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는 '朴비어천가'?.. 우편향 심화

이도경 기자 2016. 12. 6.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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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언급 국정교과서 문장 23개 분석해보니..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부분에서 기존 교과서보다 긍정적인 문장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보다 더 심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백범 김구 선생보다 ‘박정희’가 더 많이 등장했다. 역사학계에서는 정부가 역사 교과서가 아닌 ‘박비어천가’(박정희 찬양)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정희 언급 23개 문장

고교생용 국정 교과서에서 박정희는 28차례 등장하고 23개 문장에서 쓰였다. 국민일보가 5일 학계 도움을 받아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문장을 분석해 보니 긍정적인 문장은 10개였다. 선거 결과 등 단순 사실을 설명한 중립적 문장은 7개, 독재·인권탄압 등 비판적인 문장은 6개였다.

긍정적인 문장은 이런 식으로 쓰였다. “경제 개발 최우선 과제 설정, 경제기획원 설립”(264쪽) “다양한 과학기술 진흥정책 수립”(한국과학 기술연구소 다룬 ‘역사 돋보기’) “국방 과학연구소 통한 독자적 군사 기술 박차” “중화학 공업화 추진 선언” 등이다. 이런 문장 직후 삼성·현대 등을 언급하고는 “이를 토대로 한국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과 경쟁”이라고 기술해 박 전 대통령 업적처럼 읽히도록 했다.

부정적인 부분은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란 점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변 일으켜 주요 인사 체포” “민정 이양 약속 지키지 않아”(261쪽) “정당 결성·정치 활동 금지”(265쪽) “노동자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규제”(269쪽) 등 완곡하게 썼다. ‘탄압’이 가장 강한 어휘인데 “비상계엄 선포, 시위대 탄압”(263쪽) “반유신 민주화 운동 탄압”(265쪽) 등 두 차례 썼다.

“교학사보다 박정희 잘 써줬다”

교학사판은 박정희를 14차례 쓰고 12개 문장에 담았다. “군인들이 쿠데타 단행했다” “쿠데타 뒤 군정 실시했다”(324쪽)라며 정변이란 모호한 단어 대신 쿠데타로 썼다. 긍정적 5개, 중립 3개, 부정적 4개 문장으로 기계적 균형을 시도한 점도 특징이다. 경제 성장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강조하긴 하지만 정치사와 경제사를 따로 다뤘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처럼 ‘박정희=경제성장=삼성·현대’를 노골적으로 묶지 않았다. 역사학계는 “교학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 국정 교과서는 박정희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래엔판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교육부가 오류와 편향 서술이 가장 적다(2013년 10월 62건 수정 명령)고 평가한 미래엔판은 박정희를 30차례 언급하고 22개 문장에서 다뤘다. 긍정 5개, 중립 5개, 부정 12개 문장이다. “종신 집권 위해 민주주의 기만한 독재” “박정희는 긴급조치, 중앙정보부는 인혁당 조작”(328쪽) “국제사회, 독재·인권탄압 비난”(329쪽) 등이다. 베트남전 파병이나 강한 경제 정책의 배경을 ‘정권 정통성 부재’로 설명하는 것도 국정 교과서와 다른 점이다.

세종+이순신<박정희

국정 교과서에 세종대왕은 15번 나온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을 다룬 부분(128, 129쪽)에서 10번 언급됐다. 본문에선 3회이고 거북선 복원 모형과 지도 등에서 7회 언급됐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합쳐도 박 전 대통령(28회)보다 적게 나온다.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추진하는 유신시대 인사들은 “박정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합친 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동시대 인물로 항일 투쟁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구는 19회 언급됐다. 교학사는 세종대왕 21회, 김구 20회, 박정희 14회, 이순신 5회 순이다. 다만 이승만이 70여 차례 등장해 다른 인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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