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향수 자극하는 대형 뮤지컬

이윤주 입력 2016. 12. 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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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캐롤' '보디가드' '서울의 달' 국내 초연
내년 2월까지 초연하는 뮤지컬 '오!캐롤'에서 남경주(왼쪽에서 네번째), 전수경(다섯번째) 배우가 최순실 정국을 풍자한 쇼를 선보이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12월은 7, 8월 여름휴가철과 함께 뮤지컬 시장 최대 성수기로 불린다. 관람객이 2∼3배로 늘어나는 연말에는 뮤지컬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 정점에 이른다.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원하는 배우와 날짜, 맘에 드는 좌석까지 갖춘 완벽 관람을 위해서는 여전히 입도선매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다’ ‘팬텀’ ‘몬테크리스토’ 같은 검증된 흥행작이 줄줄이 재공연되는 가운데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대형 뮤지컬들이 있다.

올 연말 초연하는 객석 1,000석 이상 대형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196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그때 그 시절’ 노래와 드라마를 밑천으로 삼았다는 것.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 신작의 8, 9할을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 차지하는 최근 공연계 흐름이 국내에도 반영된 셈이다. 친숙한 음악 또는 이야기로 뮤지컬 입문의 진입 장벽을 낮춰 보다 다양한 흡수할 수 있는데다 복고 열풍이 맞물렸다는 해석이다.

착 감기는 노래, 기본 풍자는 덤

내년 2월5일까지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초연하는 ‘오!캐롤’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닐 세다카의 대표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를 배경으로 여섯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오랜 시간 친구로 서로를 지켜봐온 리조트 쇼 진행자 허비와 에스더, 결혼식 당일 파혼당한 신부 마지와 그의 친구 로이스 등 좌충우돌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오!캐롤’,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원 웨이 티켓’ 등 올드 팝송 21곡이 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국내 관객 입맛에 맞춰 각색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1막 초반 허비와 에스더가 리조트 쇼를 진행하는 대목이다. “우리 집 개가 말을 안 들어요. 이름이 순실이라고. 여기저기 똥을 싸고 다녀서…” “버릇을 고쳐주러 달로 보내야겠군요. 심심하지 않게 ‘그네’도 달아주고 말이죠.” 제작진이 국내 현실을 반영해 풍자성 대사를 넣었다. ‘4050세대의 김준수 옥주현’으로 불리는 1세대 뮤지컬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허비 역에는 남경주 서영주 서범석이, 에스더 역은 전수경 김선경 임진아가 맡았다. 감상 포인트는 친숙한 음악에다 답답한 시국을 날려버릴 경쾌한 이야기.

15일부터 초연하는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주역을 맡은 가수 양파와 박성웅. 극중 영화 주인공들과 싱크로율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CJ E&M 제공

고음 대결, 승자는 누구

15일부터 내년 3월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보디가드’는 1992년 개봉했던 휘트니 휴스턴ㆍ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경호원 프랭크 파머가 스토커에 쫓기는 여가수 레이첼 마론을 보호하면서 싹트는 러브스토리가 큰 줄거리로 영화보다 더 간결하게 다듬었다.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아이 해브 낫싱’ ‘런 투 유’ 등 휘트니 휴스턴이 영화에서 부른 명곡 15곡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가창력 폭발하는 보컬 여신 마론 역은 뮤지컬계의 디바 정선아, 가수 이은진(양파), 2012년 Mㆍnet ‘보이스 코리아’로 데뷔한 가수 손승연이 번갈아 맡는다. 세 사람 다 독보적인 가창력 소유자로 최근 청음회에서 일부 공개한 넘버 시연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은진과 손승연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파머 역에는 배우 박성웅과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감상 포인트는 보컬 여신들의 고음 대결, 영화ㆍ뮤지컬 배우들의 싱크로율 비교.

10일부터 초연하는 뮤지컬 '서울의 달'에서 주역을 맡은 이필모(왼쪽), 박성훈. 82부작 드라마를 2시간여로 압축한 신작은 원작 속 유명 테마곡 등을 무대에서 들려준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제비족에서 호빠 에이스로 변신

1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서울의 달’은 1994년 시청률 50%를 달성했던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은 창작 뮤지컬이다. 전남 장흥에서 상경한 홍식과 춘섭의 고달픈 서울살이를 소재로, 사랑과 야망이란 주제를 골격으로 82부작 드라마의 엑기스만 뽑아 압축했다. 단 배경을 2016년으로 옮기면서 홍식의 직업이 카바레 제비족에서 최순실 사태로 이슈가 된 호스트바 에이스로 바뀌었다. “각자도생 승자독식 유체이탈 책임회피” 같은 이 시대의 구호는 넘버 가사로 시종 반복된다. 착한 여자 영숙보다 센 여자 서현의 비중이 커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원작 드라마에 삽입된 ‘서울 이곳은’ 등 대표곡을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한다. 드라마 속 익숙한 멜로디들이 작품 곳곳에서 배경음악으로 연주된다. 한석규, 최민식을 스타덤에 올렸던 홍식, 춘섭 역은 배우 이필모, 서울시뮤지컬단 단원 박성훈이 맡았다. 감상 포인트는 빠른 스토리 전개와 현실을 반영한 세태 풍자.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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