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기성용의 가려진 투혼, 2017년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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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한국 축구를 되돌아보면 미소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슈틸리케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반환점도 돌기 전 위기를 맞았다. K리그도 송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격랑의 파고와 힘겹게 싸웠다.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끝자락에선 빛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슈틸리케호는 지난달 최종예선 5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대1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마지노선인 A조 2위로 2016년을 마감했다. K리그에선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 '명가'들의 황금분할이 이루어졌다.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고, 서울은 K리그를 제패했다. K리그에서 체면을 구긴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수원과 서울의 FA컵 결승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결승 1, 2차전, 180분이 모자랐다. 연장 30분에도 희비가 엇갈리지 않았다. 승부차기 혈투에선 무려 20명이 키커로 나섰다. 10-9, 수원이 환하게 웃었지만, 서울도 후회없는 승부였다. 역대급 명승부에 한국 축구의 가치도 새삼 재조명됐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선수들의 투혼이다. 부상없는 선수는 없다. 참고 뛰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이 가운데 특별한 감동도 있다. A대표팀 '캡틴' 기성용(27·스완지시티)의 헌신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준 인물이 기성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이란 원정에서 졸전(0대1 패)을 펼친 후 '소리아 발언'까지 더해져 경질 직전까지 갔다. 기성용은 "내가 감독이라도 화가 났을 것이다. 감독님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두둔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불가항력이었다. 한 달 뒤의 우즈벡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단두대 매치'였다. 그 고개를 넘지 못하면 한국 축구와는 이별이었다. 기성용은 스스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A대표팀 합류 직전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달 7일 맨유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였다. 기성용은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오른발이 밟혔고, 세 번째 발가락이 골절됐다. 의학적으로는 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기꺼이 소집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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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은 것이 중요했다.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다. 비기거나 졌으면 향후 일정이 힘들어졌다. 선수들이 잘 인지했고, 후반에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 원정경기에서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기성용은 그 말을 남기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개점휴업' 중이다. 스완지시티는 지난달 23일 '기성용이 발가락 부상으로 2주간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2주가 흘렀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복귀까지는 일주일 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성용 뿐이 아니다. 우즈벡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도 종아리가 좋지 않았지만 견디고 뛰다 결국 탈이 났다.
2017년의 한국 축구는 도전의 연속이다. K리그는 아시아 정상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달려야 한다. 슈틸리케호는 러시아행을 향해 절반을 더 가야한다.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1위 이란(승점 11·3승2무), 2위 대한민국(승점 10·3승1무1패), 3위 우즈벡(승점 9·3승2패)이 승점 1점차로 줄을 섰다.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기성용을 비롯한 선수들의 눈물겨운 투혼이 있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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