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촛불 길을 묻다

2016. 12. 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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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대통령 퇴진에서 국회 불신으로 번지는 민심…
혼란스런 하야 국면, 촛불의 방향을 23인에게 묻다

11월26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밝힌 촛불 행렬. 한 달 넘게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촛불’의 기운은 어디로 흘러갈까. 박승화 기자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질까, 아니면 더 활활 타오를까.

5주째 주말마다 이어진 촛불집회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탄핵소추될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은 11월29일 승부수를 띄웠다.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며 교란 작전에 나섰다. 탄핵소추안 의결에 결정적 열쇠를 쥔 비박계가 흔들렸다. 야 3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판알을 튕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탄핵안 발의를 12월2일 하느냐, 9일 하느냐를 놓고서도 사분오열했다. 이대로라면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탄핵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판을 다시 뒤집고, 탄핵과 즉각 퇴진을 압박할 카드는 결국 5주 전에 그랬듯이 다시 촛불 시민들이 쥐게 됐다.

대통령이 던진 덫에 걸린 정치권

지금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탄핵 또는 퇴진 정국으로까지 끌고 온 가장 큰 동력은 촛불이었다. 정치권이 어정쩡하게 ‘2선 후퇴’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할 때, 촛불 시민들은 오히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00만 명이 안 되면 200만 명이 모여서 압박하자고 외쳤다.

이번에도 촛불이 ‘탄핵 좌초’의 바람을 막아낼 수 있을까. 혼란스럽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격동기다. ‘광장의 정치’와 ‘의회의 정치’는 왜 선순환하지 못하는 걸까.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그랬듯이 넘실대는 촛불의 기운이 새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촛불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정치인, 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변호사 등 저항권으로서 정치 행위로서 ‘촛불’을 고민해온 23명(명단 20쪽)에게 물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캄캄해만 보이는 앞길을 밝혀줄, 민주주의와 촛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줄 희미한 불빛은 돼줄 수 있다. 23명에게 묻고 답한 내용을 크게 세 가지 쟁점으로 묶어 정리했다.

① 국회는 왜 우왕좌왕하나

100만 명 이상의 촛불 시민들이 주말마다 광장으로 쏟아져나오는 동력은 무엇일까.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박승화 기자

처음부터 탄핵 정국을 만든 주체는 제도정치가 아니라 ‘광장의 정치’였다. 촛불 민심에 떠밀려 정치권은 ‘탄핵’이란 숙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여야가 숙제를 함께 풀려다보니 대통령선거와 정계 개편, 개헌 등 각자의 셈법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 대통령 권력을 종결시키는 문제는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키는 문제와 같다. 정치권의 정파, 정당, 대선 주자마다 세밀한 부분에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세부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려운 근본적 한계가 있다. 설령 누군가 정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 정파나 사람이 부각돼 독주하는 걸 용인할 수 없는 구조다. 이것이 혼란의 배경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의회정치가 잘 돌아가면 ‘광장의 정치’ 요구를 빨리 수렴해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각 정당 사이에서 조기 대선이 언제 치러져야 유리한지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민심과 다른 흐름이 나온다고 본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실력이 드러난 셈이다.

“가장 큰 패배자는 비박계다. 스스로 정치 활로를 어떻게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더한 패배가 어디 있나. 잠깐 살 수는 있지만 영원히 죽는 거다. 비박계는 공포를 조장하고 욕심을 부추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다스려온 방식에 길들여졌다. 박 대통령에 저항하면 새누리당이 깨진다는 공포, 내년 대선을 치르려면 이렇게 흩어지면 안 된다는 욕심이 엉키면서 사태가 이렇게 됐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비박의 투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장 큰 패배자는 비박계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더한 패배가 어디 있나. 잠깐 살 수는 있지만 영원히 죽는 거다.” -새누리당 탈당한 김용태 의원

그러나 비박계 설득과 눈치 보기에만 집착했던 야당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국회가 여야 가리지 않고 탄핵안을 제출했어야 한다. 가장 큰 잘못은 새누리당에 있지만, 야당이 처음부터 물러나야 한다고 하면서 바로 광화문에 나왔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다. 박근혜 정권의 본질을 알면서도 타협안에 계속 흔들린다. 참 한심하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우왕좌왕하는 원인은 야당의 취약한 리더십 탓이 크다. 그래서 이것저것 꼬이고 자기 발목을 자기가 잡았다. 촛불은 지금처럼 ‘탄핵 아니면 죽음’이라고 하는 게 맞지만 책임 있는 야당은 그게 능사가 아니고 동시에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게 필요한데 그걸 못하고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기본적으로 야당이 일관된 플랜을 갖지 않고 탄핵과 퇴진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야당이 아니라 촛불이 국면을 주도했는데, 야당은 정권 교체에만 주로 관심을 쏟았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결국 지금의 실력은 수권 능력에 대한 평가와 연결된다.

