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FIFA 회장상 받은 92세 기자, "축구는 사회를 쓰는 것"

한준 기자 2016. 12. 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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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고베(일본)] 한준 기자= 지난 2015년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시상식`에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요하임 뢰브와 어깨를 나란히 한 축구 기자가 있었다. 국제축구연맹은 일본 축구 기자 가가와 히로시(92)에게 회장상을 수여했다.

1924년 12월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가가와 기자는 고베일중에서 축구 선수로 뛰면서 1938년 전국대회 우승, 1939년과 1941년 메이지신궁대회 우승을 이뤘다. 1941년 대회에는 조선을 대표해 참가한 보성전문과 결승에서 격돌해 공동 우승했다.

대학 진학 후 축구 언론인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가가와 기자는 1952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반 세기가 넘도록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산케이신문 체육부장을 지낸 가가와 기자는 정년 퇴임한 이후에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며 주요 국제 대회를 취재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도 현장에서 취재한 가가와 기자의 활약에 FIFA도 탄복했다.

가가와 기자는 FIFA 시상식에 선 언론인이자, 일본축구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언론인이다. 언론인이 축구계의 주변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인물이다. 그는 2014년에 자신의 고향인 고베의 시립중앙도서관에 `가가와 축구문고`를 기증하기도 했다.

일본축구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으로 한국 축구의 전설 김용식 선생이 포함된 1936 베를린 올림픽 일본 축구 대표팀의 명예의 전당 등재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용식 선생의 발자취를 쫓아 지난 해 취재차 한국을 방분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김용식 선생 생전에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던 축구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풋볼리스트'는 축구 언론인으로 비범한 길을 걸어온 가가와 기자를 일본 고베에서 만났다. 축구 언론의 역사를 온 몸에 담고 있는 가가와 기자를 만나 축구 저널리즘의 길을 물었다.

-보통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면 감독 등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축구 기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수 생활을 하고 난 후에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은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는 글을 쓰거나 축구를 관전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일본 축구를 번영 시키기 위해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축구협회도 잘 도와줬고, 축구 언론도 잘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조화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본 축구가 이렇게 번영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2014 FIFA 회장상 수상 -축구 언론인이 FIFA 시상식에 오른 것은 처음있는 일로 알고 있습니다.
2014년에 브라질 월드컵에 취재를 갔어요. 그 대회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기자였기 때문에 준 것 같습니다. (웃음) 그 당시 FIFA 홈페이지 뉴스에서 저를 취재했고, 그 뒤로 제프 블라토 회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벌써 90세가 넘었냐며 놀라더군요. 월드컵을 10번이나 취재했고, 유럽선수권과 코파아메리카까지 취재해왔던 것을 알고 나서는 상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기자지만 세계 축구를 일본에 전달한 일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 받은 거 같습니다.

-오랫동안 취재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은 어떤 것인가요?
1974년 서독 월드컵을 취재했던 일입니다. 그때 요한 크라위프가 뛰었던 네덜란드 대표팀이 토탈 풋볼을 들고 나왔어요. 그때를 기점으로 축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축구가 변화하게 된 대회를 직접 취재한 것이 가장 의미가 있었어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에는 아르헨티나축구협회가 월드컵 트로피 모형을 선물로 줬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선수들을 현장에서 봤는데 개인적으로 꼽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요?
펠레가 최고였습니다. 마라도나도 잘했지만 왼발 밖에 잘 쓰지 못했죠. 펠레는 두 발을 다 잘 쓰고 머리도 쓸 수 있는 선수였어요. (지금의 메시는 어떤가요?) 메시도 뛰어나지만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와 호날두는 각자 가진 개성이 다를 뿐 비교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요한 크라위프, 디에고 마라도나와 인터뷰를 가졌던 가가와 -저널리스트로 일본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축구 언론인으로 수상한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후배 저널리스트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축구를 적는다는 것은 사회를 적는 것과 같습니다. 스포츠를 알면 그 나라를 아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럽에 취재를 갔을 때 영국 `BBC`가 저를 취재한 일이 있었어요. 과거에는 유럽까지 멀리 취재를 가는 일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왜 일본에서 유럽까지 왔냐고 묻더군요. 나는 유럽 축구를 보는 것이 유럽을 다 알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유럽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유럽을 이해하고 싶어서 왔다고 답했습니다.

축구 언론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길이니, 거기에 발을 담근 순간에는,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죠.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적어도 축구 기자라면 언어를 몇 개 정도 더 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 나가서 영어로 취재를 했어요. 나는 스페인어는 잘 모르고, 독일어도 간판 정도밖에 읽지 못해요. 내가 어린 시절에는 전쟁 등 문제가 많아서 해외에 나가지 못했고, 언어를 배울 기회가 적었어요. 지금은 주변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으니 좋은 기회가 많습니다.

축구는 간단한 운동이지만 공부할 점이 많은 재미있는 운동이에요. '풋볼'은 독일과 미국 등에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럭비(이후 미식축구로 발전)와 어소시에션 풋볼(Soccer, 축구)로 나뉘죠. 풋볼을 알지 못하면 축구를 알 수 없어요. 풋볼과 축구의 차이를 아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합니다.

-일본축구 명예의 전당은 매년 꾸준히 새 인물을 헌액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정 기준을 갖고 있나요?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일본 축구에 공적이 있거나 영향을 끼친 사람을 넣는다는 것이 보통 추천 이유로 들어갑니다. 위원회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올림픽에서 우승하거나 월드컵에서 몇 위를 하는 것처럼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일본 축구를 이끌어 나가는 협회에서, 일본 축구를 총합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식 선생이 포함된 1936 베를린 올림픽 일본 대표팀을 명예의 전당에 올리셨습니다. 한국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용식 선생이 두 나라의 명예의 전당에 모두 올라가게 됐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올라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으로 일하면서 김용식 선생을 개인적으로 주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관동, 관서, 조선 등 세 지역의 축구가 강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선 축구가 일본 축구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김용식 선생은 개인적으로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표창을 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축구 자료를 고베시립중앙도서관이 기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축구 기자로 일을 하면서 도서를 5,500여권 정도 모았습니다. 저는 부자는 아니지만, 일을 하기 위해 책을 사거나, 또 받아서 모은 책들을 기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구의 역사에 대한 책을 찾아보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바로 풀어주고 싶었어요. 고베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기증 했습니다.

-한국은 해방과 전쟁 과정에서 과거의 축구 자료와 유물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축구 전문 도서관도 없는 실정입니다. 축구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축구의 역사를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서 축구가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축구가 어떤 단계를 거쳐서 지금까지 왔으며, 지금의 실력을 갖기 위해 어떤 경위를 거쳐 왔는지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축구 역사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활동입니다. 어떤 나라의 역사를 찾더라도, 그 나라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알지 못하면 그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역사라는 것은 축구에 있어서도 굉장한 역할을 합니다. 역사를 아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요즘 한국과 일본 모두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 완전히 못나가게 된 것은 아니니까요. (웃음) 저 역시 예전부터 한국 대표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한일 양국 모두 본선에 무사히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017년에 한국에서 FIFA U-20월드컵이 열립니다. 취재하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초청해주신다면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사진=풋볼리스트, FIFA 홈페이지, 가가와 히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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