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100억 공개' 삼성, 장원준 뺏긴 롯데와 다를까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입력 2016. 12. 6.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 2의 장원준?' 삼성에서 FA로 풀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차우찬(왼쪽)은 국내 팀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2년 전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처럼 다른 팀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자료사진=삼성, 두산)
프로야구 삼성이 좌완 FA(자유계약선수) 대어 차우찬(29)을 잡기 위한 마지막 패를 뒤집었다. 4년 100억 원, 역대 최고액 이상의 대우다.

삼성 관계자는 5일 "차우찬에 최고 대우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상황"이라면서 "차우찬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서 FA로 풀려 KIA와 계약한 최형우의 4년 100억 원을 넘는 역대 최고액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삼성은 비장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양 측이 협상 중인 상황에서 제시액을 공개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선수가 원하는 액수나 구단이 제시한 금액을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FA 시장이 과열되면서 구단이 제시액을 밝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부분 원 소속구단이 이미 마음이 떠난 FA를 잡기 위해 내미는 최후의 카드다. 그러나 마음을 돌려 잔류하는 경우는 없었다.

▲장원준, 88억 롯데 뿌리치고 84억 두산행

FA 시장에서 가장 먼저 '패를 깠던' 구단은 롯데다. 2011시즌 뒤 롯데는 거포 이대호를 잡기 위해 4년 100억 원 조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미 일본 진출로 마음을 굳힌 이대호를 정말 붙들기 위해서보다는 이 정도로 구단이 애를 썼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가장 현실적인 사례는 2014시즌 뒤 열린 FA 시장이다. 롯데는 당시 좌완 에이스 장원준(현 두산)을 잡으려 사력을 다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면서 롯데는 4년 88억 원 조건을 공개했다.

대어를 놓친 서운함과 함께 일종의 트랩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 조건 밑으로 계약하면 당시에는 규정 위반인 이른바 탬퍼링(사전 접촉)이 적발될 수 있을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4시즌 뒤 두산과 FA 계약을 맺은 장원준의 모습.(자료사진=두산)
장원준은 그러나 거짓말처럼 두산과 4년 84억 원에 계약했다. 이에 대해 장원준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었다"며 탬퍼링 의혹을 일축했다. 당시 롯데는 선수단 사찰 등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면 계약을 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태룡 두산 단장은 "84억 원은 장원준이 먼저 제시한 금액"이라면서 "최정(SK)이 계약한 4년 86억 원을 넘는 역대 최고액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정근우(한화)의 경우처럼 2013시즌 뒤 SK가 제시한 4년 75억 원을 뿌리치고 한화와 70억 원에 계약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대형 FA들은 금액 공개에 대한 부담감에 축소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100억 원도 차우찬 못 잡는다 소문 파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 심경이다. 차우찬을 잡고는 싶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있다는 짐작을 하고 있다. 다만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이 없어져 탬퍼링 금지 조항도 없어졌다.

삼성 관계자는 "야구계에서는 우리가 4년 100억 원 이상을 제시해도 차우찬을 붙들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삼성은 2년 뒤 해외 진출 조건까지 보탠 상황이다. 차우찬은 KBO 리그뿐 아니라 일본, 미국 무대도 저울질하고 있다.

차우찬을 데려갈 구단으로는 구애를 밝힌 LG가 첫 손에 꼽힌다. LG는 이미 FA 선발 자원 우규민을 삼성으로 보냈다. 삼성은 4년 65억 원에 계약했다. 우규민을 내준 LG는 선발 투수가 절실한 상황, 거액을 쏠 준비도 마쳤다.

LG에서 FA로 풀려 삼성과 4년 65억 원에 계약한 우규민(오른쪽)이 5일 김동환 구단 대표이사와 악수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야구계에서는 차우찬이 '제 2의 장원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장원준은 롯데를 떠나 두산에 둥지를 튼 뒤 효자 FA가 됐다. 장원준은 지난해 12승, 올해 16승을 따내며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 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 차우찬도 올해 잠실에서 2승 평균자책점(ERA) 2.82였고, 지난해는 1승 ERA 1.23이었다. 대구에서 차우찬은 올해 ERA 4.50, 지난해는 5.59였다.

박석민(NC), 최형우 등을 떠나보낸 삼성보다는 LG의 전력이 더 강한 점도 차우찬에게는 매력적이다. 다만 삼성은 차우찬을 지극정성으로 키워낸 구단이다. 이원석과 우규민 등 외부 FA들을 영입해 다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협상에 실패해 제시액을 공개했던 롯데는 장원준을 두산에 보내야 했다. 과연 차우찬에 대한 제시액을 밝힌 삼성이 롯데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