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의시사전망대] "석유 값 동향 궁금하면 트럼프의 입을 주목하라"

2016. 12. 6. 0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담 : 한세현 SBS 국제부 기자


- OPEC회원국 하루 평균 120만 배럴 감산 합의
- 저유가로 고통 받던 회원국들 숨통 트일 듯
-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 8~9%급등
- 셰일가스 업체들과 치킨게임 벌였던 OPEC... 절반의 성공은 거둬
- 수니파vs시아파 이슬람 종파갈등도 저유가에 한몫
- 최대복병 트럼프 당선으로 고유가 유지하기 힘들 듯
- 트럼프 OPEC으로부터 독립, 사우디로부터 석유수입 끊겠다 주장
- OPEC 다시 한 번 트럼프와의 전쟁 앞둬... 당분간 유가급등 없을 듯
 
▷ 박진호/사회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우리가 지금 많은 것을 지나치고 있는데요. 사실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합의가 하나 도출됐습니다. 바로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들이 내년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 대폭 줄이기로 합의한 겁니다. 8년 만에 이뤄진 원유 감산 합의인데요.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BS 보도국 국제부 한세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 한세현 SBS 기자:
 
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OPEC 회원국들이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했는데, 합의 배경부터 알아볼까요?
 
▶ 한세현 SBS 기자:
 
네, OPEC 회원국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어 하루 최대 원유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 양을 맞추려면 하루 평균 생산량을 120만 배럴을 줄여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실 건데요, 쉽게 설명 드리면, 1배럴은 TV에서 흔히 보시는 기름을 담는 큰 드럼통 1개를 생각하시면 되시는데요, 그러니까, 하루 평균 드럼통 120만개가량을 덜 생산하는 거죠. 이만큼 생산량을 줄이기로, OPEC 회원국 14개 나라가 합의한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OPEC이 감산하기로 합의한 건 결국, 기름 값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겠죠?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1배럴에 100달러 가까이 육박했던 유가가 불과 2년 새 반 말 그대로 반 토막 났습니다. 어차피 OPEC은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에 의지해 이른바 ‘오일 달러’로 큰 부를 누렸는데, 유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니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월급을 200만 원 받다가100만 원만 받으면, 숨이 턱 막힐 만큼 큰 경제적으로 타격이 오거든요.

그렇다 보니 OPEC 회원국들도 “아,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손가락만 빨다가 굶어죽겠다,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감산 합의에 이른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죠?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에서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OPEC이 석유생산을 줄이면 공급이 줄어드니 유가는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는데요,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부터 바로 급등했습니다.

합의 발표 당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내년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4.21달러 무려 9.3%나 오른 배럴당 49.4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8.8%, 4.09달러 상승하며 배럴당 50.47달러로 50달러 고지를 회복했습니다.

오름세는 계속됐는데요, 제가 방송 들어오기 전에 확인해보니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우는 51.85달러,브렌트유는 54.46달러까지 더 올랐습니다. 저유가로 고통 받았던 OPEC 회원국들로선 당장 급한 불을 끄고 한숨을 돌린 셈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럼, OPEC 입장에선 진작 감산했으면 됐을 텐데, 이번 감산 합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거든요, OPEC은 왜 그동안 감산에 나서지 않았나요?
 
▶ 한세현 SBS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감산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이가 주도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과의 경쟁 때문입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모래와 진흙이 굳어 생긴 탄화수소가 퇴적암층, 셰일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매장된 가스와 오일을 말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에 앞으로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이 셰일가스, 셰일오일은 최소한 60년은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체제가 되는 셈인데요. OPEC은 이에 대응해 사우디를 중심으로 셰일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북미지역의 셰일업체가 셰일가스, 오일을 생산하는 비용이 중동국가의 원유생산량보다 더 크다는 데 착안한 건데요, 쉽게 말해, 석유를 생산을 늘려서 석유 가격을 낮추면, 다른 국가나 기업들은 비싼 셰일가스, 오일 대신 저렴한 석유를 많이 찾을 것이고, 그러면 셰일업체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망할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서로 정면충돌해 승패를 가리는, 흔히 말하는 ‘치킨게임’을 한 거죠.
 
▷ 박진호/사회자:
 
결과는 어땠나요?
 
▶ 한세현 SBS 기자:
 
결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은 거뒀습니다.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란 시장조사 업체가 분석해 보니까, 미국의 셰일업체 시추공 수가 지난 몇 년 새 절반으로 준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셰일업체 절반이 망한 거죠.

