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모욕한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

2016. 12. 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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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7일 두 번째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했다. 사태의 주범인 최씨와 딸 정유라씨를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및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등 핵심 관련자들이 갖가지 이유를 대며 출석을 거부해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되고 만 것이다.

 구속 상태인 최씨는 ‘공황장애’를 불출석 사유로 댔다. 하지만 최씨는 구속된 지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의약품을 반입한 기록이 없다. 꾀병을 핑계로 출석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정수석 시절 최씨의 국정 농단을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그는 집을 떠나 장모의 저택에 은신하는 꼼수까지 쓰며 출석을 거부했다. 출석요구일 7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 불출석해도 처벌받지 않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검사 출신으로 법 질서의 최종 파수꾼 격인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이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국민을 농락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렇게 국정 농단에다 법치 농단까지 서슴지 않는 자들에겐 국법의 엄중함을 보여 줘야 한다. 국조 특위는 청문회 횟수를 늘리거나 구치소 현장 조사를 해서라도 이들을 반드시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끝까지 불응하면 국회모욕죄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

 현행 증언감정법을 개정하는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증언감정법은 출석을 요구받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증인들이 끝까지 출석을 거부하면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날 청문회에 채택된 증인 2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이 불출석한 것도 이런 법의 허점 때문이다. 국회의 출석요구서에 사법기관의 구인영장만큼의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핵심 증인들이 불참했으니 7일 청문회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것은 당연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질문마다 “모른다”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구속 수감 중 불려 나온 차은택씨가 “최씨가 가 보라고 해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했지만 김 전 실장은 “대통령 지시로 차씨를 만났다”고 다른 말을 했다. 최씨가 출석했다면 대면 추궁을 통해 누구 말이 맞는지 진상이 드러났을 것이다.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이 새삼 아쉬운 대목이다.

 의원들도 반성해야 한다. 하루 종일 증인들을 닦달했음에도 결정적인 증언 하나 끌어내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고영태씨에게 “최순실을 좋아하느냐” 같은 선정적인 질문을 던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증인은 죽어 천당 가기 힘들 것”이란 막말을 하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는 분노를 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 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대로 된 답변을 끌어내지 못하는 무능을 호통이나 막말로 덮으려 하는 의원은 청문위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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