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열받게 한 두산 팬 페스트, 사과도 낙제점

유준상 2016. 12. 7. 15: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O리그] 팬 존중 실종에 불만 폭발.. 뒤늦은 사과문도 논란

[오마이뉴스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 선수들과 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팬 페스트' 행사가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야구를 그리워하고 두산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잠실구장에 모였다. 두산은 해마다 시즌이 끝난 이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곰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우천으로 인해 잠실구장 복도에서 간단하게 진행된 2014년과 잠실구장 공사가 있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거의 매년 잠실구장 그라운드 내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관중석이나 중계로만 봤던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는 기회라 더욱 뜻깊은 행사다.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사인회 참가권을 획득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매표소에서 대기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올해는 21년 만의 통합 우승과 더불어 팀 역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업적을 달성해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전날 저녁부터 매표소에서 기다린 팬들도 있으며, 이른 아침이 되어선 매표소 주변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인회 참가권은 배부가 시작된 이후 30여 분 만에 모두 동이 났고, 행사에 참가한 팬들도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 팬페스트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 지난 4일 오전 잠실구장 중앙매표소에서 팬들이 사인회 및 행사 입장권을 발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 유준상
평소에 비해 많았던 팬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3년 만에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행사에 대한 구단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팬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팬들이 사인회 및 입장권 발권을 위해 매표소에서 대기할 때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팬 페스트의 경우 팬들이 인터넷 예매를 통해 좌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전에 예매가 이뤄진 만큼 팬들끼리 분쟁이 벌어질 일이 없었고, 미처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본 행사 이전에 열린 사인회에 참석하려는 팬들만 별도의 사인회 참가권 발권을 위해 대기했다.

올해는 그라운드 내에서 행사 무대와 사인회가 모두 열렸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지난해와 달리 사인회 참가권으로 본 행사도 참가할 수 있었다. 지난해 실시됐던 사전 예매가 사라지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발권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올해는 행사 전날부터 줄을 선 팬들도 꽤 있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가장 먼저 매표소에 도착한 일부 팬들이 빈 상자에 자리가 있다는 표시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들이 없는 사이 몇몇 팬들은 줄을 서기 위해 매표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사라졌던 이들은 또 다른 일행들과 함께 매표소에 등장했고, 상자 뒤에서 대기하던 팬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성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팬들과 현장을 목격한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선착순' 입장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팬들의 불만은 계속되었다. 팬들이 이른 시간부터 대기하며 기다렸던 팬 사인회에선 일부 선수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고, 본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 아무런 공지도 없이 자리를 뜬 선수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본 행사 진행 과정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행사가 끝난 이후엔 각 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결국 지난 6일 두산은 구단 홈페이지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 두산 선수단 지난 4일 팬페스트에서 팬들께 인사를 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의 모습이다.
ⓒ 유준상
'한국시리즈 2연패' 팀답지 않았던 행사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

두산은 이날 "팬들과 구단이 같은 마음으로 통합 우승을 자축하고 내년에도 팀 두산으로 하나되자는 행사의 취지가 훼손되었고, 결과적으로 행사를 찾아주신 팬 여러분의 성원과 기대에 보답해 드리지 못했다"며 "이 점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산 베어스는 내년부터 충분한 사전 준비와 팬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해 팬들께서 만족할 수 있도록 행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라며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팬 여러분께 실망시키고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문이 올라온 것은 행사가 끝난 후 이틀 만이었다. 구단의 늦은  대처도 아쉬웠지만, 팬들이 가장 분노했던 매표소 사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행사 프로그램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고 팬들도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사과문에 있어 팬들이 원했던 이야기가 빠진 것은 아쉬움을 줬다.

뒤이어 주장 김재호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재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몇몇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 많은 지적을 받고, 많은 자책을 했다"라며 "팬 여러분의 성원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 드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선수단 주장으로서 축제가 되어야 할 행사가 오히려 팬 여러분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남겨드리게 되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김재호의 사과문 내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부 선수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 불친절한 팬서비스 등이 화를 불렀다. 팬들은 이날 하루를 위해 며칠을 기다렸지만, 선수들의 태도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팬 감사 행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화 역시 팬 감사 행사 '독수리 한마당'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균, 정근우 등 주전 선수들은 물론이고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임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선수들의 태도 논란이 불거진 두산의 팬 페스트 행사와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항상 마무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성적으로 보답했다고 하더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두산은 좀 더 세심한 행사 운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