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크게, 더 럭셔리하게..10년 전 일본이 그랬답니다

김유경 입력 2016. 12. 6. 01:00 수정 2016. 12. 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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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 불구 국내 업계 덩치 경쟁
1990~2000년대 일 치킨게임 닮아
고급화에도 중간소득 고객 이탈
과도한 출혈경쟁, 문 닫는 곳 속출
2004년 문 연 미쓰코시백화점 니혼바시 본점 신관.
“정년을 맞는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의 마음을 얻겠다.”
2004년 10월, 미쓰코시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의 신관 개장을 앞두고 나카무라 다네오 사장의 포부는 당찼다. 단카이 세대는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700여만 명이나 된다. 이런 식으로 1990~2000년대 일본 백화점들은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였다. 버블경제 붕괴로 소비시장이 위축되자 경쟁사를 고사시키기 위한 규모의 경쟁이 벌어졌다. 1990년대 중반 280여 개이던 백화점 수는 1998년 310여 개로 불어났다. 이세탄백화점 신주쿠본점 등 유명 백화점의 신관도 대부분 이때 생겼다.
자료: 통계청·일본백화점협회
그러나 출혈 경쟁으로 간판을 내리는 백화점이 속출했다. 일본 백화점 수는 현재 23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신관 개점 첫해 2906억 엔이던 미쓰코시 백화점 니혼바시점 매출도 지난해 1683억 엔으로 고꾸라졌다.
국내 백화점들의 규모 경쟁이 한창이다. 8월 확장 개장해 서울시내 최대 백화점이 된 신세계 강남점. [중앙포토]
최근 한국 백화점들이 규모의 경쟁을 벌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7개월여의 공사를 마치고 8월 재개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중앙포토]
현대백화점도 여의도 파크원에 8만9100㎡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을 짓고 있고,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10월 확장 승인을 받아 증축에 나선다. 지난해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도 확장에 나선다. 올 11월 전국 백화점 수는 100개를 돌파하는 등 점포 수 경쟁도 한창이다.
10월 당국으로부터 확장 승인을 받은 롯데백화점 소공점. [중앙포토]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 중인 국내 백화점은 왜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걸까. 신세계 관계자는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려 매출을 늘리려면 편의시설을 확대하고 다양한 매장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백화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급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일본 백화점의 경쟁과 비슷한 맥락이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본 백화점의 대형화 경쟁은 치열했다. 매장이 넓어져 입점 업체가 많아지면 매출과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늘리는 등 고급화 전략도 썼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한편, 중간소득 고객의 이탈로 이어졌다. 특히 오픈마켓과 아웃렛, 지하철 역사의 종합쇼핑몰 변신은 백화점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그 결과 올해도 세이부백화점 아사히카와점이 폐쇄하는 등 지난해 2월 이후 11곳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백화점끼리 통·폐합하며 회사 수도 2008년 9월 92개사(협회 조사 대상 기준)에서 올 10월 81개사로 줄었다. 버블이 한창일 때 9조7130억 엔(1991년 기준)에 달했던 백화점 매출은 2004년 7조8194억 엔, 2008년 7조1741억 엔, 2015년 6조1453억 엔으로 감소 추세다. 사사키 야스유키 간사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백화점의 대형화가 경영상 부채 부담을 키웠다. 인수·합병 등 경영통합 이후 과잉 출점 상황이 정리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통계청·일본백화점협회
특히 의류 부문의 부진이 업계에 치명상을 입혔다. 의류는 백화점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수입원. 그러나 불경기로 많은 소비자들이 홈쇼핑·오픈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익성이 떨어진 백화점은 ‘프리미엄 마케팅’에 몰두했지만 일본 백화점의 의류 매출은 2011년 2조1569억 엔에서 2015년 1조9816억 엔으로 8.1%나 하락했다.
이에 비해 잡화 매출은 8517억 엔에서 1조115억 엔으로 18.7%나 올랐다. 옷은 저렴한 것을 사더라도, 자신을 표현하는 귀금속·가방·화장품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자료: 통계청·일본백화점협회
한국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 한국의 백화점도 의류가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올 3분기 여성 정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하는 등 여성캐주얼(-4.5%)·남성의류(-6.4%) 등 의류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옷이 잘 안 팔린 탓에 백화점 전체 매출도 2013년 29조8000억원에서 2014년 29조3230억원, 2015년 29조2020억원으로 감소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의류의 소비 성향이 브랜드 위주에서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스트패션)를 중심으로 한 실속형으로 바뀌었다”며 “백화점에서 디자인과 브랜드를 고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픈마켓의 올 10월 패션·의류 소비 증가율은 전체 품목 중 가장 높은 69.7%(전년 동기 대비)이었다. 미국 역시 이런 소비문화의 변화 속에 메이시스를 비롯해 콜스·삭스피프스애비뉴 등 대형 백화점 체인들이 매장을 대거 축소하는 등 체중감량에 나섰다.

일본 백화점의 오늘은 어떨까. 세이부백화점 도코로자와점이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식품매장을 설치하는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쿄 구시가지의 일부 백화점은 중저가 제품을 싸게 판매하면서 ‘할인 백화점’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한국 백화점이 인구 감소와 소비시장 침체, 합리적 소비행태의 대두 같은 큰 물결은 거스를 수 있을까. 백화점도 몸집으로 겨루기보다는 효율성과 다변화로 좌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CJ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백화점은 매장의 대형화를 누가 먼저 멈출 것이지, 감소하는 의류 매출을 어떻게 지탱할 것인지 등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며 “브랜드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저가 신사복과 캐주얼 브랜드에 매장을 임대해 시너지 효과를 끌어낸 토부·세이부·마쓰야 등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한국 백화점 업계는 한국과 일본의 시장 환경이 상당부분 다른 만큼 ‘한국형’ 위기 탈출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처럼 화장품·의류 등 전문점이 많지 않아 백화점은 여전히 유통채널로서 백화점만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식품, 중저가 상품 등이 모객에 도움은 되지만 솔직히 백화점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구조라 무턱대고 중저가 전략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다양한 ‘옴니채널’을 활성화해 온라인 고객을 백화점과 연동된 자사 온라인 몰로 끌어오고, 체험형 매장 등을 늘려 고객이 백화점을 방문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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