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씽' 공효진 "촬영장에만 가면 페미니스트 되더라"

현화영 2016. 12.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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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개봉을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연배우 엄지원은 영화 촬영장을 '투쟁의 현장', 함께 출연한 배우 공효진을 '페미니스트'라 표현했다. "평소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편은 아니에요. 남녀의 성역할이 다르고, 여성이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 건 맞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 현장에서는 여성 감독님과 함께하다 보니 여러가지를 느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약해 보일 때 가장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아무리 여성이지만 영화라는 배를 이끄는 선장이고 수장인데. 그래서 엄지원 언니랑 저, 이언희 감독님 이렇게 셋이 똘똘 뭉쳐야 했던 순간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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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개봉을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연배우 엄지원은 영화 촬영장을 '투쟁의 현장', 함께 출연한 배우 공효진을 '페미니스트'라 표현했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 이 말을 전해 들은 공효진은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소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편은 아니에요. 남녀의 성역할이 다르고, 여성이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 건 맞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 현장에서는 여성 감독님과 함께하다 보니 여러가지를 느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약해 보일 때 가장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아무리 여성이지만 영화라는 배를 이끄는 선장이고 수장인데…. 그래서 엄지원 언니랑 저, 이언희 감독님 이렇게 셋이 똘똘 뭉쳐야 했던 순간이 많았죠."

얼마나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는지 짐작케 해주는 대목으로, 특히 남성스태프들과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가장 치열하게 공방이 오간 건 이 영화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인지,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지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 영화가 현재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남성의 시각은 달랐죠. '아니다, 엄마의 이야기다'라고요. 남자와 여자는 엄마에 대해, 여자에 대해 생각하는 그림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신마다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럴수록 여자 세 명이 더 똘똘 뭉치게 됐어요. 재밌게 말하자면 셋이서 투쟁한 게 맞아요. 도전의식이 막 생기더라고요. '브로맨스' 영화도 두렵지 않을 그런 자신감이 생겼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효진은 여성 감독과의 작업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평소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는 작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요. 꼭 여성이 아니더라도 여성 캐릭터를 잘 그리시는 감독님들도 계시긴 해요. 김태용 감독님이나 허진호 감독님을 좋아하죠. 제가 출연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박신우 감독님도 '화신'(조정석)보다는 '나리'(공효진)에 더 빙의돼 있으셨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더 기댈 수 있었어요.(웃음)"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공효진은 어느날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사라지는 중국인 보모 '한매'로 분해 '공블리' '로코퀸'이라는 타이틀은 살포시 내려놓고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줬다. 갓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중국인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피부톤을 어둡게 했는가 하면, 얼굴에 점 30개를 찍는 시도도 감행했다. 이런 외적인 변화 못지 않게 그를 괴롭힌 건 '모성의 표현'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역할을 진짜 엄마인 배우가 맡았다면 더 잘해냈을까 하는 생각이 매번 절 괴롭혔죠. 저는 엄마가 딸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지 그런 것도 전혀 가늠이 안 돼요. 그냥 어렴풋이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죠. 현장에서는 조언 구할 사람도 없었고, 그냥 정답이 없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그런 톤앤매너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게 오히려 잘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많은 관객들이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고요. 물론 모성을 느껴본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됐을 거라 생각돼요."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 따끔한 일침도 가했다. "여배우들의 영화가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여배우의 목소리만큼 정확한 게 또 있을까. 공효진은 "다른 건 몰라도 남자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캐릭터나 캐릭터의 나이대가 훨씬 다양한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남자 역할이 더 탐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웃음) 지금 나오는 한국영화 3편 중 1편도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아닐 걸요. 물론 여배우 주연의 영화는 투자 받는 과정이 어렵다고들 해요. 너무 오래 지속돼온 분위기라서 아무리 제가 '타도'를 외쳐도 개선되긴 어렵겠죠. 결국은 관객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그렇다고 영화의 질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죠. 마치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악순환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관객분들에게 여성들의 영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지난 달 30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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