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승마협회 양비론 감사 보고서 내고 '나쁜 사람' 찍혀"

이천종 2016. 12. 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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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공주승마'에 무너진 대한민국 (상)] 노태강·진재수 좌천·경질 과정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장본인이 최순실씨였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들의 좌천·경질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장 야 3당이 발의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에 이들에 대한 경질 의혹이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도 이 대목을 강요 혐의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사태는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최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가 2위에 그치자 ‘비선실세’ 최씨의 전횡이 시작된다. 최씨는 사건 초기 경찰 수사까지 동원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자 문체부 감사 카드를 빼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강 전 국장                                                         진재수 전 과장

야 3당이 발의한 탄핵안을 보면 정씨가 2013년 4월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못하자 청와대의 지시로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조사·감사했다. 그 결과가 흡족하지 않자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 유진룡 문체부장관에게 조사·감사에 관여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두고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하고 경질을 사실상 지시했다.

취재 결과, 당시 청와대는 문체부의 노 국장과 진 과장에게 최씨의 승마협회 최측근인 박모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보라는 지침을 내린다. 당시 박 전 전무는 ‘승마협회 살생부’를 이들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모습.
연합뉴스

두 사람은 그러나 최씨 구미에 맞는 보고서를 올리지 않는다. 살생부에 의존하지 않고 협회 내부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승마협회 관계자는 “최씨와 승마협회 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고 말했다.

최씨가 바로 이 즈음 박 대통령에게 공무원인 두 사람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는 민원성 청탁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종소 전 전북승마협회장은 “당시에 최씨가 일주일에 서너 번 청와대에서 저녁을 때운다거나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이 없으니 최씨와 항상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석 달 뒤인 2013년 8월 경질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부장관을 청와대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두 사람 이름을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좌천 인사를 직접 지시했다. 문체부는 당시 경질 사유로 체육 개혁 등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라고 했지만 승마협회에서는 최순실·정윤회 부부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최태민 딸이고 정윤회 부인이더라 정도로만 알았는데 상주 대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보고 세긴 세구나 느꼈다”면서 “그 이후로 (승마 학부모들 사이에) 최순실은 공공의 적이 됐다”고 했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으나 박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초 김영나 박물관장이 청와대가 지시한 프랑스 장식미술전에 반대했다가 전격 경질됐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노씨가 단장 자리에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해 사실상 강제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문체부 쪽의 집요한 퇴직 압박 끝에 노 전 국장은 진 전 과장과 함께 지난 7월 원치 않는 명예퇴직을 했다. 노 전 국장은 현재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진 전 과장 역시 자리에서 밀려나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진 전 과장의 문화예술계 지인과의 전화통화를 보면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고 싶지도 않다”며 “난 이제 이쪽으로 유배를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승마인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이라며 “이들을 하루속히 복직시켜서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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