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샤 키스 'HERE' 왕관을 벗었지만 진화하는 그녀

박찬은 2016. 12. 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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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신보를 위해 열흘 만에 서른 곡을 뽑아낸 엄청난 노동을 감행한 ‘음악 장인’ 앨리샤 키스(Alicia Keys). 그러나 그 노력도 무색하게, 신보 <HERE>의 첫주 판매량(4.2만장(11월26일 빌보드 앨범차트 기준))은 부진하다. ‘질보다 양인가’ 싶었는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니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높다. <HERE>를 위해 마크 론슨, 토니 마세라티 등 그녀의 오랜 프로듀서 외에 에밀리 산데(Emeli Sande),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를 비롯, 에이셉 라키(A$AP Rocky) 등 어벤저스 팀이 총출동했다. 최근 레드카펫 시상식에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민낯을 공개한 앨리샤 키스는, 이번 커버에도 역시 맨 얼굴로 등장했다. ‘유난 떤다’는 반응을 일으킨 노 메이크업에 대해 ‘자신을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던 그녀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도 ‘나약한 자신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전작인 <Girl On Fire>(2012)가 결혼과 출산 이후의 심경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번 <HERE>는 그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뉴욕, 그리고 힙합 문화로 채워져 있다. 탄탄한 백사운드와 다채로운 곡 구성력에다 첫 소절만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곡을 갖고 노는 앨리샤의 보컬은 명불허전. 사랑이나 이별뿐 아니라 재혼가정, 여성의 지위, 인종차별 등 사회 문제를 노래하는 것은 비욘세와 비슷하나, 앨리샤는 그녀와 달리 ‘여왕의 자리’에서 내려와서 노래하는 느낌이다. 이는 최근 그녀의 행보로 각인된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여전히 세계와 현대사회, 도시 문제,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어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보 <HERE>는 그녀의 그런 자각을 담고 있다.

▶심플한 악기로 더욱 돋보이는 그녀의 목소리

‘턴테이블 위의 역사를 느낀다’는 앨리샤의 비장미 넘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인트로. 마치 랩을 하는 듯 비장하게 내려꽂는 앨리샤의 보컬에 드럼비트와 피아노가 속도를 올려주는 두 번째 트랙 ‘The Gospel’도 비장미를 잃지 않는다. 이에 맞추어 공개된 22분 짜리 특별 단편 영상은 앨리샤 키스가 어디에서 곡의 영감을 얻었는지를 뉴욕에 사는 젊은이들의 픽션으로 보여준다. 에이셉 라키와 함께 한 앨범의 첫 싱글 ‘Blended Family’는 남편 스위즈 비츠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를 위해 만든 곡.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한 ‘Work On It’, 사람들에게 평가 받거나 흥분하고 가라앉고 하는 모든 것들이 지겹다는 내용의 ‘Illusion Of Bliss’는 공연에서 그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밝힌 노래다. 고전미 넘치는 중저음 피아노 톤의 ‘Pawn It All’과, 보컬 자체에 서린 앨리샤만의 특별한 감성이 폭발하는 ‘She Don’t Really Care I Luv’는 필청 트랙. ‘fallin’과 ‘If Ain’t Got You’에서 보이듯,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와 삶을 노래로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였다. 2000년대 R&B 열풍 속에서도 클래스가 다른 소울을 선보여온 그녀는 15개의 그래미를 휩쓸고, 한때 Jay-Z 등과 함께 팝적인 요소를 끌어안기도 했다. ‘나 전설이야’라는 권위와 무게감을 다 내려놓고 무장해제하고 내놓은 앨범인 만큼, 신보가 지금보단 좀 더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비록 그녀 자신은 흥행과는 상관없이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는 도 트인 애티튜드를 하고 있지만. 후반부에라도 킬링 트랙이 생겨 그녀의 신보가 새로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HERE) 말이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소니뮤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57호 (16.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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