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입시 부정 무혐의 처분, 검찰은 재수사해야

김행수 입력 2016. 12.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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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정유라 사건으로 다시 보는 하나고 사건①

[오마이뉴스김행수 기자]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는 계기는 그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이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1년 전 또 하나의 부정입학 의혹이 있었다. 하나고이다. 그런데, 12월 1일 검찰은 하나고에 입시부정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정유라 사건과 검찰 발표를 계기로 하나고 사건을 감사보고서 중심으로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나?

하나고가 무죄면 정유라도 무죄냐?

100년이 넘는 역사의 이화여대가 굴욕을 당하고 있다. 총장 퇴진, 정유라 입학 취소에 그치지 않고, 교수들의 중징계 요구, 그리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게 한 배후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정유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하나고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해서 반응이 완전 딴판이다. 교사들은 침묵하고, 학생들은 입시 망칠까봐 걱정이라 하고, 학부모는 내부고발교사 쫓아내려고 집단행동까지 했다.

 12월 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1년을 끌던 하나고 입시 부정 사건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했음을 발표했다.
ⓒ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찰은 지난 12월 1일 입시 부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무혐의 처분했음을 발표했다. 정말 검찰 발표처럼 하나고에 입시부정이 없었을까?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자.

200등이 120등으로, 15%가 당락이 바뀌었는데 문제 없다고?

검찰은 하나고가 정해진 전형계획에 따라서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에 입시 부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의 감사 결과와는 완전 딴판이다. 교육청도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등검찰청에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은 "신입생 입학 전형의 공정성 훼손, 신규교원 채용 시 공개채용 절차 위반, 학교폭력 은폐 사실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류평가와 심층면접에서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점수를 부여하거나, 합격생에게만 일괄적으로 5점을 부여하는 등"의 불법과 편법으로 입학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성적조작 정황을 발견하였다고 밝혔다.

하나고 측은 전형 공고는 남녀 비율을 구분하는 것으로 하지 않았지만 기숙사 시설 수용 문제로 인한 남녀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고 인정했고, 서울교육청도 이런 해명을 수용했으므로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검찰은 애초부터 전형계획대로 학생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하나고가 인정한 남녀 비율 조정마저 애초 전형 계획에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나고가 했던 해명이나 교육청 감사 결과와는 완전히 다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나고에서는 어떻게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되었을까? 감사보고서를 좀 더 자세히 보자.

 서울교육청은 하나고 감사 결과에서 성적조작에 의한 입시부정, 교원채용 부정, 공금 횡령 등의 범죄 사실을 밝혀서 검찰에 고발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1년 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고, 서울교육청은 다시 고검에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울교육청
"규정에 의거하여 서류전형소위원회와 면접전형소위원회의 점수를 부여하여야 함에도, 하나고는 2011학년도에는 28명에게, 2012학년도에는 25명에게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점수를 부여하여 1단계 서류전형을 합격시켰고, 2단계 모든 심층면접 대상자에게 평가기준대로 평가 요소별 점수를 부여하지 않고 합격자에게만 5점을 일괄부여함.
2013학년도의 경우,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21명에게 0.14점∼12.20점을 부여하여 1단계 서류전형을 합격시켰고, 2단계 심층 면접 전형에서도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13명에게는 ?4.25점∼-0.02점을 부여하여 불합격시키고, 16명에게는 합격 커트라인에 맞춰 0.05점∼2.45점을 부여하여 합격자로 선정하였음" (2015년 11월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일부)

서울교육청의 감사 결과는 하나고가 '평가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서 학생을 평가한 후 그 점수에 따라서 합격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르지 않고 점수 부여 기준도 없이 합격 커트라인에 맞춰 합격자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점수 기준도 없이 감점을 하여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합격자에게만 별도로 5점을 부여한 사실에 대해서 입학전형위원회 부위원장인 교감은 전형위원회 회의 때 5점을 부여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입학전형위원 대부분이 그런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으며, 전형위원인 교사 일부는 회의 이후 통계 처리 담당자에게 합격자에게만 5점을 부여하도록 조치하였다는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놓았다.

애초 정한 전형 기준에 따르지 않고 별도의 점수를 부여한 것도 불법이지만, 점수에 따라 합격자를 정한 것이 아니라 합격자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하고, 탈락자에게는 감점을 하였다는 것은 입시 부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일반 전형위원들은 잘 알지도 못했다는 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화여대에서 정유라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에게 면접에서 낙제점을 주어서 탈락시킨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검찰은 이게 죄가 아니란다. 하나고가 이렇게 별도 가산점을 주어 합격시키거나 감점을 하여 탈락시킨 것이 죄가 아니라면 정유라 역시 아무 죄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검찰은 정유라의 입시 부정도 없었다고 할 것인가?

