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차 담화' 카드, 이미 무용지물 됐다

박세열 기자 2016. 12.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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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까지 마지막 '저항' 벌일 듯..박근혜의 '플랜B'는?

[박세열 기자]

 
엘시티 비리 수사 지시(11월 17일), 3차 대국민 담화(11월 29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 방문(12월 1일) 등,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몇 차례의 국면 전환 시도를 감행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임기 단축 카드'를 던지고, 대구 서문 시장을 방문하는 등 국면 전환을 꾀하는 듯한 박 대통령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우왕좌왕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지난 3일 230만 촛불에 의해 저지됐다. 

9일 예정된 탄핵 시계(時計)는 느리지만 무겁게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 진영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에 따르면 "35명까지는 분명히 (탄핵 표결에) 동참할 의원들"이라고 하며, 나아가 친박계 의원 10여 명마저 탄핵 표결 참여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소한 '탄핵 표결 불참으로 탄핵 찬동 여당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던 친박계의 기존 구상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그만큼 민심은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국회 주도의 '탄핵 스케줄'에 이미 종속된 박 대통령이 향후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은데다, 효과적이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박 대통령은 일단 탄핵 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탄핵 가결 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될 탄핵 심판 변론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외에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물론 탄핵이 극적으로 부결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경우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은 다소 연장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생명은 한순간에 꺼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 발표 과정에서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청와대 제공)

이미 폐기된 '4월 퇴진' 카드 만지작거려봐야

먼저, 박 대통령의 당면한 선택지는 오는 9일 탄핵 표결에 앞서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안이다. 

탄핵에 참여할 친박계 및 비박계 '이탈표'를 최대한으로 줄여 탄핵을 부결시키는 것이 목적이 될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르면 5일, 늦어도 8일 전까지는 새누리당과 정치권 원로들의 '4월 퇴진' 건의를 받아들이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는 당론으로 정한 내용, 또 국가 원로들이 요구한 부분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수용 발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 국정조사에 기관보고차 출석, "(4월 퇴진 관련 입장 발표 시점에 대해) 곧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4월 퇴진) 당론을 수용하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카드가 이미 죽어버린 카드라는 데 있다. 비박 진영은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더라도 탄핵 표결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나아가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는 당론을 따른다는 입장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4월 퇴진) 당론이 지금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라고 했다. 당론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즉 박 대통령이 당론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정치적 효용성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 원내대표는 "9일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양심에 따라 (자유) 투표를 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4월 퇴진' 이슈는 차갑게 식어버린 카드다. 지난주 새누리당의 토론 과정에서 공론화된 후 주말 촛불 민심에 의해 이미 거부당했다. 

9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담화에 나선다면, 비박계와 친박 이탈표를 단속할 만한 '깜짝 메시지'가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세 차례의 담화문의 공통점은 '나는 결백하다'는 것이었다. 4차 담화도 이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탄핵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백' 주장은 박 대통령이 절대 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탄핵이 가결되면 그 즉시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선택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대비 작업이다. 이는 탄핵 가결을 전제로 한다. 일종의 '플랜B'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유영하 변호사를 정점으로 3~4명의 변호인단을 보강할 예정이다. 이미 '복선'은 깔아두었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3차 담화 때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는 향후 있을 특검 수사, 그리고 탄핵 심판을 대비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탄핵이 부결되는 경우는 아직 상정하기 어렵다. 그 경우 새누리당이 온전히 책임을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 친박계 의원들마저 탄핵에 뛰어드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비난해왔던 '자기 정치'가 작동하는 셈이다. 당을 버리기에는 당의 막대한 재산과 인력, 그리고 정치 자금이 아쉬울 것이고,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기에 지역 민심에 기반한 본인의 국회의원직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박 대통령에게 '반격'의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다. 운명의 한 주는 시작됐다. 박 대통령의 입에 따라 정치권이 일부 출렁일 수 있겠지만, '탄핵 시계(視界)'는 이미 넓게 확보된 상황이다.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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