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해수부-새누리당 삼각편대..'세월호 진상규명'은 어떻게 막혔나

박다해 기자 입력 2016. 12. 6. 11:23 수정 2016. 12. 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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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세월호 ②] '시행령'과 '예산 삭감'으로 조사 범위 축소..해수부·여당 'BH'조사엔 적극대응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편집자주]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한 국정농단 사태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여러 의혹도 포함된다. ‘탄핵소추안’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헌법의 생명권 보장조항을 위반했단 내용이 분명하게 명시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지난 9월 강제 해산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를 다시 출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끝나지 않은 세월호 ②] '시행령'과 '예산 삭감'으로 조사 범위 축소…해수부·여당 'BH'조사엔 적극대응 ]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세월호) 그 인양이 언제 가능하리라고 보십니까? 인양도 안된 것에 대해서 조사 비용이 지금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신정훈 위원 "(세월호 선체)조사가 이 세월호 진상 규명의 핵심적인 내용이란 말이예요. 예산편성도 하지 않고 그 문제에 있어서 접근권도 보장하지 않고 어떻게 세월호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하라는 이야기입니까?"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보장 안 한 게 없다고 저는 보고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위원님 혼자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2015년 10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청와대(BH)와 해양수산부, 새누리당의 삼각편대는 단단하고 촘촘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와 구조 미흡 등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독립적인 정부기구다. 650만여명의 국민이 청원해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 활동은 출범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혔다.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별법 시행 2주 만인 1월 16일,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특조위 구성이 채 완료되기도 전이다. 고비는 계속됐다. 해수부는 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특조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특조위 내 여당 추천위원의 행동 지침을 마련해 활동에 개입했다. 청와대 역시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특조위의 선체조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관련 대응방향'과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

◇ 조사대상에서 조사주체로 변한 해수부…'대응지침' 마련해 특조위 개입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 "특조위와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적어도 대외적으론 말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사대상 기관'이다. 선박의 과적 여부 등 출항 전 안전점검을 하는 '한국해운조합'과 선박 증, 개축을 관리하는 '한국선급'은 모두 해수부 산하기관이다. 게다가 두 기관의 역대 이사장 대다수가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임이 알려져 참사 당시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해피아' 논란 수면 위로…해수부, 해운조합에 편법특혜 제공)
(관련기사☞"세월호 후 달라진 게 뭐냐" 한국선급·해운조합 '뭇매')

대표적인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유기준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5월 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조위의 독립성은 특별법에서 이미 보장돼있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특조위의 독립성이 더욱더 보장되고, 진상규명이 특조위를 통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명확하게,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수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公言)했다.

하지만 해수부가 특조위의 조직 구성과 권한, 예산 배정 등 전 방위에 걸쳐 적극 개입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이 같은 '공언'은 '빈 말'(空言)에 그쳤다. 해수부는 "소모적인 세월호 관련 이슈 확산을 막고 정부의 대국민 신뢰 향상을 위한 대응방향 정립이 필요하다"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관련 대응방향' 지침을 만드는가 하면 "BH 조사를 할 경우 여당 추천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해수부와 여당 추천위원의 간 협조·소통채널을 강화"하는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단독]해수부 "세월호 특조위, BH 조사시 與위원 사퇴 표명"…'대응방안' 문건)
(관련기사☞[뷰300]세월호참사, '무한책임' 진다던 해양수산부가…)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0월 국회 농해수위 예산안 심사 때 제출한 검토문건

◇ 해수부 '인양선체 관리' 주장에 '선체조사 예산' 전액 삭감당한 특조위

예산 배정과 선체 조사권을 둘러싼 정부와 특조위의 줄다리기도 계속됐다. 특조위가 예산을 처음 배정받은 시기는 지난해 8월 18일이다. 그마저도 당초 요청한 예산 160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삭감된 89억원을 받았다. 현장조사에 필요한 여비는 8억 1960만원에서 1억 450만원으로, 참사실태 조사·연구 비용은 3억 2120만원에서 5193만원으로 깎였다. 진상규명 실지조사 비용은 13억 4380만원에서 4억 3350만원으로 대폭 삭감돼 사실상 제기능을 하기 힘든 상태로 출발했다.

