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장년층 200만원도 못벌지만 비상구 없다

2016. 12. 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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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재호 교수, 노동패널 자료 분석
전체 자영업자 평균보다 매출 낮고
사업전환해도 성공확률 훨씬 저조
상용직노동자로 이직도 21.3%뿐
“임금노동자처럼 사회안전망 확충을”

“빚내서 자영업하다 망하고, 또 빚내서 자영업하는거죠. 취업자리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20~30대가 널렸는데 누가 우릴 써주겠습니까?” 충남에서 6년째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운영하는 ㄱ(52)씨는 30살 때 속옷 장사를 시작으로 김밥집, 빵집 등 안해본 것이 없는 자영업자다. ㄱ씨는 “피자집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 이곳저곳에 원서도 넣어봤지만 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자영업자 대부분이 자식들은 커가고 생활은 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피자집을 폐업한 ㄴ(55)씨도 사정이 비슷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퇴직금과 집 전세금을 털어 피자집을 열었지만, 휴일 없이 일해도 한달 실수입이 150만~2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ㄴ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ㄴ씨는 “지금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2~3년 안에 퇴출 예정”이라며 “취업생명이 끝났는데 어떻게 다시 직장에 들어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장년층 자영업자는 매출액이나 소득에서 더 열악한 상황이면서도 사업을 포기하는 비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낮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임금노동자로 이직하기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경제학)가 1999~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장년층 자영업의 경영성과’ 논문을 보면, 장년층(55~69살)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논문은 연령대를 15~39살, 40~54살, 55~69살 세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이 분석을 보면 전체 자영업자의 지난해 기준 연간 실질매출액은 1억2295만원인 데 반해, 장년층 자영업자의 연간 실질매출액은 지난해 1억1944만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의 경우 장년층은 전년에 비해 매출이 4568만원(39%) 하락했으나, 40~54살은 813만원(6.1%) 감소하는 데 그쳐 장년층 자영업자가 경제위기에 훨씬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자영업자가 하던 사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업전환’을 할 경우,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연령대 평균을 보면 변경 전 206만6천원이었다가 변경 후 237만1천원으로 평균 30만5천원 늘어난다. 15~39살은 53만8천원, 40~54살은 45만2천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장년층의 경우엔 179만9천원에서 177만4천원으로 2만5천원이 도리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년층은 사업전환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말이다.

전체 자영업자가 사업을 포기한 뒤 다시 자영업자가 되는 비율은 38.3%였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자영업자가 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장년층은 42.6%인 반면, 40~54살은 40.7%, 15~39살은 31.6%가 다시 자영업을 택했다. 임금근로자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상용직 노동자로 이직하는 비율은 장년층이 21.3%에 그쳤지만 40~54살은 30.9%, 15~39살은 44%였다. 장년층일수록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금 교수는 “장년층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빈곤의 위험에 처해있지만 사업을 포기하는 비중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아, 현재의 일자리가 막다른 일자리일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자영업자들을 임금노동자처럼 간주하여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임금노동자로의 원활한 전환을 돕는 고용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취업자의 25.9%인 678만명으로,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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