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환자 5년생존율 15년새 2배로 껑충 뛰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2016. 12.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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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암 중 최악의 예후를 보이며 최저 생존율에 머물러 있는 췌장암. 걸리면 죽는 절망의 암으로 알려진 췌장암 치료에 점차 희망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췌장암 수술 생존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수술 환자의 약 30%가 5년 이상 생존하며, 약 80%는 1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암병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사진) 교수팀이 지난 2000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절제 수술을 시행한 췌장암 환자 1656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조사결과 2000∼2004년 췌장암 수술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12.4%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2010∼2014년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26.8%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15년 새 2배 넘게 생존율이 증가한 셈이다.

연구팀은 췌장암 수술환자를 5년 단위의 환자군으로 나눠 생존율 추이를 분석했다. 2000∼2004년 환자군 201명의 1년・2년・3년・5년 생존율은 각각 61.0%, 31.1%, 18.4%, 12.4%로 나타났으며, 2005∼2009년 환자군 545명의 생존율은 소폭 증가해 각각 69.4%, 39.3%, 27.7%, 17.2%로 파악됐다.

최근인 2010∼2014년 환자군 910명의 생존율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고 각각 80.2%, 51.6%, 36.9%, 26.8%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656명 전체 환자의 생존율은 74.0%, 45.0%, 31.3%, 21.1%로 나타났다.

이처럼 췌장암 수술환자 생존율은 2000년 이후 1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암의 완치를 뜻하는 5년 생존율이 12.4%에서 26.8%로 뛰어, 2배가 넘는 큰 증가율을 보였다. 1년 생존율은 61%에서 80.2%로, 3년 생존율은 18.4%에서 36.9%로 증가해 단기 생존율에서도 확연한 변화를 드러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등록된 국내 모든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지난 20년 동안 7.6∼9.4%로 한 자리 수에 머물며 큰 변화가 없는 것과 다르게, 췌장암 수술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외과적 수술법의 향상 및 소화기 내과적 처치, 다학제적 통합치료 그리고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의 지속적 발전 등이 췌장암 수술의 치료 성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췌장암의 병기에 따른 생존율도 확인됐다. 췌장암의 병기는 보통 암의 크기(T), 임파선의 전이 정도(N), 다른 장기로의 전이(M)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누는데, 1,656명 수술 환자의 병기별 5년 생존율을 분석했다.

암이 주변으로 침범하지 않고 췌장에만 국한되어 있는 췌장암 1기의 경우 52.4%(암의 크기가 2㎝ 미만)와 47.5%(암 크기가 2㎝ 이상)로 나타나 전체 수술 환자 5년 생존율인 26.8%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주변 장기로의 침범이 보이는 췌장암 2기의 경우 임파선 전이가 없을 때는 30.4%를 보였으나, 임파선 전이가 있을 경우 14.0%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동맥 혈관을 침범해 국소적 진행이 된 췌장암 3기는 14.0%로 역시 낮았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의 경우 병기가 1기라도 다른 암들에 비해 생존율이 매우 낮았으나 3기에 비해서는 3.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파선 전이나 주요 동맥 혈관의 침범이 없는 조기 발견의 경우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생존율 향상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췌장암은 암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고 후복막에 깊숙이 자리해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주위 혈관 침범과 주위 임파선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잘되기 때문에 췌장암이 다소 진행되고 나서야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실제 이번 수술 환자의 병기별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췌장암의 조기 발견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0년부터 최근인 2016년 4월까지 췌장암 수술 환자 2,029명의 병기별 분포 추이를 분석한 결과, 조기 발견이라 볼 수 있는 췌장암 1기 환자는 전체의 4%대에 그쳤으며 주변 장기로의 침범이 보이는 췌장암 2기가 90%대로 절대적 비율을 유지했다. 

2000∼2009년 환자군 746명의 경우, 췌장암 1기는 24명으로 3.2%에 그쳤지만, 췌장암 2기는 89.6%인 668명으로 가장 많았다. 3기는 2.9%인 22명, 4기는 4.3%인 32명이었다.

최근 2010∼2016년 4월까지의 환자군 1,283명의 경우에도 병기 분포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췌장암 2기가 91%(1,167명)로 가장 많았으며 1기는 4.2%(55명), 3기는 0.9%(11명), 4기는 3.9%(50명)의 비율을 보여, 조기 발견을 통한 췌장암 수술 비중은 미미했다.

특히 혈액 내 종양표지자인 ‘CA19-9’의 수치 상승을 췌장암의 진단 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데, 전체 수술 환자 2,029명의 32.3%인 657명의 경우 이러한 CA19-9가 상승하지 않았다. 종양 표지자의 민감도가 떨어지며 그만큼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완치는 유일하게 수술로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췌장암의 주요 원인인 흡연, 비만, 당뇨, 만성췌장염, 가족력 등을 가진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 등을 통해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달 3~5일,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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