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배정희 <10> "우리 동네에는 예수라는 사람 살지 않아요"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2016. 12. 7. 21: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8년 여름 교회 자매들과 시골마을에서 축호 전도를 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길에서 소똥으로 연료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선교 제한 국가인 인도에서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해선 안 된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굶고 병든 사람들 하소연에 충격.. 갑자기 복음이 무력하게 느껴져
1998년 인도 델리 외곽 노다지역 전도집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아주머니를 위한 축복기도를 하고 있는 배정희 선교사.

1998년 여름 교회 자매들과 시골마을에서 축호 전도를 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길에서 소똥으로 연료를 만들고 있었다. 우린 그에게 다가가 “예수님을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예수라구요? 잘 모르겠네요. 우리 동네에는 예수라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아, 이 동네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이랍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지요. 그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우리의 모든 죄가 다 씻기고 구원받아요.”

“좋은 분이군요. 우릴 위해 돌아가셨다니. 그런데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밥입니다. 구원이고 나발이고 밥 먹여 주는 사람이 최곱니다. 난 사흘을 굶었어요. 배고파 죽겠다구요. 밥 좀 주세요.”

난 그 말에 충격 받았다. 아주머니는 사흘이나 배를 곯았다고 했다. 맨손으로 소똥을 긁어 손톱에 똥이 배어 있다. 온몸에 소똥 냄새가 났다. 그런 상황에서 복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아주머니는 소똥 냄새가 밴 손가락으로 소를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이 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등을 다쳤어요. 우리 집의 유일한 재산입니다. 저것마저 떠나면 난 죽어야 해요. 수의사한테 갈 돈이 없어 민간요법으로 약을 만들어 발라 줬어요. 예수라는 사람이 정말 있다면 이 소 다친 데를 낫게 해주면 좋겠네요.”

소 등에는 소똥과 나뭇잎을 이겨 만든 약이 발라져 있었다. 그 등에 수많은 파리 떼가 붙어 있었다. 아무리 휘저어 보아도 파리 떼는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파리 떼가 꼭 죄의 덩어리 같았다. 수많은 죄들이 이 파리 떼와 같이 우리 인생의 찌꺼기에 기생하며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복음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에게 복음이란 사치스러운 말 같았다.

이들은 복음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분명히 복음은 능력이고, 생명이라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그것을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확고하게 있으면 복음을 무력케 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선교 제한 국가인 인도에서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해선 안 된다. 대신 “나 예수 믿어요”라고 말할 순 있다. 일상에서 복음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들로 하여금 복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 이후는 하나님이 하신다. 영혼의 구원 자체도 그분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복음이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소똥 냄새 나는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난다. 그럼에도 복음은 능력임을 믿고 선포해야 한다. 그분도 어느 날 밥 먹는 것보다, 소를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선교사로서 복음과 더불어 떡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떡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복음을 전할 매개가 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선 떡과 복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어떤 경우에도 우린 복음을 전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만나는 인도인들마다 이 말을 전한다. “나 예수 믿어요. 예수라는 분을 믿는다고요.” 주 예수 그리스도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아는 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 앎으로부터 복음의 전파는 시작된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