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타협에 인색해지는 지구촌..무엇이 옳고 그른가

심진용 기자 2016. 12. 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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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금 세계는 ‘과거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최근 영국 BBC는 지적했다. 토론과 숙의를 미덕으로 삼던 서구 민주주의 가치는 쇠락하고 선동과 위협의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은 사회통합을 위해 고심하지만 좀처럼 답은 보이지 않는다. 성소수자 문제, 반이슬람·반난민 흐름과 증오발언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고민거리가 돼버렸다.

■ 무지개색 사자상에 성난 홍콩

홍콩에서 성소수자 권리 논쟁에 불이 붙었다. HSBC 본사 건물 앞 무지개색 사자상이 계기가 됐다. 홍콩 HSBC는 지난달 말부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응원한다며 기존의 갈색 사자상 대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복제품을 세웠다. “각자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HSBC의 핵심 가치”라며 12월 한 달은 이 무지개색 사자상이 본사 앞을 장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단체들은 “무지개색 사자상이 가족에 대한 홍콩의 전통적인 가치를 짓밟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무지개색을 칠한 건 수사자들이 이제 게이라도 됐다는 뜻인가” 같은 비난도 나왔다. 2011년 조사에서 홍콩인 22%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25%는 성소수자 채용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합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메르켈 “부르카 금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 집권 기독민주연합(CDU) 전당대회에서 이슬람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신을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법적으로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법은 명예 규범이나 부족 관습, 이슬람 율법 샤리아보다 우선한다”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라고도 말했다.

메르켈이 부르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카로 대상을 한정해, 머리에 두르는 히잡까지 금지하는 프랑스 법안과는 차별성을 뒀다. 메르켈은 그간 이슬람에 대한 관용을 강조해왔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커져가는 반이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뮌헨에서는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졌다. 5일에는 아프간 출신 17세 난민 소년이 지난 10월 일어난 대학생 살해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다. 이 사건에 대해 “난민 전체가 아닌 한 사람의 문제”라고 했던 메르켈은 6일 연설에서 난민 반대 정서를 의식한 듯 “2015년 여름 같은 상황이 반복돼선 안되고 반복될 수도 없다”고 했다.

■ 캐나다로 전염된 트럼프식 막말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며 즐겨 쓰던 증오의 언어가 국경 너머 캐나다로까지 퍼졌다. CBC뉴스는 지난 4일 앨버타 주의회를 둘러싼 성난 군중이 확성기까지 동원해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레이첼 노틀리 앨버타주 총리가 밀어붙인 탄소세가 이들을 자극했다. 탄소세가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되면 기름값이 올라간다.

탄소세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극단적인 언어로 표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에서 클린턴을 향했던 마녀사냥식, 여성비하적인 증오발언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기 때문이다. 로나 앰브로스 보수당 대표는 “캐나다에서는 나쁜 정책을 추진했다고 사람을 감옥에 가두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바보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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