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처리 막판 변수는 '표결 찬반 공개' 여부

문대현 기자 입력 2016. 12. 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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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문대현 기자]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20인, 찬성 196인, 반대 10인, 기권 14인으로 가결 처리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찬반 여부에 대해 기명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탄핵안 표결은 현행법상 무기명 투표로 하게 돼 있다.

9일 본회의에 상정될 탄핵안은 가결될 것으로 보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야당 및 무소속 의원 172명에 여당 의원 최소 28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의 분위기는 물론, 여당 내 비주류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돼 가결은 무난할 거란 추측이다.

그런데 탄핵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찬성표가 굳건할 것으로 보이던 야권의 일부가 '정략적인 계산'에서 반대로 돌아서 부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 내에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고 들어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이 발언은 당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지만 최근 여권 안팎에서 이와 같은 말이 돌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이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국민 여론은 더욱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6회에 걸쳐 진행된 촛불집회는 점점 더 거세져 정권 퇴진 뿐 아니라 새누리당 해체 요구까지 번질 수 있다. 무기명으로 표결이 진행된 채 부결이 되면 이제까지 분위기 상 그 책임은 야당보다는 여당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투표가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여당에서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야당은 이 점을 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대표가 야권에서 나온 게 알려질 경우 야권에게도 엄청난 쓰나미가 닥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당에서 정계 개편을 노리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이같은 위험성에도 탄핵 반대 카드를 던지는 도박을 자행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물갈이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계 개편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김 전 대표는 야권의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새누리당, 특히 탄핵에 앞장서는 비주류로서는 일부 야권의 뜻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탄핵안을 기명투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병국 의원은 7일 오전 'KBS 라디오'에 나와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비주류의 경우 탄핵안에 책임 있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금 일각에서는 모 후보측에서 이것(탄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 실질적으로 탄핵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들까지 심지어 나오고 그래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들도 나온다"며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저희들 나름대로의 결단을 내려야 된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속내에는 탄핵 부결 역풍이 새누리당으로 오면 지역구(경기 여주양평)를 포함한 수도권 민심 또한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정권 퇴진 운동이 일어나곤 있지만 특히 수도권에서 그러한 열기가 뜨거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 비주류 중에서도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더더욱 본인의 탄핵 찬성표를 대외적으로 공개해 지역 민심을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탄핵 투표를 기명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날(6일) 'YTN 라디오'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대놓고 탄핵한다고 하면 난처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좋은 정치는 한 마디로 책임정치고 예측 가능한 정치"라고 기명투표를 강조했다.

난처해진 친박…속내는 어떠한가?

기명 투표로 진행되든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든 난처해지는 쪽은 새누리당 내 주류들이다. 찬성을 하자니 박 대통령과 관계가 난처해지고 반대를 하자니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국민들에게는 '새누리 주류는 곧 탄핵 반대'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윤상현·민경욱 등 주류 측 의원을 비롯한 인천 새누리당 소속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친박근혜 계인 윤 의원과 민 이원이 탄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이 박 대통령과 인연을 끊겠다는 뜻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 뻔하다. 대부분 국민들은 이들은 당연히 반대표를 행사했을 거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주류, 즉 친박계 중에서도 탄핵 찬성 쪽으로 마음을 돌린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6일 박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친박계에게 출구를 열어줘 친박계는 부담을 덜고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될 경우 새누리당 전원이 찬성하지 않는 이상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친박계 전체가 국민에게 질타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중 일부는 '차라리 기명투표로 가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아예 표결 결과를 공개해서 지역민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는 있지만 스스로 공개하자고 선뜻 나서지는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계가 기명 투표를 주장하자 친박계로서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거란 추측이 나온다. 정치권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박 대통령의 권력은 무너진 상태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스스로의 자존심에 기명 투표를 요구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비박계가 먼저 나서주니 친박계로서는 '울고 싶은 얘 뺨 때려주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만약 기명 투표가 현실화된다면 친박계뿐 아니라 야당의 이탈표 또한 확인할 수 있어 정치권을 대하는 민심은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철규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 내에서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탄핵안 표결에 찬성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친박도 비박도 아닌 중립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지난 5일 "중대한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탄핵안 표결 결과와 관계 없이 지역구 민심을 대변했다는 측면에서 지역민들의 최소한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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