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통곡' 엄지원 "<미씽> 촬영 내내 외로웠다"

유지영 2016. 12. 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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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지원 "근래 나오지 않은 여성영화, 애정 많았다"

[오마이뉴스유지영 기자]

 배우 엄지원은 인터뷰 내내 웃었다. 최근 강아지와 함께 남산을 산책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 딜라이트
배우 인터뷰는 뭔가 특별할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사람을 처음 만나는 절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처음 만나는 사람치고 인터뷰어가 그 사람(배우)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는 일 같은, 형식적인 것을 뒤로 하고 인터뷰에 들어간다. 보통 명함을 건네받은 배우들은 이를 지갑 속에 넣거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탁자 위에 순서대로 펼쳐둔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엄지원은 명함을 받고 휴대폰을 꺼냈다. "촬영해도 되죠?"라는 말과 함께 카메라가 기자의 얼굴과 명함을 비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누굴 만났는지 기억하지 못 한다"며 밝게 웃는 엄지원의 얼굴에서 인터뷰 시작 전부터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1월 영화 <미씽>의 배우 엄지원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미씽> 분발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

"여자관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자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여자관객들은 정말 여자영화 안 볼까? 아니다, 재미있으면 보는 거지! (웃음) 그런 것에 대해 정면승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미씽>이 기본 이상의 성적을 거둬 다른 여성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꿈을 갖고 <미씽>을 시작했다."

여성 배우들이 중첩된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것처럼 영화 <미씽> 속 지선도 편견의 벽을 마주한다. 심지어 그 벽은 하나도 아니다. 난이도 높은 두더지게임처럼 여기저기서 편견의 말이 튀어나와 그에게 생채기를 낸다. "이래서 애 있는 여자에게 일 맡기기 싫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직장 상사, "애가 네가 엄마인 줄도 모르겠다"고 채근하는 남편, "집안에 여자를 잘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시어머니, 지선보다 의사인 지선의 남편 말을 더 신뢰하는 변호사와 경찰들.
 "영화 현장? 전장이었다. 충분한 예산으로 진행할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도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 안에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열심히'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 딜라이트
엄지원은 "편 나누기할 건 아니지만" 영화 <미씽>을 기존에 이미 많았던 남성적인 시선의 영화들과는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장르상 <미씽>은 스릴러 영화지만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범인이 왜 아이를 유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영화는 지선(엄지원)의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범인을 찾기 위해, 아이를 찾기 위해 지선은 뛰고 또 뛴다. 하지만 '마음고생'을 한 것에 비하면 체력적인 힘듦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게 엄지원의 전언이다.

"물론 스태프들은 남자들이 훨씬 많지만, 외적으로는 여자 두 명(엄지원·공효진)과 여자 감독 이렇게 셋이서 만들어 가야 하는 영화이지 않나. 책임감이 남달랐던 작품이었다. 근래에 나오지 않은 여성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배우에게는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모든 걸 다 떠나 이미 그 자체로 분발할 수 있고, 분발해야 하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그 이전에 작품이 재밌었지만."

"<미씽> 시나리오 읽자마자 수락해"

엄지원은 "내가 (출연하겠다는) 답을 늦게 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미씽>의 경우 읽은 날 바로 답을 해주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심지어 <미씽>의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을 보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다 읽을 때까지 내가 마치 지선의 옷을 입는 것처럼 감정들이 와 닿았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배역이 아니라 정말 옷을 입는 것처럼 쑥쑥 들어왔다."
 엄지원은 <미씽>을 "정말 대화를 많이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동료 배우인 공효진이랑만이 아니라 감독과 촬영·조명 감독과도. 그리고 또 각자 감독들도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고. 그 치열한 대화의 결과물이 <미씽>이 됐다.
ⓒ 딜라이트
<미씽>을 위해 그는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배우 엄지원 자신은 아이를 낳지 않았으나, 아이를 잃어버린 여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객들 가운데 분명 아기가 있는 어머니들이 있을 터. 엄지원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이 봤을 때 내 연기가 어떻게 닿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여전히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편, 감정의 결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그는 의상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시대극인 <경성학교>에서도 그는 디자인 제안을 한 바 있다. <미씽>에서 엄지원이 입고 나오는 옷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인물이 입는 옷도 그 사람의 일부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그 인물에 대해 배우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후반부에 입고 나오는 청바지는 엄지원이 원래 갖고 있던 옷이다.

엄지원이 <미씽>에서 가장 힘들게 촬영했던 장면은 김치냉장고신이다. (<미씽>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일 것이다.) <미씽>에서 지선의 시어머니로 나오는 배우 길해연은 김치냉장고신 촬영이 끝나고 엄지원을 꼭 안아줬다고 한다.

"그때 바로 '컷'하고 많이 울고 선생님도 많이 우셨다. 선생님이 안아주시면서 "아 너무 아프다, 힘들다. 이래서 어떡하니"라고 토닥토닥 해주셨다. 그렇게 선생님을 안고 한참 그대로 있었던 것 같다. 촬영 내내 마음 의지할 곳이 없고 홀로 사투를 벌이는 것처럼 많이 외로웠는데 선생님이 안아주었던 따뜻한 격려의 포옹과 눈물이 큰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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