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시군구 승마협회까지 감사 이례적.. 살생부 나중에 들어"

박영준 2016. 12. 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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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유라 '공주승마'에 무너진 대한민국 (하)] 김 모 전 대한체육회 감사실장 첫 인터뷰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 ‘공주승마’를 반대하거나 방해가 되는 존재는 가차 없이 응징되고 보복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까지 동원해 공주승마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된 일부 승마협회 간부에게 사퇴를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모(55) 당시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 TF(태스크포스) 감사실장을 지난 2일 인터뷰했다.

김 전 감사실장은 승마협회 특별감사 이후 대한체육회에 사표를 냈다. 승마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이후 죄책감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한 질문에 “당시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감사에 대해선 “이례적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에 참여한 관계자가 감사에 대해 외압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김 전 감사실장과의 일문일답.

김모 전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 TF(태스크포스) 감사실장이 2013년 6월 인천에서 열린 ‘2013 제4회 인천 실내&무도(武道) 아시아경기대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카카오톡 캡처
―2013년 하반기 승마협회에 대한 특별감사가 이례적이었는데.

“시도체육회까지는 감사를 해도 시도체육회 하부기관을 감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있긴 있는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하지 않는다. 시군구 체육회까지 내려가는 감사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감사는 어땠나.

“승마협회의 주된 감사는 문체부에서 주로 했고, 대한체육회는 합동감사니까 부수적인 것을 챙겨주고 협조해주는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당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만든 살생부가 감사에 반영됐는지.

“정확히 듣지는 않았다. 그 당시 감사 취지에서는 감사 규정을 좀 명확히 해서 가급적이면 재선이나 3, 4, 5선을 해서 협회를 사유화하거나 오래한 분들을 가급적이면 그만두게 하자. 그런 중임제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감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승마 같은 경우는 시도에서 일하는 분이 굉장히 적고 전국적으로 인구가 얼마 안 된다. 어차피 그분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4, 5선을 할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그분들은 상당히 봉사했던 분들이 많은데 원칙이 중임제한이기 때문에 그만두라고 했던 부분이 상당히 미안하고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어차피 중임제한 규정에 걸려 몇 년 못하실 테니 차라리 그럴 바에는 여러 어려움을 겪지 않고 그냥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 부분이 상당히 미안하고 항상 어렵게 생각을 했다. 중임제한이랄지 여러 조건을 걸어 그만두라고 하는데, 그만두게끔 제가 말했던 것 그 자체가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다.”

―당시 감사에서 비위 사실이 있었나.

“비위 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없었다. 뭐 예산을 조금 전용해서 썼다 (그런 것이 있었는데) 그런 건 크게 비위 사항은 아니었다.”

―감사 당시 ‘위쪽’을 거론하며 ‘기관차가 달려온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네. (문체부) 노태강 국장이나 진재수 과장이 그만두고 그다음에 감사의 강도가 상당히 세졌는데, (협회장직을) 그만두지 않을 경우에는 좀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그만 안 두면 상당히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워낙 특별 감사하는 것이 굉장히 세게 작용이 되는 것 같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었다). 저는 진짜 그때까지만 해도, 승마에 그런 문제가 있었던 건 전혀 감지를 못했고 다만 ‘태권도하고 승마하고 감사를 세게 하는구나’ 생각만 했다.”




―감사 강도가 높았다는 것인가.

“그때 감사 지침이 상당히 세게 내려와서 ‘아유 이거 굉장히 강도가 세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나중에 살생부라든지, 비선조직이라든지, 박원오라든지 그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에 ‘아유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나’ 그런 생각을 좀 했다. (중략) 그분(승마협회장)들한테 이야기할 때도 ‘감사 강도가 이렇게 세니, 저기 위에서 어느 정도 지침이 내려와서 이렇게 움직이면 그냥 거기에 맞추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다. (중략) 당시 강도가 높았던 건 (체육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잘 아는분 인가.

“잘 안다. 그분들이야 열심히 노력하시고, 체육계 쪽에서는 상당히 믿음을 줬던 분들이다. (중략) 상위 기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위 기관에서 알 수 있나. 왜 경질됐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당시 승마협회 감사 후 사표를 냈는데.

“그건 제 개인의 문제로 생각해 달라.”

―당시 감사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는 증언이 있다.

“실질적으로 감사는 문체부에서 했고, 저는 다만 그분(승마협회장)들을 알기 때문에 이제 그만뒀으면 하는 권고라고 할까. 그것 외에는 없다. 그분들이 혹시 더 다칠까봐, 더 힘들까봐 그렇게 말한 것이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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