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1시간 시차에?..청와대의 수상한 '마약류' 사용

김도균 기자 2016. 12.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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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 사용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는 동남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돼 사용되거나, 순방 시기를 한참 앞두고 불출 되는 경우 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앞서 청와대는 자낙스, 할시온, 스틸녹스,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 구입을 두고 "해외 순방 때 수행원의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서 사용된 수면유도제"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청와대 의약품 불출 현황>을 살펴보면 앞선 해명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출 현황이라는 것은 청와대에서 단순히 구입한 내역이 아니라 구입한 마약류들을 청와대 경호실에서 실제 사용한 내용입니다.

'리포트+'에서 박근혜 대통령 순방 일정과 함께 살펴볼 마약류는 크게 4가지입니다.

트리아졸람이라는 성분이 들어가 논란이 돼온 '할시온',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약물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어 마약류로 지정된 '자낙스', 방송인 에이미 씨가 과다 복용한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던 '스틸록스' 그리고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졸피뎀'입니다.

■ 이 정도 시차에 마약류 수면제가 필요하다?

지난 2013년 9월 17일, 청와대는 1회 1일 복용으로 자낙스 7일 분량을 처방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은 3주 뒤인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방 지역은 인도네시아 발리와 브루나이였습니다.

우리나라와 시차가 겨우 1시간밖에 나지 않는 곳입니다.

1시간 시차가 나는 곳을 가면서 이런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3주나 미리 처방을 받았던 게 앞선 순방의 영향 때문에 받았던 건 아닐까.

그렇게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선 순방을 마친 날짜는 9월 11일로, 거의 일주일 전이었고, 당시 시차 6시간이 나는 러시아에 먼저 가기도 했지만 돌아온 곳은 시차 2시간이 나는 베트남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순방에 나서기 한 달 전쯤인 8월 14일, 이미 수면용이라는 자낙스는 하루 한 알씩 10일 치가 처방된 상태였습니다.

■ 경호실의 대단한 사전 준비?…순방 일자와 너무 떨어진 사용 내역

마약류 수면제가 순방 한 달 전쯤 처방되는 일은 곳곳에 나타났습니다.

2014년 9월 20일부터 시작되는 캐나다, 미국 순방을 앞두고는 8월 2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졸피뎀 20알(8/25), 졸피뎀 7알(9/12), 할시온(9/18)이 불출됐고, 2015년 3월 1일부터 시작되는 중동 4개국 방문을 앞두고는 2월 4일부터 스틸록스(졸피뎀) 반 알 20일치, 스틸록스(졸피뎀) 10알 등이 나갔습니다.

이 정도는 경호실의 사전 준비가 아주 철저했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3월 23일부터 시작되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2달 전쯤인 1월 31일 할시온 1알 7일치가 처방되기도 했고, 올해 3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및 멕시코 공식방문'을 두 달 넘게 앞둔 1월 28일, 자낙스 10알이 불출됐습니다.

희귀 의약품도 아닌데 두 달 전부터 그렇게 미리미리 준비가 필요한 의약품인지, 구입량과 재고량은 왜 차이가 나는지도 의문입니다.

■ 재고량 맞지 않는 마약류…제출 거부한 청와대

이상한 사용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구입한 향정신성의약품의 사용 기록과 구입량·재고량으로 추산되는 실제 사용량이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10월31일까지 마약류로 분리되는 자낙스 600정과 할시온 300정,스틸녹스(졸피뎀) 210정을 구매했고 현재 재고량은 자낙스 83정, 할시온 100정, 스틸녹스 101정입니다.

자낙스 517정, 할시온 200정, 스틸녹스 109정이 사용됐다는 뜻이지만, 청와대의 의약품 불출대장에 적힌 마약류 관련 기록을 종합한 결과 자낙스는 고작 27정밖에 불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490정의 자낙스는 어디로 간 걸까요? 스틸록스도 99정, 할시온도 14정만 불출 기록이 남아 있는 상태라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자낙스와 할시온, 스틸녹스는 오남용 시 의존성과 신체 위해 우려 때문에 마약류의 일종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사용 내역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현재 마약류 관리대장과 의약용 마약류 저장시설 점검부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탭니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청와대의 마약류 의혹.

청와대는 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에 대해 또 어떤 해명을 내놓게 될까요? 

(기획·구성 : 김도균, 디자인 :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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