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방송평가, '어린이 프로그램'이 변수?

금준경 기자 2016. 12. 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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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평가, 비슷비슷한 후한 점수에 변별력 없는 평가 기준… 콘텐츠 투자·재방송 비율 등 평가 안 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2015년 방송평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다름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평가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오후 발표한 ‘2015년 방송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 평가결과 JTBC(570.37점), MBN(564.48점), TV조선(563.99점), 채널A(561.17점)순으로 나타났다. 방송평가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며 지상파, 종편,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보도PP 등을 대상으로 한다. 방통위의 공식평가인 만큼 1위를 한 방송사는 매년 자사보도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해왔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이들 방송의 희비를 가른 건 뉴스의 질적 측면이나 예능 및 드라마 편성 여부가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여부였다. 해당 평가에서 JTBC가 15점 만점에 7.5점을 받았고 다른 방송사들은 0점을 받아 차이를 벌렸다. 만일 이 항목이 없었거나 JTBC도 0점을 받았다면 1등에서 3등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그나마 지난해 평가부터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이 시간대에 따라 점수가 차등부여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점수가 나올 수 있었다. 2013년 평가 당시 TV조선은 새벽 4시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했음에도 관련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과 방송평가위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편성 시간대를 반영하도록 평가척도가 개선된 것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평가’가 결정적인 변수였다는 건 달리 말하면 평가 자체가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종편 뿐 아니라 다른 채널도 격차가 거의 없었다. 보도채널의 경우 YTN과 연합뉴스TV의 평가결과 차이가 1점 미만이었고, 지상파 3사 역시 대동소이했다. 

방송과 관련성이 적은 경영상황 등을 평가하는 ‘운영’평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점수의 배점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종편 기준 평가점수는 700점 만점으로 △내용(210점) △편성(215점) △운영(275점)으로 나뉜다. 

운영평가는 기본점수부터 후한 편이다. 종편4사는 공정거래법 준수(30점), 개인정보보호(25점), 시청자불만처리의 적절성(25점), 유통상 공정거래질서(10점), 방송법 준수(40점)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250점 중 130점이 기본점수인 셈이다. 특히 ‘유통상 공정거래질서’평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행계획만 세우면 만점을 받게 된다.

내용과 편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질 평가’의 경우 JTBC(25.67점), MBN(24.48점), 채널A(24.71점), TV조선(24.12점)으로 4사가 큰 차이가 없다. JTBC의 뉴스가 다른 뉴스보다 더욱 높은 신뢰를 받고 있고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등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이 같은 특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12.5점 배점인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 질 평가’의 경우 JTBC가 꼴찌를 기록하는 모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이 평가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자사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제출하면 점수를 받는 식인데 JTBC를 제외한 3개 종편은 만점이 나왔고 JTBC는 1점 모자란 11.5점이 나왔다. JTBC는 관련 항목 제출에 미비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채널A와 TV조선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사실상 자사프로그램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취지를 무색케 했지만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항목에서 종편4사 모두 27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 

TV조선 ‘열린비평 TV를 말하다’는 최일구 앵커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뉴스쇼 짠’을 가리켜 “정통뉴스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소식들”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게 이끌었고 흥미로웠다” 등의 칭찬일색을 내보냈음에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사실 내용평가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형식적인 평가도 문제지만 방송내용을 정부가 평가하면 ‘언론통제’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보도에 대한 공정성 및 객관성 심의결과 감점을 늘렸는데 이 과정에서 야당추천 위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최소한 형식적인 평가를 없애고, 종합편성채널의 심각한 문제인 낮은 콘텐츠 투자, 지나친 재방송 비율 등을 평가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평가위원장인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배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건 2014년부터 얘기했는데 결국 조만간 임기가 마무리 된다”고 밝혔다. 

매체별로 특성이 다른데 평가기준이 대동소이한 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편, 지상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홈쇼핑의 특징을 감안하지 않고 거의 같은 기준과 척도로 평가하고 일부 배점에 차이를 두는 정도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송 평가를 하는 것은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공성 구현을 위한 것”이라며 “매체별로 다각도로 평가를 해 차별성을 두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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