서울교육청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에 걸쳐 이렇게 점수 보정을 통하여 당락이 바뀐 학생이 90명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입학 정원의 15%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이다. 이 중에는 점수 보정을 통하여 200등에서 120등으로 올라와 합격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문스러운 것은 또 있다. 학교 측의 주장대로 기숙사 때문에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남학생만 점수를 보정하면 되는데, 이 중에는 여학생도 12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여학생 12명의 점수를 보정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그런데 죄가 없단다. 검찰이 정유라 입시 부정을 수사하고도 하나고처럼 '무혐의'라고 발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극과 극 : 너무 다른 교육청과 검찰의 입장 차이

정시 전형 외에 수시로 이루어지는 전·편입학 전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하나고 입시 부정 등 각종 불법 의혹에 대한 입장이 서울교육청과 검찰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과연 하나고에 입시부정, 교사 채용 부정이 없었을까? 공은 다시 고등검찰청과 이후 있을 법원의 몫으로 돌아갈 것 같다.
ⓒ 김행수
2011년부터 2015년 실시된 12회 중 10회나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전·편입생 전형을 실시했으며, 구체적 기준 없이 합격자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하여 당락을 정했다고 한다.

특히, 2014년 8월 전·편입 전형에서는 점수 부여 기준도 없이 지원자들에게 '1점∼5점'을 부여하였는데, 그나마 면접관들이 매긴 점수를 15건이나 다르게 입력된 것이 밝혀졌다. 1,2건도 아니고 15건이나 점수가 잘못 입력된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학교 측은 점수 기준이 달라져 새로운 면점 평가표를 사용하다보니 양식이 맞지 않아 환산하면서 점수가 달라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결재된 점수 부여 기준을 중간에 바꾸는 것도 비상식적인데, 교장 결재도 없었고, 변경 내용이 회의록에도 없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때 유일하게 합격한 학생이 유력 보수일간지 사주의 자녀란다. 하나고 감사에서 지적된 학교 폭력 사건 은폐 의혹의 가해 학생이 MB정부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자녀라는 점과 맞물려 고위층 자녀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서울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입시 부정, 교사 채용 부정, 학교 폭력 은폐, 공금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던 검찰이 내놓은 결과는 '무혐의'였다.

그 흔한 압수수색 한 번 했다는 뉴스가 없다. 무혐의 처분을 할 것이라는 소식만 간간이 흘러나오다 결국 1년만에 아무 것도 밝히지 못했음을 자백했다.

하나고 입시 부정이 무죄라면 이화여대 정유라도 무죄?

하나고의 입시 부정 의혹에서 하나고가 인정한 것으로도 남녀 비율 조정을 이유로 불합격권 남학생을 합격시키고, 합격권 여학생을 불합격시켰음이 드러난다. 한가람고나 이대부고 등의 다른 남녀공학 자율형사립고처럼 애초부터 남녀를 구분하여 전형하면 되는데 왜 이랬을까?

 남녀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남학생의 점수만 보정하면 되는데, 왜 여학생들의 점수까지 보정했을까? 점수 보정으로 입시 당락이 뒤바뀐 학생이 90명에 이른다는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왜 검찰은 애초 공고에도 없던 남녀 비율 조정도 인정하지 않았을까?
ⓒ 김행수
두 번째, 남녀 성비 조정을 위하여 점수를 조작했다는 학교 측의 해명도, 검찰 발표도 믿기 어렵다. 남녀 비율을 조정하려면 남학생들의 점수만 높이는 쪽으로 점수 보정을 하면 되는데 왜 여학생의 점수도 보정했을까? 검찰의 발표대로 남녀 비율을 이유로 합격생을 바꿀 수 있다는 내부규정이 었었다면 이건 더 큰 범죄이다. 검찰이 눈 감을 일이 절대로 아니다.

세 번째, 전형 기준이 중간에 학교장 결재 과정도 없이 바뀐 것, 전형 위원들은 잘 알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점수가 무더기로 잘못 입력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과정이 학교장 결재는커녕 회의록에 기재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축구 경기를 하는 중간에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결과에 승복하라고 하면 비웃음 거리밖에 안 된다.

검찰과 하나고가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있다. 어쩌면 하나고의 이런 조작 때문에 어떤 학생은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고는 반성이 없어 보인다. 각종 불법 비리에 연루되어 징계 요구된 자들을 징계하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했다. 각종 불법 의혹을 공익제보한 교사를 해임한 것 역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남녀 성비 조정을 위한 것이든, 고위층 자녀와 같은 특정인을 뽑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또 다른 이유에서이든 애초 공고된 것과 다르게, 또는 공고에 없던 전형을 실시하여 합격자의 당락이 바뀐 것은 명백한 입시 부정이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이건 국민적 상식이다.

하나고는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하나고 지원자 중 당락이 뒤바뀐 것과 동시에 어쩌면 운명이 바뀌었을지 모를, 불합격 통지를 받고 밤새 울었을 그 학생들에게 사죄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최소한 이것은 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자고, 그래야 어른이다.

검찰은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맞지 않는 수사 결과 발표를 철회하고 고등검찰청을 통하여 당장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고, 그래야 국민의 세금 받을 자격이 생긴다.

* 2회에서는 공익제보 교사를 둘러싸고 하나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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