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강철 동반인터뷰① "환갑은 되어야 헤어지지 않을까요"

임성일 기자 2016. 12. 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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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FC서울 감독(오른쪽)과 강철 코치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그들의 첫 만남은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둘 다 청춘이었다. 어쩌면 '젊음'보다는 '어리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 때다. 불과 17세7개월, '역대급' 최연소로 대표팀에 발탁된 대학교 1학년생 강철은 삼촌뻘인 선배들이 너무 어려웠고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의지한 이가 대학교 3학년 황선홍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28년이다.

'코드'가 맞았던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고 차츰차츰 '선수 그 이후'도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축구인생을 설계하고 시작할 때부터 손을 맞잡았다. 그 출발은 2008년 여름 부산 아이파크에서였다. 선배이자 형 황선홍은 감독이 됐고 아우이자 후배 강철은 코치로 호흡했다. 그렇게 짝지어 흐른 시간도 어느덧 9년이다.

잠시잠깐 떨어졌던 두 남자는 지난여름 다시 의기투합했다. 부산에서 약 3년, 포항에서의 5년에 이어 FC서울에서도 또 함께 걷는 길을 택했다. 이들의 동행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황선홍 감독은 "저 친구가 날 버리지 않는다면, 당연히 같이 간다"고 말했고 강철 코치는 "헤어질 시기가 온다면, 환갑은 넘어야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황선홍 감독은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곧바로 강철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 News1

서울행은 심사숙고, 코치진 구성은 일사천리 2016년 축구계 뉴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선홍 감독의 현장 복귀였다. 황 감독은 2015시즌을 끝으로 포항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충전을 선언했다. '언제까지 쉬겠다' 못 박은 것은 아니었으나 최소한 1년은 숨을 고르겠다는 게 황 감독의 의지였다. 그런데 여름 갑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며 공석이 된 FC서울 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이 부임한 것이다.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나왔으니 내용은 생략한다.

새로운 도전을 결정하기까지의 심사숙고와는 달리 황 감독은 별다른 고민 없이 코칭스태프를 꾸렸는데, 선택은 예상대로 강철 수석코치였다. 강 코치도 황 감독의 서울행은 몰랐던 깜짝 뉴스였다. "감독님이 서울 간다는 이야기를 기사로 먼저 접했다"고 했을 정도다.

황선홍 감독은 "사실 나에게도 FC서울의 제안은 갑작스러웠고 4~5일 사이에 급박하게 진행됐던 일이다. 강 코치와 상의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항상 강 코치가 있었고, 언제든 새로 팀을 맡게 되면 같이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니 주저 없이 택했다"고 말한 뒤 "내가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손을 내밀 것이라고 강 코치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변을 정리하고 유럽에서 귀국한 뒤 황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철 코치를 다시 데려오는 일이었다.

그는 직접 축구협회를 찾아가 김호곤 부회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을 만나서 양해를 구했다. 황 감독은 "욕 많이 먹었다. 강 코치가 기술위 들어간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인데 중간에 빼간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한 번도 생각해보질 않았다. 같이 팀을 만들어나갈 적임자가 있어야했고, 강 코치가 필요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오른쪽)과 강철 코치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강철 "감독 제안 왔는데 남아달라면? 남겠다!"

잠시 과거로 올라갔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에서 꽤 좋은 성적을 냈던 황 감독은 '해외에서의 오퍼가 있었을 것'이라는 외부의 추측을 무색케 만들며 '그냥 휴식'을 선언했다. 5년간 모든 것을 쏟아냈기 때문에 이쯤에서 채워야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을 묻자 강철 코치는 "말리고 싶었으나 말릴 수가 없었다. 전남 시절(코치)부터 부산과 포항을 거치며 너무 힘들 게 달려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문득 불안함은 없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황선홍 코치가 자신을 호출하지 않는다면 백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는 불안한 고용관계 아니던가. 그렇다고 계약서를 쓰고 쉴 수도 없는 법. 이런 농담조 질문에 황 감독은 "당연히 부르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 친구가 나를 버리지 않는 이상 내가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택하는 감독과 선택을 받는 코치 입장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강철 코치는 "솔직하게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 입장이, 감독님이 날 버리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간다는 마음가짐"이라고 강변했다. 막연한 의리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나 의지 문제였다.

사실 황선홍 감독은 강철 코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이제는 보조자의 위치를 벗어나 자신이 지휘봉을 부리는 감독직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쌓인 까닭이다. 실제로 K리그 현장에는 이미 강철 코치보다 후배들도 감독직을 맡고 있다.

황 감독은 "사실 미안하다. 나이도 있는데 보내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러 가지 고민이 든다. 그래도 지금은 안 된다. 내 욕심이 많아서"라고 흐렸다. 황 감독의 마음을 알았는지 강철 코치가 말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감독을 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이다.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맡고도 싶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것은 생각 안하고 내 위치에 맞는 일, 코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리고는 덧붙여 "감독님이 힘들 게 에너지를 쏟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쉽지 않은 길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아직은 감독에 대한 큰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감독들은 으레 자신과 맞는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법이다. 축구 철학부터 사적인 성격까지, 잘 맞아야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때문에 감독이 바뀌면 휘하 코치진도 다 바뀌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감독-수석코치가 팀을 옮겨가면서 10년 가까이 동행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강 코치는 "부부도 수 차례 싸우는데 남남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우스개 비유로 의견 충돌이 '결별'의 큰 이유임을 에둘러 전했다. 이어 "그래서 배려가 중요한 것 같다. 일방적이라면 쉽지 않다. (황선홍) 감독님이 이해를 많이 해주고 참아주며 날 이끌었으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감독 역시 "강 코치가 날 맞춰주려 노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난 소소한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것(축구)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것을 강 코치가 잘 배려해주고 맞춰준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의 동행이 적어도 자신들이 품고 있는 지향점에 가기 전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이 물음에 대한 강철 코치의 호쾌한 대답 때문이었다. 만약 어떤 팀에서 감독직 제안이 왔는데, 그런데도 황선홍 감독이 코치로 남아 달라 제안한다면? 다음은 강철 코치의 말이다. 대답이 나오는 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럼 같이 있을 것이다. 고민하지 않는다. 아마 우리가 헤어질 때가 온다면, 서로 환갑은 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이가 많아졌으면 헤어져야지 별 수 있겠는가."

편에서 계속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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