그렇다고 셰일업체들도 쉽게 죽진 않았습니다거의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수준까지 갔지만, 비용 효율화를 이루며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어 석유업계 전체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내가 이렇게 쉽게 죽을 순 없다”라며 끝까지 버틴 거죠. 그러는 동안 저유가로 인한 OPEC 회원국들 역시 큰 피해를 봤고요. 어쨌든, 이런 ‘셰일업계 고사 작전’으로 OPEC의 감산은 이뤄지기 못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런 경제적 이유 말고도, 이슬람 내부의 종파적 분쟁도 OPEC의 감산 합의을 어렵게 한 이유였죠?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제일 중요한나라는 ‘이란’인데요, 이란은 핵개발을 하면서 서방 국가들로부터 많은 경제 제재를 받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석유 수출 금지였습니다. 이란도 먹고 살 게 석유 밖에 없는데, 석유를 못 파니 손가락만 졸졸 빨 수밖에 없었던 거죠. 결국,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이란이 백기를 들었는데요, 지난해 4월 2일 핵협상이 타결되며, 원유 수출 길이 다시 열릴 겁니다. 이란 입장에선 당연히 어떻게든 석유 생산을 늘려,

“우리 국민들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게 해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딱 막아서는 국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우디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같은 중동 이슬람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란과 사우디는 전혀 다른 종파로 구성돼 있습니다.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죽고 난 뒤, 이슬람은 지역에 따라 사아파와 수니파로 나뉘는데, ‘시아파’엔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 시리아들이 포함되고 이들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수니파’입니다. ‘수니파’ 막형은 사우디인데요, 사우디 입장에선 원유 생산량을 줄여봐야, 어차피 ‘시아파’의 좌장격인 이란이 증산할 게 뻔해 보였던 겁니다.

이란이 석유 생산을 늘려 부를 축적하면, 이 돈은 다른 시아파 국가들로 흘러갈 것이고, 그러면 결국 사우디 입장에선 감산해 보아야 시아파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고 판단한 거죠. 결국, 섣부른 감산이 자칫 자신들 종파 전체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해 감산에 나서지 못했던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어쨌든 감산하기로 합의했는데,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 한세현 SBS 기자: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걸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통적인 경제학에선 유가 상승이 소비자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나쁜 요인으로 인식되지만, 지금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주요 산유국들이 투자를 늘릴 거란 기대 때문입니다. 감산으로 석유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등 산유국들이 적극적으로 석유 시추에 나설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건설과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란 겁니다.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기를 살리겠다고 규제를 풀어 건설 붐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이친데요, 사업을 확장하면 공장, 건물도 더 짓고 원자재도 더 많이 사게 됩니다.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나겠죠. 한마디로, 높아진 석유 가격이 소비와 고용을 늘릴 거란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우 삼성 엔지니어링이란 회사가 대표적인데요, 이 회사가 고유가 땐 가가 30만원을 넘으며 잘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저유가가 이어지며 상장폐지, 쉽게 말해 회사가 없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산업 플랜트 건설, 주로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 산유국들에 공장을 지어주는 회사인데, 저유가가 이어지니깐, 이 사업주들도 석유를 파봐야 돈이 안 되니 발주를 안 한 거죠. 삼성 입장에선 일감이 없어진 거고요.

반대로 고유가 되면 다시 플랜트를 지을 거라 삼성 엔지니어링 입장에선 일감이 늘어나는 거죠. 결국, 이런 이유로 고유가가 되면, 건설 플랜트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이대로 될지, 불확실하게 만드는 변수도 있죠?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합의도 엄밀하게 보면 불완전한 합의인데요, 막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은 “감산하라”는 사우디의 압박에도,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며 현재 생산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버텼습니다. 또,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도 내전과 송유관 파괴 등으로 감산 대상에서 제외됐고요. 그래도 역시 가장 강력한 ‘복병’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입니다.

그동안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은 한마디로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이였습니다. “미국이 배를 불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는 거죠.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누차 강조해왔는데요, 여기서 독립은 바로, 세계 산유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OPEC 국가들로부터의 독립입니다.

트럼프는 OPEC이 미국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해왔는데요, 그는 대통령이 되면 당장 사우디산 석유 수입부터 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또, 취임 직후, 셰일업계 등 관련 산업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매년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선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축했습니다.

영국 가디언도 “트럼프 취임 후, OPEC은 유가 하락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결국 2014년 이후 미국 셰일가스, 셰일 오일 기업체들과 ‘치킨 게임’을 벌이다 재정이 거덜난 OPEC 국가들은 또 다시 강적 트럼프와 ‘석유 전쟁’을 치러야 하게 된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향후 전망 얘기해주시죠.
 
▶ 한세현 SBS 기자:
 
일단,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50~60달러의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합니다. 기술 발달로 원유 생산 단가가 낮아졌고, 특히, 이른바 ‘셰일 밴드’ 이론이 작용할 거란 이유에서인데요, ‘셰일 밴드’는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늘려, 유가가 60달러를 넘지 못한단 이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냥 유가가 오를 거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설사 오른다고 해도, 우리나라 수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회의적인데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석유화학 업종이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 외 국가들의 불황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가가 상승하면이 석유화학 업종 외 다른 산업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결국, 자칫 잘못하면 OPEC과 미국, 이 두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는데요, 수요와 공급, 국제사회 정세에 맞춰 그때마다 정교하고 다양한 대외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일단 유가 상승이 산업계에는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네요. 오늘 한세현 기자 얘기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