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후회 없는 김광현, SK의 미련한 에이스

2016. 12. 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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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선수의 진단 결과, 왼팔 굴곡근에 미세손상 판정을 받았다. 근육이 아주 작게 손상된 상태다. 큰 부상이 아닌 만큼 회복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 7월 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SK 구단은 전날 투구 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조기 강판된 김광현의 상태를 공식 발표했다. 굴곡근 손상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가 재활을 한다는 것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끼어 있어 후반기 시작부터는 가세가 가능할 것 같다는 전망도 함께였다. 당시로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던 진단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불행’의 씨앗이었다.

2주 정도면 회복될 것이라는 김광현은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정상 투구를 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7월 말까지도 재활에만 매달리자 “굴곡근 외에 인대 등 다른 부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이에 대해 당시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이렇다 할 추가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시즌이 끝나고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런 김광현은 이미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손상이 발견된 상황이었다. 굴곡근을 정밀 진단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된 부분이었다.

물론 국내 병원의 진단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당장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맞은 날벼락이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이라는 꿈도 암초를 만났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아예 쉬거나 일찌감치 수술을 하느냐, 아니면 재활로 참고 던지느냐. 그때 김광현은 후자를 선택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광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던지겠다고 자청했다”라면서 “아프긴 했다. 외부에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참고 던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팔꿈치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섰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모로 ‘미련한’ 선택이었다. FA 자격 행사와는 무관했다. 프리미어12 차출로 벌어놓은 등록일수가 있었다. 당시 김광현 측 관계자는 “KBO 문의 결과 등록일수는 이미 채운 상황”이라고 했다. MLB에 대한 꿈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한 관계자는 “복귀 후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몸 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속은 물론 분당회전수도 폭락했다. 오히려 김광현의 가치가 더 깎였다. 어차피 메디컬테스트에서 드러날 만한 부상이었다. 만약 MLB가 이유였다면 그냥 당시 수술을 받고 FA 재수를 택하는 것이 나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왜 미련한 일을 했던 것일까. “쉬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낫지 않았겠느냐”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김광현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제가 그럴 만한 성격이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팀이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국에 에이스의 피가 들끓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설명이었다. 꼬아 볼 수도 있겠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김광현의 진심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팀에 백의종군했다. 김광현은 당시 코칭스태프 및 구단의 책임론에 대해 재차 “내가 자청해서 던진 것이다”고 고개를 젓는다. 대신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광현은 “팔꿈치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발로 나가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불펜으로 짧게 던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불펜에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광현은 복귀 후 3경기에서 구원 등판했고, 시즌 막판에도 3경기를 불펜에서 뛰었다. 당시 “왜 김광현이 정상적인 선발 복귀 일정을 밟지 않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김용희 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김광현은 오히려 복귀 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얼굴에는 시즌 때 보지 못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상당 부분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그 직감대로 김광현은 수술대에 오른다. 5일 일본에서 정밀 검진을 했고 수술이 낫다는 소견을 확인했다. 1~2년 정도는 재활로 현재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시선에서 팔꿈치가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김광현은 일정이 잡히는 대로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행히 손상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는 않아 10개월 정도면 될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광현은 “첫 수술이라 두렵다”라고 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김광현은 결론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도,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는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SK라는 팀에 항상 충성을 다해왔던 김광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택했다.

SK도 어쩌면 미련한 결단을 내렸다. 토미존 서저리로 최소 1년, 적응기까지 합치면 최대 2년 정도는 100% 상태가 아닐 수 있는 김광현에게 4년 총액 85억 원의 보장 금액을 안겼다. 여기에 대규모 옵션까지 얹어줬다.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SK 또한 분명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찌 보면 미련함과 미련함이 만나 성사된 계약이었다. 그리고 양자는 또 ‘미련하게’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양자의 진심이 향후 어떤 결과로 평가될지, 2016년 겨울의 스크랩은 여기까지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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