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폭탄 발언 나오나..총수들 입에 쏠린 눈

박재현 기자 2016. 12. 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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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6일 청문회…과거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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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국회 ‘한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답변 중 “머슴이 곳간에 뭐가 들어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주인인 내가 잘 안다”며 전문경영인마저 머슴으로 비유했다. TV로 이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월급쟁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들의 로망이던 임원도 총수가 보기에는 결국 머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나빠졌다.

6일 열리는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대기업 관계자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총수의 ‘돌출 발언’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4류, 행정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발언처럼 대기업 총수들의 말은 파급력이 즉각적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강하게 인식된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출석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 9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데다 TV와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된다.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법률적·사회적으로 무난한’ 답을 해야 하는 것도 총수들의 몫이다.

1988년 사상 처음 TV로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국회 5공 청문회에서 일해재단 모금과 관련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차 모금은 자발적이었으나 2차 연도부터는 어쩔 수 없이 냈다”고 말했다. “강제모금은 없었다”는 정권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였다. 그러나 정 회장 역시 구설에 휘말렸다. ‘왜 그 많은 돈을 냈느냐’는 추궁에 “내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냈다.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해서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며 시류론(時流論)을 꺼낸 게 발단이었다.

한편 5일 청문회 좌석 배치가 결정되면서 각 그룹은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 이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이 앞줄 가운데에 배치되면서 집중적인 질의 공세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연로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은 양쪽 측면에 자리 잡아 시선을 덜 받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GS그룹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어 뒷줄에 배치됐다.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기업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다.

SK는 본사 건물 34층 집무실 옆 회의실에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의 질문에 최 회장이 발언하는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한진그룹이 서용원 (주)한진 사장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배석시키기로 하는 등 기업별로 배석자도 확정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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