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검진 거부 속출.. 엄마들 "어디가라고"

김성모 기자 입력 2016. 12. 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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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아과 벌써 846곳 참가.. 집단행동 나서 내년 대란 오나]
의사들 "수가 1만1530원 너무 적어.. 내년 1월부터 올려달라" 요구
복지부 "논의시간 필요" 난색

인천 연수구 주부 최모(38)씨는 지난 5일 작은딸이 감기에 걸려 동네 소아과 의원에 갔다가 '영·유아 검진 중단 예정'이란 안내문을 보았다. 최씨는 "가뜩이나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에 앞으로 어린이집에 내야 할 검진 서류 받으러 이곳저곳 뛰어다녀야 하는 건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내년 1월부터 영·유아 건강 검진을 안 하겠다"며 집단 검진 거부에 나서 내년 '영·유아 검진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정부가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만 6세 미만)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7차례에 걸쳐 문진과 진찰, 신체 계측, 발달 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동네 소아과 의원 등 전국 4062개 영·유아 검진기관 가운데 401곳(6일 현재)이 내년 1월부터 검진 기관을 취소하겠다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진 거부에 나서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동참 기관은 846곳(5일 현재)이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적어도 검진 기관 5곳 중 1곳이 내년부터 영·유아 검진을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영·유아 검진비가 1만1530원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소아과 의원 원장은 "말도 통하지 않는 영·유아를 어르면서 꼼꼼하게 검진하려면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데 수가가 너무 낮다"며 "솔직히 영·유아 검진은 '봉사 활동'에 가깝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담당 공무원들이 영·유아 검진 현장을 한 번도 안 나와보고 탁상행정으로 수가를 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소청과의사회에서 찾아와 내년 1월부터 수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수가를 인상할지 검토하고 논의할 시간이 필요해 1월 인상 요구는 무리"라고 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부실한 영·유아 건강검진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진 자체가 안과·정형외과·신경과 등 너무 많은 분야를 겉핥기식으로 하는 것이라 의사도 힘들고 부모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영·유아 자녀를 둔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유아 건강검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부실 검진 불만을 해결하려면 검진 시기와 항목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영·유아 검진기관에 정기적으로 나와 적절한 검진 인력과 장비 등을 갖추었는지 점검할 때 "너무 심하게 '갑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 당국과 일선 의원 사이 갈등이 커지면서 당장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육아 카페에선 "오늘 ○○○의원에 전화했더니 내년에는 (검진) 예약 안 받는다는데 다른 곳은 어떤가요?" "영·유아 검진 안 하는 곳이 자꾸 늘면 당장 유치원에 내야 할 건강검진 서류는 자기 돈 내고 받아야 하는 건가요?" 등과 같은 글이 올라온다.

부모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에 문제가 있다면 빨리 보완해 검진받도록 해야지 그 피해를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소청과의사회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 국민 불편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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