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오버페이 뜨거운 논란 속 여전한 그림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공식 몸값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최형우가 4년 100억원을 받아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여기에 지난 5일 우규민이 LG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받은 4년 65억원은 또 다시 FA 거품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FA 신청 선수 15명 가운데 계약에 이른 선수는 6명으로 나지완(KIA 잔류·4년 40억원), 이원석(삼성 이적·4년 27억원)이 50억원 미만에 계약했다.
그렇지만 스토브리그가 모두에게 따뜻한 것은 아니다. 매 시즌 반복되는 문제로 지적되지만 준척급 미만의 FA에겐 여전히 차가운 것이 현실이다. 양현종, 차우찬, 황재균 등 일부는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선수다. 그러나 나머지는 기량이 하락세인 베테랑이거나 백업 선수들이다.
보통 FA 협상은 선수가 이전 연봉 협상에서 ‘을’이던 선수가 ‘갑’의 위치에 선다고 하는데 이들에겐 다르다. 주변 환경이 녹록치는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협상 우선 순위에서도 밀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위치인 데다 이적도 쉽지 않다.
FA 보상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야구 규약에서는 FA를 뺏긴 팀에게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와 20명의 보호선수 외 선수 1명’ 또는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를 선택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FA 보상제도는 모든 선수에게 같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준척급 미만 선수들의 이적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올해 FA를 선언한 1980년생 베테랑에게도 만만치 않은 겨울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세대교체에 시선을 두면서 고액 연봉의 하락세를 걷는 노장에 대한 시선도 차갑다. 구단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이나 보장 금액을 줄여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첫 FA 권리를 행사한 봉중근이나 FA 재자격 선수인 이진영, 정성훈도 결국 잔류에 무게를 두고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이야 여론의 보호를 받지만 몇몇 선수들에겐 더 힘든 겨울이 예고된다. FA 폭등 우려에도 온기를 유지하고 있는 FA 시장의 그림자 속 체감온도는 영하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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