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정유라 출전대회 판정 시비 후 문체부서 감사.. 사퇴 종용"

박영준 2016. 12. 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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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공주승마'에 무너진 대한민국 (상)] 박종소 전 전북승마협회장 일문일답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다가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파면됐던 한일 전 서울경찰청 경위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씨 등이) 승마를 (농단)해보고 되니까 이것 말고 다른 것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즉 최씨의 국정농단은 바로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의 ‘공주승마’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었다.

세계일보는 최씨 모녀의 ‘공주승마’를 위한 국정농단 전모를 확인하기 위해 박종소(61·사진) 전 전북승마협회장을 심층 인터뷰했다. 박 전 회장은 2013년 4월 정씨가 2위를 하며 당시 심판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경북 상주 승마대회를 기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강도 높은 감사와 회장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2014년 초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그해 4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함께 문체부의 사퇴 압박과 정씨에 대한 승마협회의 특혜 의혹 등을 폭로했다.

박 전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월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전화, 대면 인터뷰로 장시간 이뤄졌다. 다음은 박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순실씨는 승마계와 어떻게 인연을 맺는가.

“최씨가 대한승마협회와 관계를 맺은 것은 박원오 전 전무를 통해서였다. 박씨는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씨부터 인연이 됐다. 박씨가 뚝섬승마장 운영원장이던 때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거기서 말을 타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안다.”



―최씨와 박씨는 어떤 관계였는지.

“최씨가 딸을 승마 선수로 키우려 하자, 박씨가 최씨에게 본격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박씨가 ‘한화를 데리고 들어와 내가 승마협회를 장악해 유연이를 (국가대표로) 만들어 내겠다’고 최씨와 약속이 이뤄진 거다. (중략) 이제 보면 한화도 목적의식이 있었다. 당시 재판을 받던 한화(김승연) 회장이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승마협회) 직책을 맡게 되면 실형 주기 어렵지 않나. 그게 목적이었을 거다.”

(박 전 전무는 이와 관련, 2014년 4월 안민석 의원실을 찾아와 “정씨에 대해 ‘승마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잘 케어해주겠다’는 얘기를 했고, 최근 1,2년은 정씨가 승마선수로 성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해 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회장사를 맡은 시기가 2012년 6월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이어서 박 전 회장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2012년 5월에 한화가 회장사가 되는데.

“2013년부터는 근본적으로 승마협회가 완전히 박원오 손아귀에 들어갔다. 박씨가 신은철 회장(한화생명 부회장) 앞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왕 노릇을 했다. 자기가 승마협회에서 일하려고 하는 것을 반대했던 협회장들을 축출시키려고 했다. 그러다가 2013년 4월에 상주대회가 열리고 다음달에 살생부가 만들어지는 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승마협회 ‘살생부’ 파동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2014년 3월 협회장직에서 사퇴한 박종소 전 전북승마협회 협회장이 11월30일 서울 광진구 한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박씨가 살생부를 만든 이유가 뭔가.

“박씨는 뚝섬승마장 이전, 개발 건으로 2008년에 1년6개월 징역을 살았다. 승마협회에서도 제명이 됐다. 징역을 갔다와서 승마협회 일을 다시 하고 싶다고 나를 두 차례나 찾아왔는데 일언지하에 돌려보냈다. 당시 박씨가 승마협회 회장사로 한화를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그게 이유다.”

(박 전 전무는 이와 관련, 2014년 4월 “문체부 공무원이 헐레벌떡 달려와 ‘협회의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와서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2013년 5월, 6월부터 문체부 등의 감사를 받는데.

“전북승마협회의 1년 국가지원금이 480만원이다. (승마가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인데) 그 돈을 감사할 게 뭐가 있겠나. 그런데 문체부 백모 감사실장, 대한체육회 김모 감사실장이 감사하러 왔다. 그분들도 어이없어 했다. (감사 담당자들이) 저한테 ‘무슨 돈으로 협회 운영을 해오고 선수를 기르고 그랬느냐’고 묻더라.”

―감사 결과는 어땠는지.

“감사 끝나고 (감사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도대체 누가 승마계에 저 위하고 제일 친합니까’라고 묻더라. ‘위 어디요, 청와대요?’라고 되물었다. ‘아니요 더 높은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 그럼 대통령이네요’라고 말하니까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 우리 승마계에서 굳이 그렇다면 나라고 이야기했다. 육군 대표 승마선수 시절에 박지만씨를 1년 반 지도한 경험이 있고, 또 개인적으로 내 시합도 경호원들 없이 응원도 와주는 등 아마 친하다면 나하고 친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감사관이 ‘그게 아니고요’하면서 헤어졌다.”

―사퇴압박이 어땠나.

“11월에 대한체육회 김 감사실장의 전화가 왔다. ‘달려오는 기관차하고 부딪치면 회장님같이 고생한 것을 누가 알아줍니까. 회장님은 유리병이고, 지금 기관차가 달려옵니다’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중략) 전북도청, 전북체육회 직원들한테 갖은 공갈 엄포를 다 놓았더라. 전북도청 같은 경우는 문체부 중앙예산을 줄이겠다, 전북체육회 같은 데는 감사를 실시하겠다 하는 식이다.”

―결국 2014년 3월 사표를 냈다.

“내가 사표를 내고 대한체육회 김 감사실장이 전주 사무실로 찾아왔다. 전남 박 협회장과 같이 만났다. 김 감사실장이 ‘정말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우리 체육계에 공을 세운 분들한테, 내가 못된 짓을 너무 많이 했다. 근데 이제 저도 그만뒀습니다. 용서하세요’ 그러더라.”

―2013년 상주대회가 경찰 조사까지 해 시끄러웠다.

“그때 정유라가 2등을 하고 김혁 선수가 우승을 했다. 최순실씨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 청와대로 했을 거다. 그리고 (경찰이) 심판들을 싹 데려갔다.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왜 이런 것을 수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거다.”




―2014년 6월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도 정씨 특혜 의혹도 제기되는데.

“뭐가 문제냐 하면 총점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과목별 점수를 다 준 채점지가 있어야 한다. 마장마술은 가로 60미터, 세로 20미터의 마장에서 피겨스케이팅같이 어디서 회전을 몇 바퀴 해라 어떤 걸음으로 어떻게 해라 하는 게 다 나와 있다. 그 부분마다 점수를 주게 돼 있다. 과목 점수를 보면 의혹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아시안게임 선발전 채점지가 없다. 승마협회도 공개를 안 한다.”

―삼성이 정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직후 최씨가) 마장마술 선수들한테 자랑삼아서 이야기했다. ‘앞으로 승마협회는 KT 아니면 삼성이 맡는다’고 이야길하고 다녔다고 하더라. 승마계에선 당시 ‘삼성은 오려야 올 이유가 없다’고 했었다. 2010년도에 삼성은 승마단까지 해체해버렸고, 박씨의 승마협회 비리 논란으로 시끄러워 승마계를 다시 안 쳐다볼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박씨가 최씨를 움직여 삼성을 오게끔 만들었다고 본다.”

(삼성은 2015년 3월 승마협회 회장사가 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새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작금의 최씨 국정농단을 보니 드는 생각은.

“최씨가 삼성이 회장사를 맡기도 전에 승마선수들한테 스포츠재단 만들어서 선수를 키울 것이다 자랑을 했다. 그때 ‘K’라고는 안 했지만 스포츠재단 설립 이야길 했다고 한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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