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키려다 내가 죽을 판".. 탄핵 찬반 고민하는 親朴

최경운 기자 2016. 12. 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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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 탄핵정국]
자유 투표로 가는 親朴.. 내부선 찬성쪽 이탈 움직임
- "표결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끝까지 '막아보자' 했던 이정현, 정진석의 '표결 참여' 받아들여
- "탄핵 반대파로 찍히면 끝장"
비박 "35명外 찬성표 3명 넘어" 말 못한 '샤이 탄핵파'도 10명
- 반기문 지지 세력도 찬성 가닥
親朴핵심부는 계속 설득 작업 "압도적 찬성땐 分黨 가능성.. 비밀투표니 반대표 던져달라"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9일 진행될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에 찬성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비박계가 전날 조건 없이 표결에 참여하기로 해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를 채울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친박계 내에서도 탄핵 찬성 쪽으로 이탈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친박 핵심부에선 이날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를 상당히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로 구성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한 시간여 회의 끝에 청와대에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 로드맵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탄핵 표결 전에 이런 입장을 명확히 밝히게 해 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기우는 흐름을 막아보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당내 비박계는 물론 일부 친박 의원들도 "탄핵 표결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 대표는 결국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9일 자유 투표' 방침을 받아들였다. 표결에 불참할 경우 공개적으로 탄핵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에선 "비밀투표를 하면 비박 중에서 돌아설 의원들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관측에 대해 친박 내부에서도 "괜히 부결될 경우 후폭풍이 크다고 걱정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찬성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은 혁명 전야(前夜) 같은 상황"이라며 "탄핵 가결 이후 새누리당의 운명이 걱정이지만 탄핵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친박 중진 의원도 "'탄핵 반대 세력으로 찍히면 죽는다'는 광풍(狂風)이 부는 상황에서 탄핵 가결은 점점 상수(常數)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친박계에선 오히려 탄핵 가결 여부보다 어느 정도의 찬성표로 가결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탄핵 찬성파'는 비박계가 중심이 된 30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친박과 중립 성향 의원 등 90~100명 정도는 탄핵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것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비박계 주축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의 황영철 의원은 이날 "확실히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비주류 의원 35명 외에 친박 의원 중에서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들이 3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그동안 탄핵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친박계의 H, S, Y 의원 등 10여명의 초·재선 의원이 주변에 탄핵 찬성 입장을 직·간접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주변에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샤이(shy) 탄핵파' 친박 의원이 10명 정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9일 표결에서 찬성투표를 할 경우 220명 안팎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의 한 초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미 정치적으로 끝난 박 대통령을 지키려다가 국민 여론에 깔려 죽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립 성향의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삼척)은 이날 지역구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탄핵 찬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이런 여론조사는 결과가 뻔하다.

친박계에선 탄핵 찬성투표를 주저하는 일부 영남·충청권 친박 의원들까지 '탄핵 찬성'에 가세할 경우 찬성표가 230표까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해온 일부 친박 의원들이 탄핵 찬성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의원은 "200표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서 탄핵이 가결된다면 새누리당은 탄핵을 하고도 '탄핵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혀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 총장 지지 그룹에선 압도적인 표로 박 대통령을 탄핵한 뒤 중도·보수 세력을 원점에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고 했다.

친박계 내 분위기가 '탄핵 불가피' 쪽으로 흐르면서 친박 핵심부에선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오면 친박과 비박이 분당(分黨)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보수 세력 재건의 싹은 살려놓자는 취지로 일부 관망하는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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