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차세대우주망원경, 우주탄생의 비밀 밝힌다

문병도 기자 2016. 12. 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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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는 별을 관측하기 쉽지 않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 때문이다. 대기는 빛을 100% 통과시키지 않는다. 통과해도 빛이 흔들려서 제대로 천체를 볼 수 없다. 그나마 가시광선은 낫다. 감마선과 엑스선은 대기 상층부에 가로막혀 지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자외선과 적외선도 일부만 통과한다. 훼방꾼인 대기를 피하는 방법은 망원경을 우주에 설치하는 것이다. 우주에는 구름도 없고, 대기의 대류 현상도 없고, 방해되는 불빛도 없기에 망원경으로 훨씬 좋은 화상을 얻을 수 있다. 망원경을 우주에 설치하자는 생각을 최초로 해낸 사람은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라이먼 스피처(1914~1997)였다. 1946년 그는 우주에 망원경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 그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항공우주국(NASA)과 정부를 설득했다.
지상 610㎞ 궤도 에서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하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 5번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끝에 2021년 6월까지 활동이 연장됐다.
꿈이 이뤄진 건 40여 년이 흐른 후였다. 1990년 4월 24일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에는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우주망원경이 실려 있었다. 우주 팽창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의 이름을 땄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을 관측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구 상공 610km에서 지구 주위를 돌면서 천체 관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은 5번에 걸쳐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받은 뒤 애초 기대했던 15년의 수명을 훌쩍 넘겨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NASA는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의 활동 기간을 2021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100만 번이 넘게 우주 관측을 왕성하게 해왔다. 지난 4월에는 버블 은하인 ‘NGC 7635’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촬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발사한 지 1년 후인 1991년 4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로 콤프턴감마선망원경을 쏘아 올렸다. 감마선과 파장이 0.01~0.1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인 엑스선을 관측한다. 감마선은 우주선(宇宙線)의 하나이면서 파장이 가장 짧고 에너지가 가장 크다. 초신성 폭발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현상에서 주로 나오며, 별의 탄생이나 사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A.H.콤프턴(1892~1962)의 이름을 땄다. 2000년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임무를 마칠 때까지 수천 개의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며 우주의 고에너지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콜롬비아 호의 승무원들이 찬드라엑스선망원경 모형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세 번째는 1999년 7월에 발사한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에 실린 찬드라엑스선망원경이다. 백색왜성이 중성자별이 되기 위한 조건인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발견한 인도계 미국 물리학자인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1910~1995)의 이름을 땄다. 찬드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달을 의미한다. 파장이 0.1~10nm인 엑스선 영역을 담당한다. 1999년 발사됐을 때는 수명을 5년으로 계획했지만,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천체에서 나오는 엑스선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NASA의 위대한관측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2003년 8월 발사된 델타II 로켓에 실린 스피처우주망원경이다. 우주에 망원경 계획을 최초로 제안한 라이먼 스피처에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이전의 세 개의 망원경과는 달리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 운동을 하며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매년 0.1 천문 단위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적외선은 작은 별이나 멀어지는 은하,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천체를 관측하는 데 적합하다. 2005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외계 행성으로 ‘뜨거운 목성’으로 불리는 ‘HD 209458b’ 와 ‘TrES-1’으로부터 오는 빛을 직접 검출했다. 이전까지는 태양계 밖의 행성은 간접적으로 유추한 것뿐이었는데, 외계 행성을 최초로 직접 영상으로 관측한 것이다.

위대한관측프로그램으로 인해 감마선에서 적외선까지의 영역을 모두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를 선명하게 담아낸 ‘울트라 딥필드’와 같은 사진도 지상에서라면 불가능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2003년 9월부터 2004년 1월까지 똑같은 영역을 찍은 결과 울트라딥필드 같은 환상적인 사진이 나왔다. 위대한관측프로그램의 후계자들도 나왔다. 이미 임무를 마친 콤프턴감마선망원경의 역할은 NASA의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과 스위프트감마선우주망원경, 유럽우주국(ESA)의 인테그랄감마선우주망원경이 뒤를 잇고 있다. 가장 오래된 허블우주망원경도 후계자가 등장할 예정이다.

