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위원장 펜싱하며 공부, 법학박사 땄다"

김식.김지한 2016. 12. 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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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수들 대학서 여러 분야 전공
한국은 운동 집중, 공부 게을리해
IOC회의서 학업 병행 필요성 느껴
유승민 IOC위원(왼쪽)과 박성준 교수는 “한국 스포츠가 변하려면 엘리트 선수들이 공부하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김식 기자]
대한민국 스포츠가 위기다. 8월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8위에 올랐지만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선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커졌다.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 속에 생활체육 참여율도 저조하다. 더구나 연말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휘말리면서 대한민국 체육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21세기 대한민국 스포츠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지난달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분과위원회의. 8월 리우 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에 뽑혀 첫 회의에 참석한 유승민(34)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1968년과 72년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2010년부터 2년간 헝가리 대통령을 지냈던 팔 슈미트(74)였다. 유 위원은 “운동선수 출신이 대통령까지 됐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위원은 중국·독일·프랑스 등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다. IOC 선수위원 선거를 위해 그는 전 세계 선수 1만여 명을 만난 끝에 전체 2위로 당선됐다. 한국에서 매우 성공한 스포츠인이지만 유 의원은 “2주 간 회의에서 많은 숙제를 갖고 왔다”며 “영어를 잘 해도 다방면의 지식과 국제적 감각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많았다. 또다른 세계를 경험했고,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내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프로 리그와 올림픽 등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8위(금 9·은 3·동 9)에 올랐으나 목표했던 금메달 10개를 따내지 못했다. 게다가 유도·레슬링 등 전통적인 메달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육상·수영 등 기초종목에서는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반면 6위(금 12·은 8·동 21)에 오른 일본은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더구나 일본은 미국·유럽이 좋은 성적을 냈던 육상·수영·카누·테니스 등에서 선전했다.

엘리트 스포츠가 주춤거리는 가운데 생활체육 참여율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참여 스포츠를 담당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3월 법적으로 통합됐다. 지향점이 달랐던 두 단체의 성공적인 통합 여부에 한국 스포츠의 미래가 달려있다.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지금이 한국 스포츠의 리모델링을 위한 적기다.

경기대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유승민 위원은 엘리트 체육이 너무 운동에만 국한돼 학업을 게을리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은 “한국의 운동 선수들은 대학에서 전공이 스포츠에만 한정돼 있다. 그러나 외국 선수들은 전공부터 다양하다. 당장 토마스 바흐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단체전 금메달을 딴 바흐(63·독일) IOC 위원장은 법학박사 출신 변호사다.

고교 시절 수영 선수를 했던 박성준(51)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중간에 운동을 포기하거나 은퇴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연 1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선수는 15% 정도에 불과하다”며 “엘리트 선수들도 운동만 해서는 은퇴 이후 미래가 불투명하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탄탄한 생활체육의 기반 위에 엘리트 스포츠가 정립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 중국의 양양(40)도 나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더라. 대신 중국 엘리트 선수들은 국가와 성(省)으로부터 후한 대우를 받는다”며 “태릉선수촌으로 상징되는 집중훈련 시스템이 지금까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성공을 만들었다. 그러나 태릉선수촌 안에서 지내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 스포츠는 과도기다. 대한체육회로서는 앞으로 3~4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은 지난 10년간 탄탄한 생활체육 기반 위에 엘리트 스포츠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영국은 20년 동안 일관성 있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펴왔다. 미국에선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은 명문 대학에 가기 어렵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공존하는 ‘한국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식·김지한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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