“야당의 대선 후보들이 촛불을 계속 뒤쫓아만 가고, 정치 일정을 앞장서 먼저 제시한 적도 없다. 탄핵과 하야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가 새 시대를 열 테니까 미래 설계도를 그려보자’고 처음부터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주저주저하다가 말려든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로 내려앉는 동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고작 2~3% 오르지 않았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의회정치의 근본적 한계도 지적된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동안 의회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지 못한 탓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다.

“시민들은 지금 촛불집회로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저항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을 해고하겠다는 일종의 평결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회가 시민의 평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강한 야당이 있었다면 촛불집회가 아니라 야당이 정부의 책임을 물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촛불집회가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런데 다시 여기서 ‘약한 야당’의 문제를 직면한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사회학 박사이기도 한 은수미 전 의원은 “제도정치가 시민을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비박계, 다른 야당 등 상대 정치세력을 설득하고 정국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에만 골몰하고 “어떻게 시민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제도정치와 시민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시민을 투표하는 주민으로만 알고, 야당은 ‘정치의 주인’으로서 시민을 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탄핵을 관철하라’는 시민의 명령을 정치가 듣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없는 ‘포스트 민주주의’의 특성이다.”

② 민주주의 퇴행에 촛불이 돌파구 될까

12월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비박계’인 유승민, 나경원, 김세연 의원 등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신 ‘4월 퇴진’안을 받아들였다(위쪽). 문재인·안철수·박원순·안희정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11월20일 국회에서 ‘비상 시국회의’를 열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아래쪽).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1987년 6월항쟁의 구호는 ‘직선제 쟁취’였다. 직선제 개헌으로 한국에서 민주화 시대가 열린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한국 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에 가까웠다. 급기야 2016년에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보다 ‘비선 실세’ 권력이 더 강하다고 의심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단지 선거만을 치르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민주주의 하위 체제에서 심각한 ‘결손’을 갖게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시민적 자유 보장, 정치적 기본권 등 민주주의의 급속한 퇴행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도 “계속 한국 사회가 이야기해온 게 실질적 민주주의였는데 그게 다 무의미한 상황이다.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부실하고 삼권분립조차 제대로 되는 건가 싶을 정도다.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위기는 촛불을 탄생시켰다. 시민들은 2002년 미선·효순 사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그동안 수없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한편으론 촛불이 일시적 저항 혹은 카타르시스에만 머물렀을 뿐,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냉소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2016년의 희망은 다시 촛불이다.

“한국 제도정치의 믿을 수 없는 후진성과 시민들의 높은 수준의 자율성은 놀라운 대조를 보여준다. 시민들은 촛불을 통해 민주주의 프로세스에 따라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고 퇴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여줬다. 그런데 제도정치 내에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해서 ‘평화시위로 되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신진욱 교수)

“혼란은 지금 정치권에만 있지, 국민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촛불집회가 어떻게 가야 할지는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평화시위 강박은 국가 안보주의가 개인 안전주의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보수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집회 규모 100만, 200만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도 촛불집회의 목적이 체제의 내적 논리를 완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박근혜가 사라지면 체제가 정상화되리란 전제가 깔려 있는 거다. 그러다보니 ‘처벌하면 안 내려올 테니 무죄로 내려오게 하자’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박근혜라는 인물이 아니라, 박근혜를 탄생시킨 배경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외치는 체제 정상화가 박정희 시대의 정상화가 되어선 안 되지 않겠나. 하지만 총체적 방향이 없다는 한계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위라는 데 훨씬 더 의미를 두고 싶다. 2008년 촛불과 달리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집회를 생중계하는 등 문화적 요소가 더 많아졌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16년의 촛불이 이전 촛불들처럼 꺼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두 달 넘게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냉소와 상처로 귀결됐다. 여전히 우리는 토요일 촛불집회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온다. 시민사회가 자기 동력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무기력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1987년 이한열 사망 사건이 기폭제가 된 것처럼, 갑자기 무언가 계기가 등장하리라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로 불만이 넘어가서, 민의에 의한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면 좀 다른 지형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마다 만들어진 민회들을 연결한다든지, 그 논의를 준비하는 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승우 소장)

③ 촛불은 이제 어디로

11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때 한 참가자가 ‘퇴진’ 구호를 들었다. ‘광장의 정치’는 ‘의회의 정치’를 압박할 수 있을까. 류우종 기자

촛불을 앞장서 밝혀온 이들은 지금 ‘횃불’을 준비 중이다.

