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네시스G80, 안일한 대처에 시동 꺼짐 여전

배동주 기자 2016. 12. 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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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 만능키 된 ECU 업그레이드.."중대 결함 반복 근본적 해결 나서야"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G80 시동 꺼짐 결함에 대해 개선 사항을 알리지 않고 ECU 업그레이드에 나선데 이어 시동 꺼짐 결함도 여전해 고객 불만이 일고 있다. / 그래픽 = 김재일 미술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36) 씨는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3.3 모델을 인수한 다음 날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던 중 일어난 일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김 씨는 “3일 후 퇴근길에서 또 한 번 엔진이 꺼졌다”고 말했다. 시동이 꺼지는 상황은 달랐지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엔진 회전이 떨어지는 순간 시동이 꺼지는 현상은 같았다.

 

곧장 차량을 판매한 대리점에게 전화하자 영업직원은 “G80 신차에서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며 “정비사업소에 들러 전자제어장치(ECU) 업그레이드를 하면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김 씨가 인수한 제네시스 G80의 시동 꺼짐 현상은 정비사업소 점검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비사업소 관계자는 “최근 출고 차량엔 업그레이드가 이미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차량 결함에 맞서 만능 해결책으로 사용하는 ECU 업그레이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80 시동이 꺼지는 중대결함에 대한 ECU 무상 업그레이드를 시나브로 진행해왔지만, 김 씨 사례와 같이 결함은 개선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ECU 업그레이드가 G80 결함 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한다.

 

ECU는 엔진이나 변속기, 출력 및 토크, 브레이크 상태 등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자동차의 두뇌다. 자동차 전자장비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도 스마트폰과 같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현대차는 최근 준중형 세단 아반떼MD의 점화플러그 작동 시점 문제로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제네시스 G80과 같이 엔진 회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동이 꺼지는 결함에 대해 ECU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엔진 회전 감소구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 출력을 억지로 올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 사진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G80을 인수한 지 1주일 만에 시동 꺼짐을 겪은 이모(31)씨는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엔진 회전이 줄자 시동이 꺼졌다. 이에 대해 정비사업소 담당 직원은 “ECU 업그레이드를 통해 출력을 높이면 시동이 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ECU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은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차량 조향 장치인 스티어링휠이 잠겨 운전대 돌리기가 쉽지 않은 데다 브레이크 유압 전달이 제한돼 제동 성능이 떨어진다. 자동차 전문가는 “신차가 시동이 꺼진 것도 문제지만 업그레이드하지 않아 시동이 꺼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현대차는 출력을 올려 시동 꺼짐을 막는 꼼수를 쓰지 말고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ECU를 업그레이드해 엔진 출력을 변경하면 연료 효율 같은 차량 제원이 바뀔 수밖에 없다. ℓ당 주행 가능 거리도 출고 당시와 달라진다. 차량 튜닝 업계에서 이용하는 ECU 맵핑이 문제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력 확대에 따라 차량 내구성, 배기가스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출력이 떨어지면서 시동이 꺼지는 것은 공조기나 에어컨의 압축기 전력 소비량을 제어하는 아이들업 문제일 수 있다”면서 “제네시스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겠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G80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인데다 출고 초기 고객들의 사업소 정기 방문이 지정돼 있어 따로 개선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간단한 개선 사항의 경우 고객 통보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엔진오일 증가로 논쟁거리가 됐던 유로6 R엔진에 대해서도 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애초 엔진오일 증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처음부터 주행할수록 엔진오일이 증가하도록 설계됐다”며 “순정 엔진오일은 경유와 섞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차량 결함에 있어 리콜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동주 기자 ju@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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