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지렛대 외교..37년 금기깬 10분 통화 파장은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2016. 12. 5. 18: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만카드로 중국 견제∙시진핑 30년 지기 아이오와주지사 주중대사 발탁 전망대만에 무기판매 확대 실익도 챙길 속셈...美 신정부 대중강경 노선, 중국경제 리스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부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바이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상대로 지렛대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지난 2일 전화 통화를 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후 37년만에 처음이다.

트럼프의 행보는 중국이 핵심이익이라며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것으로 비쳐진다. 트럼프 정부가 대만을 중국 견제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임을 예고한다는 관측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30년지기로 통하는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대사로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렛대 외교를 뒷받침한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시 주석이 직접 접견할만큼 중국 당국이 중시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트럼프가 시 주석과의 소통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의 지렛대 외교전략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와 시진핑 정부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 “중국, 환율조작∙남중국해 상의했나”...기싸움 팽팽

트럼프 당선인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경쟁 관계에서 우리 기업을 어렵게 만들)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거나 우리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 군사시설을 만들었을 때 문제가 없겠느냐고 우리에게 물어봤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트럼프가 차이잉원과 10분간 통화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인 3일 중국이 주말임에도 외교부 대변인과 대만 판공실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흔들릴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한데 이은 것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와 그의 정권 인수팀이 외교문제를 다루는데 경험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와 대만 측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의 "측근과 대리인들이 대만을 여러 차례 방문한 후 미리 계획된 전화"였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대만 카드'에 주목했다.

◆트럼프 주위 대중 강경파 포진

WSJ은 "트럼프의 강경파 측근들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모든 문제에서 살금살금 걷던 미국의 '까치발'(tip-toeing)식 접근과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한 대만에 대한 지지를 끝내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대만 언론들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소속 연구원으로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예이츠 아이다호주 공화당 지부장이 6일 대만을 방문, 5일간 머물며 차이 총통과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5일 보도했다.

예이츠는 4일 미국 폭스뉴스에 보낸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내 친중파와 언론매체들은 '트럼프가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면서 중국 정부보다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전화통화는 매우 정확한 결정으로 중국 당국과 미국내 친중파 세력에게 미국 정상은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37년 미중 외교의 금기를 깬 대만 총통과의 대화를 트위터를 통해 알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반박하는 트위터 외교를 보이고 있다./트럼프 트위터

미국과 대만 정상간 통화를 막후에서 주선한 인물은 예이츠 연구원이 소속돼 있는 헤리티지 재단의 창설자 에드윈 퓰너라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지난 8월 트럼프 대선캠프에 합류한 퓰너는 지난 10월 대만을 방문, 차이 총통과 회담했다. 당시 총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퓰너를 '대만의 오랜 막역한 친구'로 소개했다.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연초 WSJ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미국과 대만 간 외교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과 미국의 윈윈? ...대만,중국견제하는 미국의 불침항모 되나

WSJ은 "극단적인 관점에선 대만의 역할이 냉전 시대에 중국을 견제하는 '불침 항모'(unsinkable aircraft carrier)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와 차이 총통 간의 전화통화가 "외교적인 불폭풍(firestorm)을 몰고 와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뒤집힐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어떤 관계에서도 지렛대를 찾는 데 익숙하다. 대통령 트럼프는 대만을 지렛대로 여기는 것 같다”는 존 헌츠먼 전 주중 미국대사의 평가를 인용하기도 했다.

대만 독립를 지지하는 차이 총통은 취임 이후 중국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전화통화 외교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차이 총통이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축하 전화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며 (중국은) 차분하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두정상이 경제와 국방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만 관영 중앙신문사는 역사적인 대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 군수업체 무기 판매 실익 기대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일 트위터에 차이 총통이 전화를 걸어와 축하를 해줬다는 글을 올린 뒤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 나오자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를 받지 말라는 게 흥미롭다”고 썼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대만에 방어용 무기만 판매하기로 한 묵계를 깨고 공격용 무기 판매에 나설지 주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분석했다. 미국 하원이 지난 2일 대만과 고위급 군사 교류에 관한 항목이 처음으로 포함된 '2017 회계연도 국방예산법안'을 통과시킨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 통화한 점도 대만과의 무기 거래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차이 총통은 지난 6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으로서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한 존 매케인 위원장을 만나 미국산 무기의 지속적인 판매를 요청하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만나 공격형 잠수함 개발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등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에 노력해왔다.

