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석에 선 '왕실장'.. "모른다" "죄송" 두 단어만 반복

조원일 2016. 12.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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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왕실장’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부 권력 최정점에 섰던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국회 국정조사 증인석에 앉아 "모른다"와 "죄송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의 남편 정씨와 소위 ‘십상시’로 불리는 일부 대통령 측근들이 김 전 실장의 축출 등을 모의했다는 취지로 작성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보고서에 대해 "그걸 알아보라고 안 한 걸 후회한다. 문건에 제 거취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묵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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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모르쇠' 일관

“대통령 사사로운 생활 몰라

미용사 출입도 비서실은 몰라

정윤회 문건 알아보라 안해 후회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알아”

세월호 靑 책임 언급도 피해가

청문회 시간 길어지자

“나이들어 힘들다…그만 하겠다”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오전 질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며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bwh3140@hankookilbo.com(mailto:bwh3140@hankookilbo.com)

한때 ‘왕실장’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부 권력 최정점에 섰던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국회 국정조사 증인석에 앉아 “모른다”와 “죄송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두 단어로,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의 친분관계는 물론, 최씨 측의 인사 개입, 대통령의 행적, 정윤회 문건의 내용 등 모든 의혹을 피해갔다.

김 전 실장은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이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라며 관저에서 정상적 업무 수행을 진행했다고 맞섰지만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 전 실장은 과거 “대통령은 24시간 근무한다”며 박 대통령을 추켜세웠지만 이날은 “공무 수행도 하고 사사로이 주무시는 시간도 있지 않겠냐”며 궁색한 답변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직전 전담 미용사 정모씨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역시 아래 직원들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김 전 실장은 “당시에 미용하는 사람이 드나든 것은 몰랐다. 경호실이면 몰라도 비서실은 모른다”고 말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정씨의 표준근로계약서를 보면 임명자가 김 전 실장”이라고 증거를 들어밀었지만 김 전 실장은 “총무비서관실에서 (계약을) 해서, 제 명의로 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이 “참사 당시 정씨 외에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또 다른) 정모씨가 들어갔는데 아나”라고 재차 물었지만 김 전 실장은 역시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주 불행한 참사이긴 하지만 재판에서 밝혀졌듯 회사(청해진해운)의 과실도 있었고 구조적 문제도 있었고 많은 원인이 겹쳐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끝내 자신을 포함한 청와대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사전 징후로 재평가 받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의 남편 정씨와 소위 ‘십상시’로 불리는 일부 대통령 측근들이 김 전 실장의 축출 등을 모의했다는 취지로 작성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보고서에 대해 “그걸 알아보라고 안 한 걸 후회한다. 문건에 제 거취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묵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건에 최순실 이름은 안 나온다”며 “태블릿PC 보도로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이 노회하게 추궁을 피해가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실장의 왜곡된 인식, 70년대로 퇴보한 공안통치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쓰러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최순실이 누군지 안 알아봤다면 비서실장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박범계 의원이 “네티즌들로부터 법률 미꾸라지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실장의 대답은 “알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기억이 안 난다” “부덕의 소치”라는 것이었다. 청문회가 길어지자 그의 입에서는 “나도 나이가 들어 힘들다” “그만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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