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개판"..서울 도심 '일왕 생일파티' 소동

박영주 입력 2016. 12. 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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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우리를 무시했으면 이런 시국에 고급 호텔을 빌려 생일파티를 하는가."

8일 이른 오후부터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정문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은 일본대사관 주최로 아키히토(82) 일왕의 생일파티, '내셔널 데이 리셉션'이 열렸다.

오후 5시30분께 시작되는 생일파티지만, 일부 시민은 오후 4시도 채 되지 않아 호텔 정문을 막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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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입구에서 오천도(가운데)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를 규탄하며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인도로 밀어내고 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2016.12.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를 규탄하며 시민이 항의하자 경찰이 행사장 밖으로 양팔과 다리를 들고 내보내고 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2016.12.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를 규탄하며 시민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자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2016.12.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입구에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 취재를 금지하는 안내판이 붙여져 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2016.12.08. suncho21@newsis.com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일부 시민 항의·개탄
진입 차량 앞 뛰어들거나 경찰에 끌려나가기도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얼마나 우리를 무시했으면 이런 시국에 고급 호텔을 빌려 생일파티를 하는가."

8일 이른 오후부터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정문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열 명 남짓의 시민들은 "나라가 개판이다, 나라가 미쳤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날은 일본대사관 주최로 아키히토(82) 일왕의 생일파티, '내셔널 데이 리셉션'이 열렸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오후 5시30분께 시작되는 생일파티지만, 일부 시민은 오후 4시도 채 되지 않아 호텔 정문을 막고 섰다. "왜왕 생일은 일본에서 하라"며 이날 열리는 생일파티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친일정치'라는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매고 어깨에 태극기를 두른 후 차량 진입로를 막고 섰다가 20명 안팎의 경찰로부터 저지당했다. 그러자 "왜놈 경찰이야, 한국 경찰이야?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인 거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4시20분께는 봉고차 한대가 쏜살같이 정문을 통과해 행사가 열리는 그랜드볼룸 앞에 멈춰섰다. 이 차량에서 내린 3명의 남성은 "취재하러 왔다. 나는 기자다"라고 말하며 경찰의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다 갑자기 안경을 낀 중년 남성이 "때가 어느 때인데 생일잔치를 하냐"며 "대한민국 땅에서 왜놈이 생일파티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사복 경찰이 이 남성을 제지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중절모를 쓴 중년 남성은 이 모습을 카메라 영상으로 그대로 담았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님이 바로 옆에 계신다. 나라 망신이다. 왜왕 생일파티를 왜 대한한국에서 하느냐"고 한탄했다. 이들은 경찰의 제지를 받으며 정문으로 끌려 나왔다.

홀로 호텔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의 넋을 기린 시민도 있었다. 한 남성은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등에 가방을 멘 체 '일본 위안부 20만명, 강제징용 조선인 600만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 남성은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오늘 발인을 했다. 이제 겨우 39명만 살아계신다"면서 "나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 상황이 창피해서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은 피의자 집에서 손뼉을 쳐주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오후 5시가 다가오자 검은색 차량이 줄지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한 남성이 진입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갑자기 뛰어들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사가 열리는 그랜드볼룸의 경비는 삼엄했다. 입구와 로비에는 각각 '취재금지'라는 푯말이 세워졌다. 이날 행사에는 약 3000명이 초대돼 6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받은 각국 인사는 한 손에 초대장을 움켜쥐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난해 생일파티 때와는 달리 간이 검색대는 보이지 않았으며, 로비도 한산했다.

한 관계자는 "매년 일부 시민들이 일왕 생일파티 개최를 반대하는 규탄시위를 벌여왔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시민이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경력 80명이 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경력이 대기 중"이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면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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