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송 어땠나요?> '도깨비' 김은숙 작가 진짜 고수구나

남지은 2016. 12.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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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티브이엔 금토 드라마 <도깨비>
‘대사발’ 전작 달리 서사구조 ‘탄탄’
공유의 압도하는 연기력도 ‘엄지척’
여전히 신데렐라 여주인공은 아쉬워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 금토 <도깨비>

과거 전장의 무신이었던 김신(공유)은 왕에게 배신당하고 가슴에 칼이 꽂혀 죽은 뒤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가 된다. 불멸의 삶을 끝내려면 칼을 빼줄 인간 신부가 필요하고, 그런 그 앞에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소녀(김고은)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공유가 2012년 <빅> 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1회 시청률 6.3%, 2회 7.9%.(닐슨코리아 집계) 세 명의 ‘첫방’ 평가단은 역대급 수작이 나왔다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모두 입을 모아 “볼래”

김선영 평론가 김은숙 작가가 칼을 갈았더라. 1·2회만 봤을 때는 역대 최고작이다. <시크릿 가든> 열풍 이후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로 이어지면서 김은숙표 로코가 진부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태양의 후예> 참여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아는데, 진부하다는 평가에 보란듯이 보여준 것 같다.

유선희 기자 도깨비라는 전통 샤머니즘에서 차용한 소재가 흥미롭다. 토속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점이 좋다. 죽을 운명을 거스르고 태어난 아이와 그 때문에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얽힌다는 설정도 기발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개도 신선했다.

김선영 김은숙은 우리나라에서 트렌드를 제일 잘 아는 작가다.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안다. 이번에는 공유와 이동욱을 함께 살게 하면서 ‘잘생긴 남자 투샷’에 열광하는 여심을 저격했다.

남지은 기자 <도깨비>를 높이 사는 부분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오던 것들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태양의 후예>가 성공하긴 했지만, 대사발에 뒷심 부족 등 비판도 많았다. 김은숙 정도 되는 ‘거물급’ 작가들은 비판에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그런데 제작발표회에서 스스로 “뒷심 부족하다, 대사발이라는 비판 잘 안다. 이번에는 서사에 신경썼다”고 말해서 놀랐다. 아직 1·2회이지만 긴 시간 할애해 등장인물의 배경을 탄탄히 보여주려 한 것이 신의 한 수 같다.

김선영 모든 캐릭터에 세심하고 풍부하게 서사를 깔아놔서 캐릭터도 훨씬 깊어졌고,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유치한 대사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처음 설정을 잘해놨기 때문이다. 명대사 강박증도 떨쳐버린 게 보인다. 다른 작품에선 “나 너 좋아하냐?”(<상속자들>) 같은 명대사들을 초반부터 꽂아넣어 작위적이기도 했는데, <도깨비>에서는 그런 것이 안 느껴져서 훨씬 보기 편하다. 남자 주인공이 매 장면 멋있어야 하는 강박도 깼다.

남지은 그런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돌아온 박지은 작가와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두 작가 모두 전작이 큰 성공을 거뒀는데, 한 작가는 답습하는 반면, 한 작가는 그 성공에 힘을 얻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 점에서 김은숙이 진짜 고수구나, 싶었다.

김선영 <별에서 온 그대>는 판타지에 코미디, 멜로, 미스터리를 잘 결합한 복합장르의 정점을 보여줬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그대>를 답습했다. 시작부터 중국 시장 겨냥해서 잘 팔리는 요소만 넣겠다는 강박이 너무 티가 나고 작가의 개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김은숙은 이미 그런 강박을 뛰어넘었다. <도깨비>도 여태껏 해온 작품의 색깔은 다 들어 있고, 완전 새로운 변신은 아닌데 새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역량을 발휘했고 좀 더 진중해진 것 같다.

유선희 공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섬세한 연기도 좋고, 드라마 전반을 압도하는 쓸쓸한 분위기마저 연출 가능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코미디와 멜로를 오가는 이런 드라마에 잘 어울린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둡게 표현하지 않고 충분히 밝은 미소 안에서 그런 아픔을 표현한다.

김선영 남성은 점점 능력이 커져 신까지 왔는데 여자 주인공은 여전히 신데렐라인 점은 아쉽더라. 남자 주인공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그리는 작가인데 여자 주인공은 발전하지 못했다. 벗어난 게 <온에어> <프라하의 연인> 정도일까.

남지은 2회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가벼워진 것도 의아스럽다. 900년 무게 잡고 살던 남자가, 톡톡 튀는 여고생 만났다고 급변할 수 있나.

정리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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