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어제도 모텔갔대.." 카드 사용 비상

변소인 기자 2016. 12.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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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객정보 무단열람 만연..사후 감시제도보단 사전 승인제도 필요

A씨가 다니는 은행 직원 중에 왕따 당한 이가 있다.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직원은 숙박업소를 자주 드나든다. 그 사실을 다른 직원들이 모두 알게 되면서 왕따를 당하게 됐다. 이들은 해당 직원의 카드 승인내역을 몰래 열람해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다른 은행 직원 B씨는 가끔 의심스러운 고객이 있으면 카드 승인내역을 조회해본다. 그들의 카드 승인내역에는 예상대로 유흥업소나 숙박업소가 빈번하게 찍혀있다. 내점 고객의 경우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명분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맘 편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엄연히 불법이지만 고객 혹은 직원의 금융거래내역을 동의 없이 들여다보는 일부 은행원들이 있다.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은행 직원들은 비교적 쉽게 고객의 금융거래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할 때 문제가 된다.

 

보면 안 되지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다. 기록도 남고 조회 사유를 등록해야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다. 아무리 검사부가 철저히 감시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수많은 직원들의 고객정보 조회를 일일이 대조해서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은행원의 윤리와 의무에 맡기기엔 위험하다.

 

은행원 신모씨는 “고객 정보를 몰래 보려면 볼 수 있다”며 “당사자가 알아채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지점은 고객 정보를 자주 무단 열람하나 적발된 적은 없다”고 귀띔했다.

 

이에 은행 직원이 자기가 속한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지 않는 일이 많다. 카드 승인 내역을 누군가 볼까 우려해서다. 특히 숙박업소에서 결제할 때는 타행에 결제 계좌를 연결해 둔 타사카드를 쓰곤 한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은행직원들의 고객정보 무단 열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4년 수협중앙회는 개인정보 부당조회 등 위법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와 과태료 6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은행연합회 직원 11명은 2012년 4월부터 2014년 8월까지 45명의 개인신용정보를 53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조회해 기관주의와 과태료 600만원을 물었다. 2014년 신한은행 직원들도 가족 계좌를 불법으로 수백 건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금융정보 열람을 걱정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개팅 상대가 은행에 다니는 데 자신의 거래 내역을 조회할까봐 걱정하거나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자신의 월급을 다 아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단순한 걱정을 넘어 한 번도 일러준 적 없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찝찝해 하는 내용도 있었다.

 

은행 직원들이 금융거래 내역을 조회한 기록은 분명 모두 남는다. 신한은행의 경우 직원 및 직원 가족의 고객정보 조회 건은 매월 감사대상으로 분류돼 상세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전 영업일에 조회한 모든 고객정보 내역에 대해 매일 사유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경고와 기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준법감시기관이 제 역할을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은행 책임이 크다. 협박만 했지 누군가 걸리더라도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안에서 덮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사후 사유서보다는 사전 승인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고객정보 조회 업무 패턴이 나오면 경고창을 띄우고 승인을 받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선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고객들도 자신의 정보가 더 안전하게 보호되는 편을 좋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은행 금융거래내역은 사생활 빅데이터다. 월급과 행동반경, 소비행태, 취미, 취향, 활동 시간대까지 알 수 있는 은밀한 빅데이터다. 전문가들은 무단 열람이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협박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변소인 기자 byline@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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