2008년 발사된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등 우주 현상을 관측한다. 또한 우주의 중력원인 ‘암흑 물질’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성자별인 펄서에서 전파뿐만 아니라 감마선도 나온다는 것을 밝혔다. 스위프트도 2004년 임무를 시작한 이래 600개 이상의 감마선 폭발을 찾아냈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관측한 가장 밝은 감마선 폭발도 있고, 빅뱅 이후 6억 3,000만 년 뒤에 일어나 우주 초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감마선 폭발도 있었다. 2002년에 발사된 ESA의 인테그랄은 가장 가깝고 희미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감마선으로 본 은하 평면 지도를 만들었다.

최근 등장한 우주망원경으로는 케플러와 플랑크가 있다.
외계 행성을 1,284개를 추가로 찾아내는 등 성과를 거둔 케플러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최근 ‘제2지구’ 후보 행성을 발견했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의 목표는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을 찾는 것이다. 2009년 3월 발사된 케플러는 372일의 공전주기로 우주를 관찰한다. 케플러는 약 15만 개의 별을 오랜 시간 동안 관측한다. 약 9,500만 화소를 갖춘 42개의 전하결합소자(CCD)로 이뤄져 있다. 케플러는 ‘행성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으로 행성을 찾는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 별빛이 어두워진다. 케플러는 0.002%의 빛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은 외계 행성 1,284개를 추가로 확인했다. 지금까지 발견한 지구와 유사한 행성 중 물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행성은 21개다. 특히 태양에서 1,400광년 떨어진 ‘케플러-452b’, 지구보다 조금 큰 ‘케플러-1638b’ 같은 행성들이 ‘제2의 지구’ 후보로 꼽힌다. 독일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플랑크우주망원경은 ESA가 2009년 쏘아 올렸다. 2010년 7월에는 임무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전체 하늘의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 빅뱅(우주 대폭발)의 잔류 광선인 ‘우주배경복사’(CMB)를 분석해 우주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약 8,000만 년 더 오래돼, 우주의 나이가 138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4,000℃ 정도로 식으면서 나온 빛이 ‘태초의 빛’이라고 불리는 우주배경복사다. 이 우주배경복사 광선의 온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빅뱅 후 38만 년 당시의 모습을 구현한 ‘우주지도’를 그려냈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1858~1947)의 이름을 땄다. 우주 나이의 비밀을 벗겨준 뒤 2013년 은퇴했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관계자들이 18개의 거울로 이뤄진 6.5m 크기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설치될 대형 반사경을 점검하고 있다.
26년간 우주망원경 왕좌를 지켰던 허블망원경을 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지난 11월 완성됐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NASA, ESA, 캐나다우주국(CSA)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완전히 펼쳤을 때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벌집 모양처럼 생긴 직경 6.5m의 반사경이 달릴 예정이다. 이 반사경은 허블(2.4m)보다 2.7배 크기로 7배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우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거울은 베릴륨으로 제작됐고 표면에 반응성이 낮은 금 박막이 코팅됐다. 로켓에 탑재하기 위해 접힌 채 쏘아 올렸다가 우주에서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허블망원경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NASA의 2대 국장인 제임스 웹(1906~1992)에서 이름을 땄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지상 610㎞에 위치하는데 비해 제임스 웹은 이 보다 훨씬 높은 ‘라그랑주(L2)’ 지역(150만㎞ 높이)에 머물며 더 먼 우주를 관찰할 예정이다. 라그랑주 지역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으로 매우 안정된 곳이다. 태양풍의 영향, 운석 회피 등으로 불가피하게 제임스웹을 이동시킨다 해도 저절로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장점이 있다. 또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 태양 빛 방해 없이 먼 우주를 볼 수 있고 망원경에 설치되는 가림막은 지구와 달에서 반사되는 빛도 막아준다.

제임스웹의 목적은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상태를 연구하는 것이다. 지상의 천체 망원경이 20억 년 전, 허블이 80~120억 년 전 우주 모습을 관찰했다면 제임스웹은 138억 년으로 추정하는 우주의 첫 천체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적외선을 관찰하기 때문에 허블우주망원경이 볼 수 없는 성운의 ‘속살’도 들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별은 먼지와 가스가 모인 성운 안쪽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일반 망원경으로 관측이 불가능했다. 제임스웹은 미국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등 기관에서 진동, 소음, 진공 상태 내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후 2018년 10월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2019년 봄이면 제임스웹이 촬영한 먼 우주의 실제 사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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