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부동산 거품붕괴 위험성.. 금융권도 '충격파' 예고

황계식 2016. 12. 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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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정처 보고서 보니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져 2014년 12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 반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및 가계대출 억제책이 어느 정도 약효를 본 듯하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은 좌불안석이다. 이번 가격 하락이 거품 붕괴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나온다. 주택 공급은 내년에 급격히 불어난다. 또한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행정부의 등장에 따라 시중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공산이 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부동산 수급과 대외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내년 차기 정권이 들어설 즈음 부동산 가격이 급락세로 돌변할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건설 등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기업부채 부실과 동시 발생하는 복합 충격까지 가해지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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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20% 하락 시 은행권 최대 28조8000억원 손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 유형별로 주택가격 20% 하락 시 은행에 미치는 손실액을 추정했다.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이 담보가치 상실로 입는 피해액을 계산한 결과 먼저 금융 대출이 부동산 가치와 금융자산의 합계를 초과한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가 유발하는 손실액은 20조8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고위험 가구가 유발하는 손실액은 15조2000억원, BIS 비율 하락치는 1.0%포인트로 추정됐다. 금융대출이 부동산 가치의 60%와 금융자산의 합계를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 기준으로는 28조8000억원의 손실과 BIS 비율 2.0%포인트 하락이 예상됐다. 이 기준으로 은행그룹별 손실액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이 14조1000억원, 지방은행이 2조3000억원, 특수은행이 12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BIS 비율 하락치는 각각 1.9%포인트, 2.0%포인트, 2.0%포인트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20% 하락이라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다른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기업부채 부실 문제가 주택가격 하락과 동반돼 발생하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보고서가 복합 충격을 가정해 은행권 BSI 비율을 산정한 결과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수협은행, KDB산업은행 등을 포함한 특수은행의 BIS 비율은 9.6%로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1등급 기준(10%)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특수은행의 안정성이 문제되면서 이들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문제를 금융당국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으로까지 전파되는 ‘전염적 뱅크런’이 일어나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금융권 대출 부동산업 쏠림 부실 우려

금융권의 산업별 대출 행태를 보면 주택가격 급락과 기업부채 부실의 동반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분석 결과 부동산업의 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6월 말 대비 5조2000억원 늘어 165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산업대출 잔액인 556조4000억원의 33.1%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우려한 대출심사를 강화한 영향으로 기업이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이 크게 늘면서 기업대출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금융권 대출은 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부동산 경기 불황 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선분양 대출을 해줬다가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건설사들과 함께 부도가 난 일이 있었다”며 “다만 2008년과 현 상황은 다른 만큼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권까지 파급될 정도로 부실이 커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황계식·염유섭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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