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대 광명시장,"한 치 망설임 없이 탄핵으로 가 달라"

2016. 12. 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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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정규(광명)기자]양기대 광명시장은 8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더민주당이 주관하는 ‘탄핵버스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첫 번째로 참여해 연설을 했다.

양 시장은 “중앙정치권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탄핵 정국에서 전국의 지자체장들 또한 각자의 지역에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양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성 안의 대통령’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촛불집회를 남의 나라 일 보듯 한다”고 일갈했다.

양 시장은 또 현재의 상황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 사건 및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의 구속사건과 비교하며 “바뀐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이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라는, 아주 고질적이고도 악질적인 사슬을 끊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 시장은 현재의 상황을 ‘혁명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회가 결사항전의 자세로 이 명령에 응답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탄핵으로 가 달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이날 ‘탄핵버스터’에는 양기대 광명시장을 비롯해 염태영 수원시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최성 고양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 총 8명의 지자체장이 차례로 연설을 진행했다.


■다음은 양기대 시장의 ‘탄핵버스터’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기도 광명시장 양기대입니다.

▷ 지역 민심

제가 인구 35만의 광명에서 6년 째 시장을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시민들이 분노하고 또 울분을 표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서 달라는 얘기를 하십니다. 지역에서 제가 피부로 느낀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요새 경기도 좋지 않아 시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헌법과 정의가 위협받는 이 누란의 위기를 우리 시민들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중앙정치권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지자체장 역할

우리 지자체장들도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탄핵에 힘을 보태려고 애를 써오고 있습니다. 9일로 탄핵이 예정된 엄중한 상황에서 지난 4일 저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국기초자치단체장 20여 명이 모여서 이 탄핵 국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했습니다. 저희들 모두가 지자체장으로서 각자의 지역에서 탄핵이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또 국회에도 저희의 의지를 강력히 전달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오늘로 나흘째 탄핵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동안 국회의원과 시도당위원장 등 많은 당원 동지 여러분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지자체장으로서 제가 첫 번째로 나서게 되었는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결집시키는 이 자리에 저희 지자체장들도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성 안의 대통령

광명지역에 목사님이 한 분 계시는데, 이 분이 박근혜 정권 초기에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박 대통령, 얼마 못 갈거다. 왜냐?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에 부모를 총탄에 잃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일단 사람을 잘 믿지 않고, 남의 이야기도 잘 안 듣고, 또 남을 이해하려고도 안하고, 그래서 소통도 잘 안될 겁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를 않으니 그 동안 겉으로 봐온 것과는 달리 위선도 있을 것이고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과 최태민에게서 배운 대로 독재나 부패의 가능성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설마 하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았으며, 박대통령이 잘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 독선, 후안무치 그리고 권력을 이용한 부패,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헌정유린 사태를 보면서 그 때 그 목사님의 예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보면 ‘이게 나라냐’에서 ‘저게 대통령이냐’란 울분까지 토하게 될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이 매주 광화문을 가득 채우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남의 일인 것처럼,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대응합니다. 그리고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갖은 꼼수를 쓰는 것을 보면서 그가 여전히 자기 스스로가 쌓아놓은 성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바라는 촛불이 지난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40일째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어느 여당 정치인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촛불은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촛불집회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넘어 이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국민적인 열망의 표현입니다.

유모차를 밀면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평화롭게 거리를 행진하면서 민주주의의 현장을 경험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4.19 이후 보이지 않던 중고생조차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바라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6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광장에 나왔고 저도 그 동안 촛불집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

제가 지역에서도 느꼈고 촛불집회 때마다 광장에 나가서도 느꼈지만, 우리 국민들은 절박합니다. 이대로 가다가 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 8개월은 무능한 왕과 기득권 세력인 권문세족과 요승 ‘신돈’이 판치던 고려 말이나, 세계 변화 정세에 어둡고 권력쟁탈로 날이 새던 조선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국정농단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그 때와 뭐가 다르냐는 것입니다. 고려 말에도 신진사대부가, 조선말에는 많은 선각자와 갑오동학혁명을 통해서 시대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한 왕과 권력자들은 결국 나라를 패망의 길로 가게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국정 농단 뿐만이 아닙니다. 인사는 문제점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비정상일 정도로 망사였고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세월호 사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메르스 사태, 국정 교과서 왜곡, 북한 핵실험, 보육대란, 개성공단 패쇄, 우병우 직권남용, 한일군사보호협정 등 박근혜 정권의 실정은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특히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이루어 놓은 소중한 남북관계의 성과들을 송두리째 뒤엎어 놓고 ‘통일 대박’을 강변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특히,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우리 국민이 바닷 속에서 죽어가던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이제 국민들은 일어섰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의 본질이자 주체는 최순실이라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 본인만 모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책임을 전가하고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들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이제라도 당장 퇴진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끊는 계기로

저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15년 간 동아일보 검찰출입기자 정치부기자로서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구속을 지켜봤고,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가 구속되는 모습도 봤습니다. 이렇게 당대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척결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 때가 다시 떠오릅니다. 과연 그 때와 지금, 바뀐 것이 무엇인가? 물론 이번 사건에서의 뇌물죄 적용 여부는 특검에서 밝혀지겠지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그 때나 지금이나 패턴이 똑같습니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역설적으로 박근혜, 최순실이 참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회에 불러내기 그렇게 어려웠던 재벌총수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지 않았습니까? 그런 재벌총수들과 전경련 회장을 불러다 놓고 전경련을 해체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증여세, 상속세를 따져 묻는 장면은 아마 역사에 기록되리라고 봅니다. 이번 사건은 아주 불행하고 수치스럽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라는, 아주 고질적이고도 악질적인 사슬을 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도를 걸어 국민의 뜻에 부응하자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 그간 거국내각, 단계적 퇴진, 질서 있는 퇴진 등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에서 여러 가지 진통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 자신의 성 안에 갇혀있는 박대통령은 이 상황을 모면해보려고 다양한 꼼수를 부려왔습니다. 이런 어정쩡하고 갈팡질팡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국민들은 분노의 촛불로 정리해주었습니다.

지금은 87년 6월 항쟁과 비견할만한 그야말로 혁명적 상황 아닙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가, 특히 야당이 제 구실을 해야 합니다. 현재 상황을 제가 지자체장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정치권이 국민의 성난 파도에 얹혀서 떠밀리고 있는 모양으로 보입니다. 정치인들이 말만 하지 말고, 환골탈태해서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지금 원하는 것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입니다.

내일,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됩니다. 이 탄핵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관계없이 무조건 통과되어야 합니다. 광장에 나온 주권자인 국민은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은 탄핵이며 즉각적인 퇴진입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탄핵에 반대한 정치세력은 국민의 힘으로 제거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개한 지도자와 위대한 국민이 있는 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6차에 걸친 촛불집회에 6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모여도 비폭력 평화 시위를 통해 단 한건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 “600만명의 간디”가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우리 국민은 늘 위대했고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여기 계신 국회의원 여러분, 주권자인 국민이 탄핵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탄핵 부결된다면 국회의원을 총사퇴한다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이 명령에 응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자신도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광명시민과, 또 국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 뿌리 깊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후안무치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탄핵으로 가 달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저의 발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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