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아베..꿈 없는 日 청년들

이진수 입력 2016. 12. 8. 08:52 수정 2016. 12. 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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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030, 세계서 가장 우울..40% "미래에 희망 없다"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일본의 젊은이들(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선진국 가운데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장 우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소재 인적자원 컨설팅 업체 맨파워그룹이 18개 선진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답한 일본 젊은이들의 비율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대상 1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최근 수년 동안 극심한 경기침체와 정치격변을 경험한 그리스의 젊은이들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부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음에도 일본의 젊은이들은 '디플레이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일본 경제를 짓누르며 밝은 미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신세대는 앞으로 많은 고령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 적어도 33% 이상은 '2중 노동시장'의 응달로 치닫고 있다. 다시 말해 임금수준이 낮고 근로조건이 열악하며 승진기회가 적은데다 고용불안이 심한 노동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짊어지고 있는 공공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20대는 연금제도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찌감치 은퇴 후 생활에 대비해 소비하지 않고 열심히 저축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저임금 혹은 임금 정체 탓에 결혼, 주택 구매,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한다. 37%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정부가 연금제도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 아래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해볼까 고민하는 이도 많다.


일본 청년들이 안전을 선호하다 보니 아베 총리가 꿈꾸는 '위대한 기업 국가' 실현에 필요한 '야성적 충동(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가 갓 취업한 자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10년이 넘도록 이들에게서 도전정신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의 신세대는 가능한 한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한다.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랜들 존스 한국ㆍ일본 담당관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이런 사고방식이 큰 문제"라며 "이들은 대기업 일자리가 아니면 공무원만 고집한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의 중대 과업 가운데 하나가 청년들의 이런 태도를 바꿔놓는 것이다. OECD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활수준을 높이려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는 기업가정신이 전제된다. 그러나 일본인들 사이에서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존스 담당관은 "일본에 많은 특허권과 기업유보금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충분히 활용할만한 기업가정신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상당수 젊은이가 추구하는 가치와 그들의 부모ㆍ조부모 세대가 추구한 가치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부모ㆍ조부모 세대와 달리 재산보다 경험을, 승진보다 성취감을 중시한다. 그래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부모ㆍ조부모 세대와 동일한 젊은이도 많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데 부족함 없는 안정된 직장의 월급쟁이로 남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생활복지연구소가 올해 조사해본 결과 결혼을 원하는 20대 일본 남녀의 비율은 지난 3년 사이 각각 39%, 59%로 줄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은 임금을 이유로 들었다.

도쿄(東京)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의 미야모토 히로아키(宮本弘曉) 부교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2중 노동시장 때문"이라며 "2중 노동시장은 노동자들의 기술향상 기회마저 제한해 궁극적으로 경제에 해가 된다"고 분석했다.

공공부채는 일본의 신세대에게 가장 큰 짐으로 작용할 듯하다. 독일 베르텔스만재단에 따르면 2011년 15세 미만 일본 아동 1인이 안고 있는 공공부채 규모가 79만4000달러(약 9억3500만원)로 이탈리아ㆍ그리스 아동이 떠안은 부채의 2.5배를 웃돌았다. 게다가 노인에 대한 사회지출이 기형적으로 크게 늘어 일본은 세대간 불균형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가 됐다.

일본 젊은이들의 반응은 이미 시작됐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내수가 정체된 지난해 25~34세 젊은이들의 저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내수 성장세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청년층 아닌 노년층 탓이 더 크다. 존스 담당관은 "일본이 공공부채를 그나마 현 수준으로 묶어두려면 8%인 판매세율부터 올리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8%라면 OECD 평균인 20%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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