(관련기사☞세월호 특조위, 힘겨운 출발…조사 예산 80% 삭감, 제 기능 의문)

특조위의 2016년 '인양선체 정밀조사 사업' 예산은 해수부의 '인양선체 관리' 예산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또다시 전액 삭감됐다. 인양선체는 참사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로 선체조사는 진상규명의 핵심 작업으로 꼽혔다.

신정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해수위 예산소위에서 "범죄현장이라고 하는 것은 현장상황이 보전되는 것이 첫번째 원칙"이라며 "엔진상태, 화물 쏠림이나 고박상태 등 모든 부분이 다 엉켜있을텐데 해수부에서 (선체 인양 후) 정리해버리면 세월호가 갖고 있는 모든 증거능력을 훼손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해수부는 완강했다. 해수부는 당시 예산소위에서 "세월호 후속조치와 관계되므로 해수부가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검토의견서를 별도로 제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정부, 세월호특조위 '선체 정밀조사' 예산 전액 삭감 논란)
(관련기사☞'세월호 인양선체 관리예산' 두고 해수부-특조위 공방)

해수부의 전, 현직 장차관 모두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관 출신의 김영석 현 해수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이었다. 윤학배 차관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가장 먼저 조사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이었다.

당시 심판원은 '조타기 조작 실수'를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밝혔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3등 항해사와 조타수의 '업무상과실 선박매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최종판결은 검찰과 심판원의 조사 결과를 법원에서 완벽하게 배척한다는 의미로 두 기관이 세월호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세월호 인양이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월권 논란이 있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강하게 밀어붙인 유기준 전 해수부 장관은 20대 총선 출마를 이유로 7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해수부 문건'의 작성 및 보고 담당자로 지목됐던 연영진 전 해양정책실장 겸 세월호인양추진단장 역시 인양이 완료되기 전에 사표를 냈다.

(관련기사☞유기준 "장관직 내려놓는 것 예상됐지만 송구스럽다")

◇ '세월호 진상규명' 노골적 반대한 청와대-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5월 16일, 참사 한 달 만에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 16일에는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달랐다. 최근 보도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특별법이 국난을 초래할 것"이며 "'세월호 인양'은 정부책임, 부담"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신정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조위의 선체조사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을 따졌지만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히려 "조사비용이 지금 필요하다고 보냐"고 반문했다. 안종범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역시 "특조위의 정밀조사 사업 대신 해수부의 인양선체 관리사업으로 다 포함이 돼 있다. 결국 같은 이야기"라며 "해수부의 인양선체 관리에 정확하게 중복되는 거다. 어디에서 하거나 상관이 없다. 해수부의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중대' 역할에 철저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해수위 예산소위는 '2016년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두고 12시간여의 공방을 벌였다. 당시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특별법에 '특조위의 청문회 개최'가 명시돼있음에도 "청문회로 분탕질 하지말라"고 주장했다. 다른 부처의 예산 심사에선 1000억원씩 마구잡이로 증액을 요구했던 여당 의원들은 특조위 예산에 대해선 각 세부 항목마다 산출근거자료를 요구하며 감액을 주장하고 나섰다. 무작정 "필요없는 예산"이라며 윽박지르는 모습도 나왔다.

(관련기사☞김종태 "세월호특조위, 청문회로 분탕질 하지말라")
(관련기사☞[현장+]다른 예산은 1000억도 '가뿐', 세월호특조위는 1억도 '진통')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의 건'을 조사키로 의결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조위가 사건의 본말을 호도하고 정치공세로 몰고 가려한다"며 "특조위 해체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도 했다.

(관련기사☞농해수위 與의원 "세월호특조위, 대통령 행적조사는 정치공세")
(관련기사☞새누리당 "대통령 조사하는 세월호 특조위, 해체도 고려")

[관련기사]☞ [단독]"소모적인 세월호 이슈 확산 막아라"…'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대응문건' 만든 해수부'구호' 1000억 여성복 브랜드로 키운 이서현의 뚝심'박정희 흉상' 철거 어쩌나…서울시·영등포구 '고심'"집값 오를 이유들이 사라졌다…내년 이후 하향안정화"[300어록]"제가 언제 탄핵 강행하면 장 지진다고 말했나!"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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