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박정희 흉상 훼손 최황씨 "일종의 미러링..다음 타깃은 박대통령 가옥"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2016. 12. 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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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최황 씨. 사진|윤진근 yoon@kyunghyang.com
박정희 흉상을 훼손했다는 최황씨가 ‘작업’ 중에 찍은 사진. 사진|최황 씨 제공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 흉상이 빨간색 스프레이로 훼손돼 있다. 연합
최황씨가 사용한 도구들. 사진|최황 씨 제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훼손됐다는 공원관리자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이 흉상은 ‘5·16 혁명 발상지’라는 문구가 적힌 1.8m 높이 좌대 위에 군복을 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 흉상의 얼굴과 가슴 등에 누군가 빨간 스프레이로 칠을 하고 ‘철거하라’는 문구를 써놓았다. 코 부분에는 망치로 내려 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를 두고 누가 벌인 일인지 추측이 난무했다. 지난 1일 구미에서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화 사건과 연결지어 분풀이성 충동적 범행으로 추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최황(32)씨가 6일자 기사를 통해 자신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경향은 6일 오후 강남의 한 식당에서 최황씨를 만났다. 최씨는 “충동적 분풀이가 결코 아니다”며 “항상 준비해왔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적절한 때가 왔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존재 이유는 박정희다. 박정희 유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이다”며 “박근혜는 꾸준히 아버지의 명예를 되살리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이야 말로 박정희의 아이콘을 사회에서 도려내야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왜 하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었나.

“흉상이 있는 문래근린공원은 실질적으로 쿠데타를 도모했던 장소다. 교과서에는 ‘5·16’이 반란이나 쿠데타로 기록된 지가 20년이 됐는데 ‘5·16 혁명’이라고 적힌 흉상이 있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조형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념비라는것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공원이다. 누군가의 출근길이자 등교길이기도 하다. 잘못된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한 상징물이 있다는 것에 반대한다. 스프레이를 뿌린 것은 ‘용역 깡패’들이 철거민들에게 하는 행위에서 착안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것인가.

“정치인의 우상화는 북한 체제와 다를 바가 없다. 북한을 싫어하는 보수 단체들이 북한처럼 (특정인을) 추종하는 것이 웃기다. 이런 동상은 서둘러 사라져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은 박정희와 이승만 밖에 없고 나머지는 그의 유령이나 안티다’라는 말이 있다. 박정희는 한국의 정치인 중 가장 많이 신격화된 인물이고 가장 상징적인 전직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떠올리면 그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가장 먼저 박정희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범죄 아닌가.

“일종의 ‘미러링’ 같은 행위다. 아예 없어지기 보다는 재해석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알아보는 과정에서 흉상이 소유권이 없다는 걸 알았다.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흉상에 세금이 들어간 적도 없다. 당시 군부대가 남겨 놓고 간 ‘유품’인데, 3군사령부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일도 없다. 2000년 당시 시민단체 회원이 흉상의 코를 훼손했고 어떤 시민이 사비를 들여 코를 다시 복원했다. 그래서 내가 코를 다시 망치로 때렸다. 퍼포먼스의 개념에서도 생각했다. 경찰에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좀 더 세련된 방법은 없었나.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미학적 접근을 하고 싶었다.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가도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정권에 대한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낸다면 성공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옆에 다른 새로운 동상을 세우고 싶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배치되는 무언가를 말이다. 시멘트로 아예 조각상을 덮는 작업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혼자 실행하기 벅찼다. 흉상에 스프레이를 뿌리다 어떤 노인분께서 저를 보고 제지하시려고 다가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설치한 울타리 덕에 그 누구도 넘어오지 못했다. 흉상을 보호하기 위해 친 울타리 덕에 행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물론 부모님은 매우 걱정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검찰에 끌려가는 일이 있어도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도 하셨다.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친구와 선후배들은 ‘속 시원하다’며 응원했다.”

-다른 계획이 있는가.

“다음엔 뜻이 맞는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다. 계획을 실천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 예고할 생각이다. 신당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가옥도 생각하고 있다. 다른 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면 벽돌담을 쌓고 싶다.”

-다른 할 말은.

“나는 단체나 당에 가입한 사람이 아니다. 철저한 개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살아가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민주주의를 만끽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투표권 하나 행사하는 걸로는 변화가 느리다. 그래서 집회에 나가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가 아니라 ‘집회’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저의 행동은 하나의 표현이었다.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7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아직 수사중이라 최씨가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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