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칼럼] 청와대의 '보안 손님'
최순실은 은밀한 대접 받아
YS 정권 경호실장은 달랐다
"박상범, 김현철 탈선 보고"
김기춘, 대통령 대면 증언 충격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뵌 적 있어"
보안 손님은 부속실 요청으로 지정한다. 문고리 비서관 안봉근의 업무였다. 그의 첫 청와대 직책은 제2부속비서관이다. 보안 손님은 특혜 대상이다. 경호실의 신분확인 출입증은 필요 없다. 경호실은 그 손님에 대해 통상적인 검색 조치만을 한다. 담당 경호원은 손님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업무의 교묘한 분리 규정이다. 하지만 경호실장은 손님의 정체를 알았을 것이다.
경호실장 위치는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는 박 대통령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위해(危害)는 바깥보다 내부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10·26 대통령 시해사건’ 교훈이다. 신변 위험은 보안 손님으로부터 올 수도 있다. 경호실은 그런 극단적 가능성도 따져본다. 그 때문에 근접 경호에서 인적 파악은 필수다.
청문회의 여야 의원들은 경호의 허술함을 따졌다. “최순실 국정 논단, 그 커다란 잘못의 시발은 경호실”(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라고 몰아쳤다. 그것은 최순실의 잦은 출입 허용에 대한 비판이다. 이영석 차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보안 손님의 독무대였다. 문고리 3인방은 영리한 하수인이었다. 청와대는 그들의 으스대는 궁정이었다. 그 기세만큼 장관들은 소외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장관과의 만남을 주저했다. 그 실상은 밝혀질수록 충격이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의 증언(7일 청문회)은 놀랍다. “(대면보고가) 일이 있을 때는 뭐 일주일에 두 번도 되고, 또 뭐 일주일에 한 번도 (대통령을)못 뵙는 경우도 있다.” 김기춘은 현 정권의 대표적인 비서실장(2013년 8월~2015년2월 근무)이다. 그쯤 되면 권력의 자폐(自閉) 상황이다. 아니면 그 고백은 자신의 역할 한계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인가. 그런 모습은 과거 정권에선 상상할 수 없다. 여성 대통령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그렇다. 예전 박정희 대통령의 일정은 비서실장의 아침보고로 시작됐다. 그 후의 모든 대통령들의 행적은 비슷했다.
대면보고 기피는 권력 위기의 드라마를 만든다. 2015년 1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생각난다. “(대면보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웃음) 대통령 뒤쪽에 정홍원 총리와 장관들이 앉아 있었다. 장관들은 웃음과 미소로 순응했다. 그것은 그 드라마의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 이후 대통령과 장관의 1대1 대면 자리는 희소해졌다. ‘보안 손님’은 더욱 설쳐댔다. 최순실은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졌다. 권력의 기품은 추락했다.
서류보고는 가공된다. 서류 작성 과정에서 기술적 왜곡이 생긴다. 국정운영의 장밋빛 전망이 섞인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정보기관 운영 수단은 견제와 분리다. 그 방식은 부처 간 건강한 긴장으로 작동했다. 그럴수록 그들 기관의 사람에 대한 정보는 살아 숨 쉰다. 하지만 그 노하우는 전수되지 않았다. 문고리 비서관들은 정보기관을 평정했다. 모든 정보는 우병우의 민정수석실로 일원화됐다. 그 후 청와대의 정보는 편견과 오판으로 흘러갔다.
리더십의 가장 어려운 요소는 인선이다. 지도력의 핵심은 사람 고르기와 바꾸기다. 박 대통령은 그런 일에 정성을 쏟지 않았다. 권력의 낙담은 최순실과 문고리 일당 때문이다. 하지만 그 탈선에 대한 경고음을 제대로 울린 사람도 없었다. 그것은 ‘박근혜 사람들’의 집단 무능과 무책임을 실감시킨다. 종합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누적됐다. 권력의 참담한 비극으로 진행된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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