경운동, 심신단련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불교와 인문학 분야는 문화원 개원 이전부터 수년간 ‘무빙템플’ ‘은유와 마음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스님이 꾸준히 이끌어 왔다. ‘무빙템플’은 불교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례나 형식은 줄이고 신도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사부대중이 열린 공간에서 만나 탁마한다’는 것으로, 자연이나 유적지, 봉사활동 현장 등 뜻을 함께한 불자들이 모인 곳 어디서나 법회가 이뤄지고 수행의 공간이 된다. 최근 새로운 법회의 모델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의 아파트 단지 사이 작은 공간에 미르문화원이 자리잡은 뒤 매주 이곳에서 정기법회가 열리긴 하지만 ‘무빙템플’의 기본 정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은유와 마음 연구소’는 은유(메타포)를 통해 심리적 문제를 통찰하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한 뒤 오랫동안 대학에서 현대철학과 미학을 강의해 온 스님은 그동안 불교와 인문학을 접목하는 시도와 실험을 해 왔다. 연구소는 그 결과물이다. 최근 스님은 <은유와 마음>이라는 저서를 통해 은유를 통해 마음을 치료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론도 설파했다.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스님은 당시에도 꾸준히 수행을 했다. 명상을 할 때는 좋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았고 현실적인 문제에 계속 부딪혔다. 지속된 고민은 ‘근본적으로 내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석사를 마친 뒤인 1993년 해인사 국일암에서 출가했다.

“얼마 전 성철 스님의 책을 다시 봤는데 그 시절에도 스님은 ‘요즘 세상이 이런 것은 종교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아프게 와 닿는 말씀이지요. 종교인들은 정신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작은 모임과 시도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웃과 사회에도 소박한 빛을 밝혀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 박경은·사진 김영민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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