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누구나 '위로가 필요해'..속을 달래는 시간 '동치미'

이승연 2016. 12.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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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매서운 추위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각종 스트레스로 얼어붙고 있다. 그럴 땐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자.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나 좋아하는 취미 문화 생활, 맛있는 음식 등으로 우리는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오는 10일 방송되는 <동치미> ‘위로가 필요해’ 편 역시 누구나 갖고 있는 말 못할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며 위로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요즘 뉴스를 보니 우리 남편이 최고더라” 방송인 유인경

사실 나는 <동치미>에 출연해서 남편 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부도덕하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 남편이 좋지 않은 일로 시시각각 벌어지는 뉴스에 안 나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직하게 살아온 남편이 너무 멋있고 괜찮아 보인다. 몇십 년간 남편과 살면서 먹는 것, 여행 등 한 번도 의견이 맞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뉴스를 보며 같은 주제로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말도 많이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남편과 이렇게 잘 맞았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남편이 평범하게 살아준 게 너무 고맙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제일 멋있어 보인다. 내 눈에 콩깍지가 계속 벗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Mini Talk#1 동치미 가족들에게 물었다!

▶Q. 내 코가 석 자다 vs 나라 코가 석 자다

-변호사 장진영 “지금까지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고 투표해 봐야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나라 코가 석 자면 내 코가 석 자가 되네. 정치가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소설가 김홍신 “나 같은 경우는 나라 걱정이 먼저다. 사실 나는 내 걱정은 안 해도 될만큼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우리 아이들, 주변 사람들 등은 좌절과 분노에 빠져 있다. 이들을 보면서 내 걱정보다는 나라 걱정, 주변 걱정이 더 우선인 것 같다.”

▶Q.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장 크게 손해 본 경우는?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내 일상에는 크게 문제 없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개인의 일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변호사 장진영 “지금 압도적으로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 가족도 모든 생활에 의욕이 없어졌다. 나는 퇴근하고 TV를 보기보다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집에 오면 뉴스만 보게 된다.”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게요” 전 국회의원 김유정

나는 요즘 딸들과 정치 얘기를 많이 한다. 국회의원이 아닌 보통 엄마가 됐을 때 이런 일이 터져서 더 얘기를 많이 하게 됐다. 첫째는 대학교 1학년생이고 둘째는 고등학생이다. 내가 현역 정치인이었을 때는 딸들은 ‘엄마는 TV에 나오는 사람이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네들이 뉴스에서 본 걸 물어보기도 하고 관심이 많다.

나는 첫째를 키울 때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 ‘자식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큰딸은 예사롭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일반고를 다니다가 자퇴를 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게다가 대안학교나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가겠다고 하더라. 나는 방통대만 들어봤지 방통고는 있는 줄도 몰랐다. 그때 아이에게 제대로 공감을 못 해줬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자식이 원하는 길로 간 게 맞는 교육 방법이었다. 방통고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 선생님은 나에게 “왜 아이가 자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일반 중, 고등학교를 나와서 대학교에 가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부모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자식은 생각만큼 약하지도, 잘못된 길로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때는 조바심이 났는데 지금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는 아이를 보니 믿어주길 잘한 것 같다. 딸이 성장통을 겪을 때 나도 함께 겪으며 큰 것 같다.

정치를 하면서 늘 공교육, 반값 등록금 등의 걱정만 했다. 하지만 사실 학교 밖의 아이들 문제였다. 내 딸의 상황을 겪으면서 ‘머리로만 교육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았나’ ‘내가 생각한 성공만이 성공은 아니구나’ 반성했다. 부모가 자식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Mini Talk#2 동치미 가족들에게 물었다!

▶Q. 자식이 하고 싶은 대로 둔다 vs 부모니까 바르게 잡아줘야 한다

-변호사 양소영 “나는 딸에게 자주 ‘공부하지 마’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딸이 한 번은 ‘그때 엄마가 날 더 잡고 이끌어줬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라는 말을 하더라. 공부도 때가 있는데 나는 딸에게 ‘놀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고 말을 했다. 지금이라면 ‘학생 때는 공부를 하는 것도 너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의사 이경제 “나는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능력을 키워라. 내가 뭘 하면 행복한지 늘 생각해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산교육을 하려고 노력한다.”

-방송인 최홍림 “나는 딸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너는 정직하게 살아라.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보고 싶다’라고 늘 말해준다. 이런 말을 들으면 딸도 좋아한다.”

▷“나는 노래 한 곡에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있다” 배우 오미희

운전을 할 때 안전띠를 매면 적어도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이 내는 사고는 내가 어떻게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럴 때 정말 위로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과거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었다. 그때는 개인사가 힘들어서 매일 하던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도 힘겨웠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휴가를 떠났다. 그때 라디오에서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가 오프닝 곡으로 나왔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펑펑 울었다. 돈으로도 받을 수 없었던 위로를 노래로 받은 것 같았다.

문에 손을 찧어서 피가 나면 연고를 발라줘야 하고, 욱신욱신 아픈 사람에게는 파스를 붙여줘야 한다. 사람들의 아픈 부위마다 알맞은 처방을 해줘야 하듯 노래도 마찬가지다. 그 후로 다시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노래를 선곡할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의 약사처럼 정성을 다해 선곡했다. 어린 시절 다칠 때마다 엄마가 발라주던 빨간약을 생각해보면 그 약의 효능이 뛰어나기보다는 엄마의 공감과 불어주는 입김에서 치유가 됐던 것 같다. 요즘같이 나라가 시끄럽고 국민 개개인의 마음이 복잡할 때 공감과 입김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누군가의 위로도 소용없을 때는 정말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현대인을 위로하다, 요즘 나에게 가장‘위로되는 것’?

① 기도하는 손

-김홍신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지만 아침에 기도할 때 가장 큰 위로를 받는다. 카톨릭 신자이지만 108배를 한다. 1~36배까지는 ‘참회합니다’라고 외치며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지을 죄를 미리 참회한다. 그리고 37~72배까지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73~108배까지는 ‘잘 살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내가 멀쩡하고 건강하게 사랑을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② 강아지

이경제 “나는 우리 강아지에게 위로를 받는다. 귀여운 모습을 보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해준다. 반려동물은 긍정적인 힘을 주는 것 같다.”

③ 가족

-양소영 “나는 요즘 남편과 아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외적으로 문제가 생기니 내적으로 똘똘 뭉치게 되더라. 그런데 남편은 무뚝뚝한 사람이라 아들에게 늘 핀잔을 주며 애정표현을 한다. 예를 들어 ‘너 배가 왜 이렇게 나왔어?’라고 말하면 아들은 상처를 받는데 본인은 그게 사랑 표현이란다. 그런 남편이 하루는 아들이 밤 늦은 시간에 공놀이를 하자고 하자 절대 안 해줄 것 같다가도 시간을 쪼개서 공놀이를 해주더라. 그리고 내 옆에 와서 자는데 정말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 다음날 들어보니 컨디션이 안 좋았음에도 아들을 위로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놀이를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늦깎이 아빠로 노력하며 사는 남편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서 조금 덜 해줘도 아들과 한 번이라도 더 놀아주려는 아빠의 모습에 내가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위로를 받으면 살아갈 희망이 생긴다. 요새 나를 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가족이다.”

④ 영화·유머

-장진영 “요즘 영화도 자주 본다. 아마 뉴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고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유인경 “유머가 내게 위로를 준다. 사람들이 패러디 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다.”

[글 이승연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57호 (16.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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