“4월 퇴진을 이야기하는 건 결국 새누리당에 6개월 대선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거다. 거기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국회의는 좀더 강하게 청와대를 압박하는 행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갈 길을 갈 것이다. 국민이 한마음이니까 쉽게 꺼질 촛불이 아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새누리당도 공범이지만 주범은 박근혜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까지는 청와대로 가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탄핵이 아니라 즉각 퇴진이 우리의 대안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국회를 압박하자는 제안도 쏟아져나온다.

“제2의 6·29 선언 비슷하게 가는 상황이라고 본다. 촛불은 꺼지지 않고 더 힘있게 타올라야 한다. 여야 정당도 박근혜 체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말하면 국회도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는 게 맞다. 국민의 분노가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것, 국회 해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촛불 시민들이 민주공화국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서 내년 조기 대선까지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4월 퇴진론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특검이 3월에 끝나는데 그 뒤에도 대통령이 현직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 본질이 무엇이며, 제대로 된 대의제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무섭게 생각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탄핵이 아직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과 탄핵 아닌 방식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야당의 능력이다. 지금까지 극도로 자제하면서 분노와 저항을 표출해온 시민들을 대통령과 여야가 자극한다면 행동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다음주가 다시 한번 변곡점이지 않을까 한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국민 여론이 어느 정도 표출되느냐, 그게 정치인들에게 압력으로 느껴지느냐에 따라 비박계 행동을 좌우하는 큰 변수가 될 거다. 탄핵안 가결이나 부결, 어느 한쪽으로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아직은 비관보다 낙관, 희망 섞인 전망이 많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혼란은 지금 정치권에만 있지, 국민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국민의 의사에 정치권이 따라가야 하고, 촛불집회가 어떻게 가야 할지는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납세 저항 등 여러 시민불복종 행동”(임헌영 소장), “박근혜뿐만 아니라 재벌, 새누리당, 언론 등 여러 문제점을 광장에서 시민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김수민 전 경북 구미시 의원), “제도정치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촛불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고 정치를 감시하는 시민기구”(이진순 풀뿌리정치실험실 ‘와글’ 대표) 등 촛불을 넘어선 저항권을 다양하게 시도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런 행동으로 촛불이 ‘시민정치’의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을까. 한국 사회는 그동안 몇 번의 촛불집회를 통해 잠재적인 에너지를 쌓아왔다. 조직화되지 못했던 이 에너지가 대통령선거라는 결정적 시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의 공간을 누가, 어떻게 확대해나갈 것이냐다.

“박근혜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득권 정치세력의 문제점도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거다. 촛불 시민들이 민주공화국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서 내년 조기 대선까지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제왕이 없을 때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에 가장 좋다. 호기다. 촛불이 ‘새로운 민주주의, 새로운 나라 건설의 대안을 왜 안 내놓느냐’고 국회를 압박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당장의 일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헌법이나 정치체제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의회를 만들거나, 포괄적 헌법 개정을 위한 만민공동회 구성도 해볼 수 있겠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대항권력, 좋은 정당”

결국 촛불 스스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직화된 시민사회의 층위를 두텁게 해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을 대항권력을 만들고”(신진욱 교수), “거리의 촛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좋은 정당을 만들고”(박상훈 학교장), “시민들도 4년마다 선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촛불을 생활 속 참여와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이어나간다면”(은수미 전 의원) 촛불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다.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붙는다”(‘촛불 시위’, 1999)고 백무산 시인이 일찍이 말한 것처럼.

*도움말 주신 분들 (가나다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김수민 전 경북 구미시 의원(녹색당), 김용태 의원(새누리당 탈당 뒤 무소속),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유창선 정치평론가,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은수미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진순 풀뿌리정치실험실 와글 대표,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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