◆’하나의 중국’수용하면서도 지렛대 여지 남긴 미국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 관계법(TaiwanRelations Act)을 제정했다.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을 별개의 존재로 인정하고 후속 교류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은 1972년 당시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합의해 내놓은 상하이커뮤니케에서도 대만을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중국측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다. 대만은 모국에 귀속된 지 오래된 일개 성(省)이다.”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간 통화에 막후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설자 /헤리티지재단

반면 미국측은 “대만 해협 양측의 모든 중국인이 오직 하나의 중국에 속해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인정한다”면서도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 정부라는 표현 대신 중국(China)이라고만 적시했다. .

1982년엔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대만이 요구한 ‘6개 보장(Six Assurances)’을 인정하면서 대만과 관계의 끈을 이어왔다. 미국 의회는 차이 총통의 취임에 맞춰 지난 5월 “미국에 있어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이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주춧돌”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트럼프가 소속한 공화당은 특히 7월 채택한 대선 정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의 가치를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대만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의 관계는 앞으로도 대만 관계법 조항에 기초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만에 주어진 '6개 보장'도 확인한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이 정강 초안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소통 메신저 키신저와 아이오와 주지사 부각

트럼프는 아이오와 주지사 테리 브랜스태드를 주중 미국 대사로 내정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최근 보도했다. 브랜스태드 주지사는 시 주석이 1985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 자격으로 해당 지역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주를 방문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교류해왔다.

브랜스태드 주지사는 1983~1999년에 이어 2011년부터 아이오와 주지사를 맡고 있다. 트럼프는 경선기간중 브랜스태드를 중국 업무를 관장할 최고의 후보라며 이상적인 중국 연락책이라고 추켜세웠다. 브랜스태드의 아들도 트럼프캠프에서 일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키신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키신저는 2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형식은 중국 인민외교협회의 초정이다.중국 방문에 앞서 키신저는 지난달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외교·안보에 대해 자문했다.

트럼프와 시 주석 모두 키신저를 미중간 소통카드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주석은 키신저가 중국 방문 때마다 매번 접견할 만큼 그를 환대해왔다. 키신저는 1일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도 회동했다. 왕 서기는 직무상 외국 귀빈을 잘 만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80차례 이상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를 두고 “미국인 어느 누구도 중국인에게서 그처럼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 중국 지도부와 적어도 그처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다.

키신저는 1971년 7월 중국을 극비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와 회담했고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고 1979년 미·중 수교를 견인한 막후 주역이다.

◆대만엔 강경, 미국엔 대화 유지

시 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5일 뒤인 11월 14일 전화를 걸어 축하를 한 것이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후 닷새 만에,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나흘 뒤에 각각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대만을 지렛대로 쓸 것을 예고하면서 시 주석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WSJ는 내년 가을 당대회에서 5년 임기 연임 결정을 앞둔 시 주석으로서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강한 지도자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만과의 안정적인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닉슨 대통령의 첫 방중을 허용할 때도 대만에서의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걸 만큼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꼽혀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대만에는 강경, 트럼프와는 대화를 중시하는 이중잣대식의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 사설에서 “대만에 대한 외교관계 고립화 등 응분의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전이기 때문에 중미관계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 현재 징벌행위는 대만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이런 방법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대만을 향해 ‘허튼수작’을 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견지해 온 '하나의 중국' 정책이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가 겅솽(耿爽)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유관방면에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밝힌 정도다.

차이나데일리도 “대만의 민진당이 계속 양안 관계의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시도한다면 어떤 속임수를 사용하더라도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트럼프에 대해서는 “미중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이례적 행동이 나왔다면 앞으로 이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다뤄야하는 심각성을 인식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보복 강도를 높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경고만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시진핑의 카드는

시 주석으로선 북핵문제, 미중 투자보장협정,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트럼프 정부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라는 사실은 시 주석이 쥔 카드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무역보복 카드도 있다. 지난달 2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7차 미·중 상무연합위원회’에 참가한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는 “미국이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맞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왕 부총리는 “미국산 면화의 22%, 보잉 항공기의 26%, 대두 56%를 중국이 수입하면서 미국에 일자리 100만 개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공약했지만, 정부 부채 한도로 외부자금의 수혈이 필요하다. 해외투자의 큰 손 중국이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반세계화에 대응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리더로서의 위상 확보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이후인 19~20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참석,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건설을 촉구했다.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간 경쟁과 협력관계가 뚜렷한 양상을 띄면서 두 지도자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간 충돌은 북핵 문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5일 미국 신정부의 대중국 강경노선을 과잉부채에 대한 디레버리징 가속, 주택거품 붕괴와 함께 내년 중국 경제의 3대 리스크로 꼽았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